화사한 겨울 정원으로 초대

겨울에 더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식물들

식집사의 세계

12월, 겨울이 시작되었다. 꽃식물을 좋아하는 식집사는 싱그럽고 아름다운 꽃을 보기 어렵다는 생각에 겨울이 반갑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고마운 식물들이 있다. 봄여름과는 또 다른 느낌의 꽃을 피우는 식물에 대해 알아보자.

식물도 겨울잠을 잔다?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이면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있다. 곰, 개구리, 뱀 등은 겨울이 오기 전 많은 음식을 먹고 영양분을 몸에 저장한 후, 추운 계절이 되면 땅속이나 동굴 속으로 들어가 최소한의 활동으로 영양분을 소비하며 겨울을 난다. 겨울잠은 먹이가 없고 활동하기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는 생존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식물도 종에 따라 동물처럼 겨울잠을 자기도 한다. 기온이 낮아지면 생장을 멈추고 최소한의 대사활동만 하며 겨울을 견디는데, 이것을 ‘휴면’이라고 한다. 식물에 따라 여름에 휴면을 하는 경우도 있다.

겨울에 꽃을 볼 수 있는 식물

추운 겨울에 생장을 멈추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겨울철에 꽃을 볼 수 있는 식물도 있다. 대표적으로 동백꽃이 그러한데, 겨울철이 비교적 온화한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남부 수종이다. 빨간 동백꽃 위에 소복이 쌓인 하얀 눈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실내 식물 중에서는 포인세티아, 시클라멘, 게발선인장 등이 겨울에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실내 공간은 겨울에도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므로 식물을 기르는 게 수월하다. 포인세티아는 12월에 꽃을 피우며, 빨간색 화포가 화려하여 크리스마스 장식에 빠지지 않는 식물이다. 빨간색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 꽃이 아니라 포엽이라고 하는 잎이며, 포엽 안쪽에 매우 작은 노란색 꽃이 모여 핀다. 포엽이 분홍색, 노란색을 띠거나 주름진 모양 등으로 개량된 품종도 있다. 시클라멘은 11월~3월에 꽃을 피우며 빨간색, 흰색, 분홍색 등 다양한 색을 띤다. 게발선인장은 11월~1월에 꽃을 피우는데, 꽃의 모양이 게의 발처럼 생겼으며, 크리스마스 선인장이라고도 불린다. 꽃은 빨강, 분홍, 흰색 등이 있다. 이 외에 칼랑코에, 헬레보루스, 군자란 등도 겨울에 꽃을 피우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겨울에 꽃을 피우는 식물
포인세티아
시클라멘
게발선인장
꽃 피우기의 핵심은 햇빛이 내리쬐는 시간

꽃을 피우는 데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햇빛이 내리쬐는 시간이다. 꽃을 피우는 것 즉, 개화(開花)는 햇빛이 내리쬐는 시간인 일장(日長)의 길고 짧음에 따라 결정된다. 식물은 종마다 고유의 한계일장을 가지고 있는데, 장일식물은 일장이 한계일장보다 길 때 꽃이 핀다. 반면 단일식물은 일장이 한계일장보다 짧을 때 꽃이 핀다. 따라서 장일식물은 햇빛이 내리쬐는 시간이 긴 봄에, 단일식물은 햇빛이 내리쬐는 시간이 짧은 가을부터 꽃이 핀다. 포인세티아, 시클라멘같이 겨울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단일식물이며, 포인세티아는 일장이 짧아지고 온도가 내려가면서 포엽도 착색된다. 반면 햇빛의 길이와 상관없이 충분히 성장하면 꽃을 피우는 식물은 중일식물이라고 한다.

겨울철 실내 식물 관리법

추운 겨울에 식물은 대사활동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물을 흡수하고 증산작용으로 내보내는 양이 작아진다. 따라서 봄, 여름처럼 물을 주면 이용하지 못한 물이 흙에 남아 있어 과습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므로 겨울철에는 물 주기 간격을 늘리고, 흙이 충분히 마르는 것을 확인한 후 물을 줘야 한다. 반대로 겨울철에 낮은 공중습도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때는 화분 받침대에 하이드로볼이나 자갈을 충분히 쌓고 물을 부어 놓으면 자연스럽게 가습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단, 화분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실내 공간은 난방을 하므로 어느 정도 온화한 온도를 유지하지만, 난방이 되지 않는 베란다는 식물이 겨울을 나기에 위험할 수 있다. 특히 겨울철 환기는 아주 잠깐의 바람에도 식물이 냉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거실이라도 주의가 필요하다. 냉해를 입은 잎은 돌이킬 수 없으므로 잘라내야 한다. 식물을 옮길 수 없다면 스티로폼이나 비닐 등을 이용해 보온을 해준다. 화분 각각에 비닐을 씌우거나 베란다에 작은 온실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추운 겨울은 식물들에게 힘든 계절이지만 잠시 쉬어 가는 계절이기도 하다. 어떤 식물에게는 꽃을 피우는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기도 하며, 어떤 식물에게는 다음 해 꽃눈을 움 틔우기 위해 저온을 겪는 도약의 계절이기도 하다. 겨울이 춥다고 해서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저마다 열심히 달려온 한 해를 돌아보며 잠시 쉬어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도 좋고, 내년의 힘찬 시작을 위한 준비를 해도 좋다. 사랑하는 식물들이 한 해 동안 건강하게 자라 주었음에 감사하며, 지난 시간 동안 수고한 나 자신에게 화려한 꽃식물을 선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