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풍미를 더하다

청정 연천에서 만나는
자연의 비경과 건강 먹거리

경기도 최북단이자 최전방 접경 지역인 연천은 순수한 자연 생태를 만끽할 수 있는 최적지다. 겨울 철새의 낙원인 임진강과 경원선 철길 폐터널에 위치한 역고드름 등 연천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자연의 비경은 추위조차 잊을 정도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꽁꽁 얼어붙은 임진강을 따라 걸으며 수만 마리 철새 떼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보는 이 또한 새롭게 비상할 때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 해를 시작하는 1월이다. 새로운 도전에 앞서 깊은 사색과 스스로에 대한 통찰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연천의 고요한 겨울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자.

임진강 주상절리, 임진강변 따라 우뚝 선 비경

겨울 철새들이 머물다 가던 조용한 시골 마을 연천을 찾는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다. 2023년 12월부터 지하철 1호선이 연장 개통되면서 접근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천혜의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반도의 역사를 품은 명소가 많아 연인, 가족은 물론 조용한 휴식공간을 찾는 나홀로 여행객의 발길도 늘고 있다.

연천 하면 빼놓지 말아야 할 여행지로는 아홉 가지가 꼽힌다. 연천9경이다. 제1경은 한탄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형 중 한 곳으로 지장봉에서 흘러내리던 계곡물이 주상절리 절벽을 만나 폭포를 이룬 ‘재인폭포’다. 제2경은 고구려 3대 성 중 하나인 ‘호로고루’이며, 제3경은 임진강변을 따라 위풍당당하게 펼쳐진 ‘임진강 주상절리’다. 선사인의 숨결이 들려오는 ‘연천 전곡리유적’은 제4경으로 꼽히며, 그 뒤를 이어 가장 가까이 북한을 느낄 수 있는 ‘태풍전망대’가 제5경으로 꼽힌다. 제6경은 선사시대를 엿볼 수 있는 ‘전곡선사박물관’이며, 제7경은 옥녀봉의 인사하는 거인 ‘그리팅맨’이다. 고려의 종묘라 불리는 ‘숭의전’이 제8경, 마지막으로 웅장한 현무암 절리를 벗삼아 걷는 ‘차탄천 주상절리’가 제9경이다.

연천9경 중 겨울의 낭만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을 추천하자면, 단연 ‘임진강 주상절리’다. 미산면 동이리 67-1번지 일원에 위치한 임진강 주상절리는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합수머리에서부터 북쪽으로 임진강을 거슬러 수 킬로미터에 걸쳐 있다. 아름다운 현무암이 수직으로 우뚝 펼쳐진 이 비경은 약 27만 년 전 화산이 폭발했을 때 용암이 쌓인 뒤 강물에 오랜 세월 침식되면서 생겨났다. ‘절리’란 암석 표면에 발달하는 좁은 틈이나 금을 말하는데 침식을 받게 되면 이 틈이 벌어지면서 암석이 쪼개진다. 주상절리는 긴 통 모양의 절리를 일컫는다. 현무암이 침식을 받게 되면 육각형 모양의 돌기둥이 떨어져 나가면서 아름다운 주상절리 절벽이 완성된다. 그야말로 자연이 빚어낸 조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임진강 주상절리는 높이 40미터, 길이 1.4킬로미터에 달한다. 강을 따라 DMZ 트래킹의 평화누리길 11코스가 펼쳐져 천천히 수직 절벽을 따라 걸으며 감상할 수 있다. 강물에 휩쓸려 둥글게 다듬어진 조약돌을 밟으며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펼쳐진 벽면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의 경이로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추운 날에는 벽면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리는데, 맑디맑은 강물에 비친 풍경은 거울처럼 또 하나의 세상을 비추는 듯하다.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속에서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부지런히 걷다 보면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될 것이다.

바닥에서 솟아난 고드름이 있다고?

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 경계에 위치한 3번 국도, 철원군을 알리는 경계 표지판을 앞두고 차탄천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를 건너면 특별한 표지판이 나타난다. 바로 역고드름을 알리는 표지판이다.

고드름이라고 하면 처마 끝에서 아래로 자라는 모습을 흔히 떠올리지만, 역고드름은 이름처럼 아래에서부터 위로 자라는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터널 지붕에서 떨어진 물이 지면에 얼어붙어 있는 얼음 위에 오랜 시간 떨어져 고드름이 위로 커가거나, 열 분자 압력으로 지하에 있는 물 분자가 솟아올라 역고드름이 만들어지게 된다고 한다.

역고드름은 고대산 자락 경원선 철길이었던 폐터널에서 볼 수 있는데, 원래 북한의 원산까지 연결된 경원선이 1945년 끊어지면서 버려지게 됐다. 터널 내에 역고드름이 자란다는 사실은 2005년 마을 주민의 제보로 알려졌다.

한국전쟁 당시 이북 지역이었던 이곳은 북한군이 탄약 창고로 사용하였고, 미군의 폭격을 받았던 곳이다. 당시 폭격으로 터널 위쪽에 생긴 틈과 독특한 자연 현상이 맞물려 해마다 겨울 역고드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시대의 아픔을 품은 폐터널의 장관이 아이러니하다.

