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인터뷰

매일을
‘월요일’처럼 일하는
바쁜 오이 농장의 비결유창민 농가

지금으로부터 9년 전 토경 재배로 오이를 재배하기 시작한 유창민 대표는, 올해 처음 스마트팜으로 재배한 오이 수확을 앞두고 있다. 재배 면적을 넓히고 스마트팜이라는 새로운 재배 방식을 도입한 건, 단순히 재배 기술의 변화를 넘어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도전이었다.

생산 방식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

유창민 대표가 문자로 보내온 주소에 도착하니 회색 건물이 하나 보였다. 다른 온실에서 일을 하고 있어 도착까지 10분이 걸린다고 했다. 그를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도저히 오이가 자라는 환경이 예측되지 않았다. 게다가 방문 당일에는 눈까지 내리고 있었다.

잠시 후 도착한 대표와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는 농기구와 장비들만 여기저기 놓여 있을 뿐 오이 농장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건물 안에 온실로 들어가는 문이 하나 있었다. 건물 안에서 또 다른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자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우와” 광경을 목격하자마자 저절로 외마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약 4,628㎡ 규모의 온실 안에는 일렬로 정렬된 오이 모종들이 추위를 딛고 천장으로 이어진 줄을 따라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아버지가 하던 농장을 이어받아 9년째 오이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유창민 대표는 올해 스마트팜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천안농업기술센터가 추진한 농촌지도 시범사업 중 하나로 ‘천안형 스마트팜’에 선정되어, 8월 착공을 시작해 12월 완료됐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스마트팜에서 오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토양이 아닌 배지를 활용해 오이를 재배한다. 온실의 환경을 제어하는 기술도 접목됐다.

“농촌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고 있어요. 특히 농작물을 재배하기 쉬운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팜이라는 재배 방식을 택한 이유는 필연적인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작물을 보다 손쉽게 관찰하고 관리하는 방법

우리 식탁에서 가장 흔하게 마주할 수 있고 반찬으로도 많이 활용하는 식재료가 오이이지만, 오이는 재배하기에 제법 까다로운 작물이다. 온도가 13도 이하로 내려가면 생장점이 멈춰 더이상 자라지 않고, 습도가 높으면 병해충에 쉽게 노출된다. 따라서 오이를 건강하게 재배하려면 온도와 습도 같은 환경 조건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스마트팜은 환경 제어를 보다 손쉽게 할 수 있다. ‘복합환경제어시스템’ 덕분이다.

“온실 내부에는 ‘센서노드’가, 외부에는 ‘기상대’가 설치돼 있습니다. 센서노드는 온실 내부의 온도·습도·이산화탄소 등을 측정하는 장치예요. 기상대는 온도·습도·풍향·풍속·강우·강설과 같은 외부 환경을 모니터링합니다. 이러한 장치를 통해 오이가 자라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작물의 생장에 적합한 환경이 되도록 조절해 줘요. 측정된 데이터와 환경 변화는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PC나 핸드폰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온도와 환경 제어에 대해 이야기하며 유창민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온실의 창을 개방했다. 창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온실의 온도가 조금씩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는 ‘푸쉬바’라는 천장 개폐 시스템이다.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 시스템을 보여주며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지시 온도를 설정해 두면 햇볕의 양이나 온도 변화에 따라 천창과 측창을 자동으로 개폐할 수 있어요. 이를 통해 오이 재배와 관리에 적합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죠. 관리도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는데, 간혹 보이는 오이잎 중 오므라든 잎들은 추위 때문이에요. 주기적으로 온도를 측정한 그래프를 보면, 그래프 선이 갑자기 뚝 떨어진 지점이 있습니다. 내부 온도가 내려갔기 때문이죠. 이를 확인하고 온도를 조절해야겠다고 판단해 실내 온도를 조정했고 지금은 다시 잎들이 펴지기 시작했어요.”

온도와 습도 같은 환경뿐만 아니라 오이는 수분에도 매우 민감한 작물이다. 이는 오이가 성장 과정에서 많은 양의 수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이를 먹으면 풍부한 수분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가 오이의 90% 이상이 수분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분 공급이 필수적이다. 이 역시 물의 양을 자동으로 조절해 관수하는 시스템 덕분에,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스마트팜의 다양한 기술을 물어볼 때, ‘특별한 기술은 없다’ 고 말했던 유창민 대표의 말과 달리 스마트팜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기술이 도입돼 있었다. 그중 하나가 스마트팜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설비인 ‘리프트’다. 오이가 수직으로 높게 자라기 때문에 리프트를 위아래로 움직여 오이를 수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작업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수확 과정에서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인터플랜팅이라는 기술도 있다. 기존의 모종 사이에 새로운 모종을 심어 수확 공백을 줄이고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이다. 생장 환경을 제어할 수 있어 가능한 재배 방식이다.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스마트팜

그렇다면 스마트팜에서 재배하는 오이는 양분을 어떻게 공급받을까. 토양에서 재배하는 작물은 거름 등을 통해 양분을 제공받지만, 스마트팜에서는 배지에 모종을 심어 기르기 때문에 영양소를 배합한 양액과 물을 작물에 직접 관주해 재배한다. 특히 그 풍경이 특이하다. 파이프 관을 통해 온실 안으로 흘러 들어가는 양액은 각 배지에 마치 ‘링거’처럼 꽂혀 있는 드리퍼를 통해 오이의 뿌리에 공급된다. 토양에서보다 더 좋은 양분을 먹고 자라나게 될 오이가 궁금해졌다.

아쉽게도 스마트팜으로 재배한 오이는 보지 못했다. 스마트팜을 개소하고 모종을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아 샛초록색 이파리들이 이제 막 무릎 높이까지 자라났기 때문이다. 약 일주일 뒤에나 수확할 수 있다고 했다. 첫 시작이 좋아야 계속해서 농장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창민 대표는 이번 수확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농촌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고 있어요. 특히 농작물을 재배하기 쉬운
방식으로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스마트팜이라는 재배 방식을 택한 이유는
필연적인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오이는 성장 속도가 빨라 대략 40~45일부터 수확을 할 수 있다. 여러 온실을 운영하고 있는 유창민 대표는 그래서 매일 오이를 따는 게 반복되는 일과라고 했다. 일주일 내내 ‘월요일’처럼 일하고 있다고. 어떤 농장이 그러하지 않겠냐마는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유창민 대표의 가장 큰 목표는 지금보다 더 농장을 확장하는 데 있다.

“스마트팜을 잘 정착시켜서 더 확장하고 싶어요. 아직 접목하지 못한 기술도 스마트팜에 적용하고, 이를 통해 오이 수확량을 더 많이 늘리고 싶습니다.”

최첨단 시스템이 적용된 농장에서 최첨단 기기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농부의 꿈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