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가장 맛있는 감귤이 나기로 소문난 서귀포시 효돈동. 이곳에 감귤 농장과 가공 공장을 운영하며 유쾌하고 행복하게 농사를 짓는 청년 농부가 있다. 바로 코삿의 최동우 대표다. 그동안 주스를 만든 후 버려지던 껍질 같은 부산물은 감귤 농가의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코삿은 껍질을 비롯해 귤꽃, 풋귤 등을 가공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수출을 시작으로 미국 등 세계 시장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는 코삿. 최동우 대표를 만나 그동안의 성장 과정 속에 숨은 이야기를 들어본다.
제주 감귤로 맞이한 인생의 전환점
최동우 대표는 대학에서 사물놀이의 매력에 빠져 농악을 배우다가 그 인연으로 귀농 전 줄곧 문화기획자로 일해왔다.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도 참여하고 제주도 상설 공연장도 운영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던 그를 막아선 것은 2016년 일어난 사드 사태였다. 중국 정부가 자국인의 한국 관광에 족쇄를 채우면서 중국 단체 관광객의 발길도 끊겼다. 공연 시장도 얼어붙어 공연장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
“공연장 문을 닫고 부동산 개발업체에 근무하다가 아내를 만나 결혼했어요. 장모님께서 감귤 농사를 짓고 계셨는데 갑자기 건강이 악화돼 농장 운영을 할 수 없게 됐어요. 장인어른께서는 따로 건설업을 하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가 농장을 이어받게 됐습니다. 그때가 2019년이니 벌써 6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네요. 제주에서 공연장을 운영하기 전 농촌체험학교와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농업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어요. 당시 마을별로 6차산업을 체험하고 평가하는 학교를 운영하는 사업에 참여했는데요. 그 경험 덕분에 단순 생산만으로는 더 이상 농업이 성장할 수 없음을 깨닫고 체험과 가공 등 6차 산업으로 눈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감귤 농업은 오랜 세월 제주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기반이었다. 한때 감귤 농사로 자식 대학 공부까지 시킨다는 의미로 ‘대학나무’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감귤 농가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생산 물량이 쏟아지면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산지에서 폐기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또, 과생산에 따른 비상품 감귤도 늘어나면서 감귤 부산물 처리장도 포화 상태였다. 이 때문에 무단투기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해 부산물에서 나온 침출수가 화산 암반을 그대로 통과해 지하수로 스며들 우려도 제기됐다. 최동우 대표는 제주 감귤 농업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주스를 만들고 난 후 버려지는 껍질로 차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어요. 예부터 제주 사람들은 감귤 껍질을 차나 약재로 사용해왔거든요. 먼저 감귤을 착즙한 ‘따봉주스’를 개발해 2019년 12월부터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호기롭게 직판장과 매장을 열었지만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만나 좌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판로를 변경했어요. 어린 시절 즐겨 마시던 유리로 된 오렌지 주스 병을 차용한 디자인에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요. 여기에 직접 농사지은 무농약 제주 감귤 100%를 착즙해 맛과 영양면에서 월등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제주 감귤의 우수성
따봉 주스 출시 이후 최동우 대표는 귤 껍질을 음료와 차 원료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귤화수’가 탄생했다. 귤화수는 다양한 감귤 부산물을 블렌딩해 찬물이나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실 수 있는 티백차이다. 1월의 귤 껍질, 5월의 귤꽃, 8월의 풋귤, 10월의 감귤까지 제주 감귤의 일 년 열두 달을 한 잔에 담았다.
“귤꽃이나 풋귤은 감귤을 재배할 때 솎아내 버려지는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어요. 가치 없다고 여기는 것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현재 감귤과 다양한 만감류 껍질을 다양하게 섞어 만든 ‘귤피허끈차’, 슈퍼푸드 귀리에 감귤을 더한 ‘귤래놀라’, 『동의보감』에 기록된 처방전을 복원해 만든 귤피차인 ‘귤피일물탕’, 판매가 불가한 꼬마 귤을 가공해 잼으로 만든 ‘따봉 마멀렛’ 등 상품 구성을 늘려 나가며 제주 감귤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은 제주를 넘어 더 넓은 해외 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2년 베트남에서 열린 베트남 엑스포에 참가해 30만 달러의 감귤 가공품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듬해인 2023년에도 같은 행사에서 110만 달러의 수출 계약이 이루어졌다.
“그동안 다양한 해외 박람회에 참가해 우리 제품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원물부터 가공, 유통까지 직접 원스톱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품질과 가격 경쟁력에서 월등히 앞설 수 있었습니다. 일례로 일본에서 직접 제주로 찾아온 바이어도 있었는데, 농장과 가공 공장을 둘러보고 흡족해하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품질과 신뢰야말로 코삿이 가진 가장 큰 무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최동우 대표는 “베트남 엑스포에 처음 참가했을 때 동남아시아 시장의 한류 열풍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베트남 메가그랜드월드 하노이 K-타운 메인 광장에 529㎡ 규모의 매장을 오픈해 운영 중이다. 그는 “앞으로 태국, 일본 등 아시아 10개국 주요 도시에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것이 최대 목표”라고 밝혔다. 여기에 제주 화장품과 기념품 등 특산물을 판매할 계획도 갖고 있다.