터널은 길이 100m, 너비 10m로 바닥에서 역고드름 수백 개가 솟아올라 있는데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크기가 매우 다양하다. 역고드름은 12월 중순부터 자라기 시작해 이듬해 2월까지 볼 수 있다. 연천 역고드름은 위에서 자라는 고드름과 땅에서 솟아나는 고드름이 모두 확인된다. 고드름이 위아래로 자라난 터널은 마치 입을 쩍 벌린 괴수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석회암 동굴에서 만들어지는 종유석과 석순에 비견되기도 하는데, 1년을 주기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들어진다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해마다 겨울이 되면 또 다른 모습으로 완성될 역고드름을 기대하며 이곳을 다시 찾는 여행객이 많다.

어쩌면 연천의 역고드름은 지난해를 뒤로하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닮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3월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역고드름처럼 지난날의 후회는 잊고 새로운 미래를 차곡차곡 쌓아가 보자.

연천 콩과 율무로 만든 고소하고 담백한 건강 밥상

아름다운 비경을 실컷 감상했다면 이제 따뜻하게 몸을 녹이며 배를 든든하게 채울 차례다. DMZ가 가장 길고 민통선 영역이 가장 넓은 지역인 연천에서 재배한 농작물은 모두 건강한 자연을 품고 있다. 그중 연천 특산물로 손꼽히는 것은 율무와 콩, 흑고사리 등이다.

국내 율무 재배 면적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는 연천은 자타가 공인하는 율무의 고장이다. 율무는 한국인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차로 즐겨 마시는 익숙한 먹거리다.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 기름진 땅, 밤낮으로 큰 일교차 덕분에 연천에서 생산된 율무는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또, 농약이나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재배해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다.

일교차가 큰 기후 덕에 높은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또 하나의 특산물은 바로 콩이다. 연천은 민통선 지역 최대 콩 산지다. 서리가 내리고 한참 지난 후에도 연천 들판은 콩 수확이 한창이다. 작지만 단단하고 고소한 연천 콩은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이소플라보노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두부 수율도 높아 연천 지역 곳곳에서 손두부를 판매하는 맛집을 만날 수 있다.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 불리는 고사리도 유명하다. 고사리는 색이나 형태에 따라 청고사리, 먹고사리, 세발고사리 등으로 분류된다. 연천 지역 고사리는 줄기가 검은색을 띠어 흑고사리로 불린다. 1990년대 말부터 민통선에서 채취한 흑고사리 뿌리를 밭에 심어 수확하기 시작하면서 연천을 대표하는 특산품 중 하나가 됐다. 연천 흑고사리는 다른 지역에서 재배한 고사리보다 부드럽고 쫄깃쫄깃하며 향이 진한 것이 특징이다. 얼큰하고 담백한 두부 전골, 고소한 두부부침, 향긋한 흑고사리나물볶음 등 연천 특산품으로 차린 건강 밥상과 따뜻한 율무차 한 잔으로 여행길에 스민 추위를 몰아내고 새해를 따뜻하게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연천 맛집, 여기 어때?

DMZ 청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연천 농산물은 품질과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봄에는 흑고사리, 여름에는 오이, 가을에는 율무, 겨울에는 콩으로 대표되는 연천의 청정 먹거리와 함께 건강한 미식 여행을 즐겨보자.

1. 모향촌손두부

매일 아침 연천 콩으로 직접 두부를 만들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다. 인기 메뉴 중 하나인 두부 전골은 조개가 듬뿍 들어가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멸치와 새우젓으로 맛을 낸 전라도식 양념으로 진한 풍미가 느껴지는 두부 조림은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다.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모두부와 고소하면서도 달큰한 콩되비지탕도 추천한다.

  • 주소연천군 전곡읍 전곡로 119
  • 운영 시간11:30~22:00
  • 문의031-835-2119
2. 한여울통나무랜드

30년 전통을 잇고 있는 연천군 모범음식점으로 매일 아침 연천 콩으로 직접 두부를 만든다. 다양한 두부 요리와 함께 삼겹살, 한우 등심, 찌개류 까지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 특히 한우두부버섯전골은 소고기와 두부는 물론 버섯과 배추가 듬뿍 들어가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담백하고 고소한 연천 콩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두부구이도 추천한다.

  • 주소연천군 전곡읍 평화로 427
  • 운영 시간09:00~22:00
  • 문의031-832-7676
3. 율믜당

연천을 대표하는 특산물 중 하나인 율무를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율무콩크림라떼, 율무라떼, 율무셰이크 등 다양한 메뉴에서 건강하고 고소한 율무의 풍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연천율무떡과 율무가루를 더한 연천율무빙수는 사시사철 사랑받는 메뉴이다. 통창 너머로 보이는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 특별한 휴식을 선물한다.

  • 주소연천군 연천읍 연천로 87
  • 운영 시간10:00~19:00
  • 문의0507-1316-8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