“많은 돈을 벌기보다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주 농업과 환경,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코삿은 ‘마음이 너그러워 흡족하고 기분이 유쾌하며 행복해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제주 말이다. 코삿이 판매하는 제품을 찾는 고객은 물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코삿해졌으면 하는 최동우 대표의 염원을 담고 있다. 그 자신도 코삿이라는 이름처럼 유쾌하고 행복하게 농사를 짓고 싶다고. 하지만 귀농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농업과 식품 가공업이 전공 분야가 아니다 보니 작은 문제가 생겨도 전문가를 찾아가 묻고 관련 지식을 찾아 나서야 했습니다. 귀농 초기부터 월마다 3~4회 이상씩 컨설팅과 교육, 포럼, 간담회 등에 참석해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지식을 쌓으려고 노력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생산과 제조, 체험, 유통에 걸쳐 각 분야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사업의 기초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바이오 기술과 만난 감귤, 다시 부흥할 날을 꿈꾸며
최동우 대표는 식품보다 훨씬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바이오 산업에 뛰어들 계획도 갖고 있다. 현재 제주대학교와 협력해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바이드’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국내 특허 세 건과 PCT국제특허 두 건을 등록·출원 중이다.
“바이드는 바이오플라보노이드(Bioflavonoids)의 줄임말입니다. 감귤류 껍질에서 추출하여 얻은 플라보노이드 화합물 성분인 바이오플라보노이드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과 면역력 향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발효 전환 기술을 활용한 ‘감귤 콤부차’, 냉압착 추출 기술을 활용한 ‘귤피 에센셜 오일’, 용매 추출 기술을 활용한 ‘감귤 펙틴’ 등이 있는데요. 감귤의 유용한 성분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바이오 기술로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계획입니다.”
2021년 로컬 크리에이터 선정과 농림축산식품부 뉴스타 청년 농부 전국 1위 수상부터 2022년 서귀포시 스타트업 글로벌센터 입주, 2022년 농촌진흥청 가공상품 마케팅 경진대회 최우수상 수상에 이르기까지 최동우 대표가 걸어온 길은 짧지만 걸음걸음마다 굵직한 자취를 남겼다.
“앞으로 감귤 가공 산업에 관심을 갖는 청년들이 점점 더 늘어나 효돈 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주면 좋겠어요.”
현재 코삿이 운영하는 농장이 위치한 효돈 일대는 그야말로 귤림추색(橘林秋色)의 금빛 풍광이 펼쳐지고 있다.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 싱그럽게 익어가는 감귤의 모습은 코삿과 닮았다.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코삿이 맺은 옹골찬 결실은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제주를 변화시키고 있다. 생산과 가공을 넘어 바이오 산업까지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코삿의 미래가 더 큰 결실을 맺길 바란다.
대표 제품
따봉주스 제주 감귤 100%를 그대로 착즙한 주스. NFC 착즙 공법으로 감귤 특유의 맛과 향, 비타민 등 영양 성분이 거의 그대로 살아 있다. 착향료, 색소, 보존료 등 인위적인 합성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파우치와 유리병 두 가지 형태로 판매한다.
귤화수 귤꽃, 풋귤, 감귤, 귤 껍질을 섞어 만든 눈으로 즐기는 차. 감귤 부산물을 활용한 침출차 제조 방법에 관련한 특허 기술을 활용해 향긋하고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직접 물에 우려 마시는 티백형과 기능성 원료를 더한 액상차 두 가지 종류를 판매한다.
귤피허끈차 감귤을 비롯해 다양한 만감류 껍질을 섞어 만든 차. 제품명에 섞다는 뜻의 제주말 ‘허끄다’와 개운하다는 뜻의 제주말 ‘허끈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향긋한 맛과 구수한 맛이 어우러진 가온, 강한 풍미를 갖고 있는 펠롱, 상큼하고 싱그러운 향이 일품인 윤슬, 쌉쌀한 맛과 단맛이 어우러진 느루 등 네 가지 종류가 있다.
귤래놀라 슈퍼푸드 귀리에 건조 감귤과 각종 건과일, 견과류를 더한 수제 그래놀라. 설탕 대신 캐나다산 메이플 시럽과 에리스리톨을 사용해 건강한 단맛을 즐길 수 있으며, 오븐에 두 번 구워 바삭한 식감을 자랑한다.
귤피일물탕 『동의보감』에 기록된 처방전으로 복원해 만든 귤피차. 귤피 한 가지만을 달인 약을 의미하는데, 몸이 찌뿌듯하며 결리고 아픈 증상을 다스려 몸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따봉 마멀렛 사이즈가 작아 상품용으로 판매가 불가한 꼬마귤로 만든 감귤잼. 감귤 함량 75%로 과육과 껍질을 함께 조리해 향과 맛, 식감까지 뛰어나다.
주요 판매처
홈페이지, 제주도 특산품 판매점, 국내 백화점 팝업 스토어 등
홈페이지 가기 > https://cosat.kr/online-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