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꾸 라이프

버려진 시골 마을의 맨끝집을

사색과 영감, 회복의 공간으로!

평일에는 서울에서 목공방을 운영하며 공간을 디자인하고 가구를 제작하고,주말에는 충남 시골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창작의 영감을 얻는 목수 박소연 님. 오도이촌 생활에서 이촌을 책임지는 그녀의 특별한 공간 ‘맨끝집’을 소개합니다.

맨끝집 인스타그램 @the.last.house
목공방 인스타그램 @in_a_piece

20여 년간의 회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런 자신에게 쉼과 영감을 주는 공간을 선물하고 싶어 시골집을 찾기 시작했다. 평화롭고 고요하며, 오롯이 독립된 공간을 찾아 나섰고 2022년 여름 충남 금산에서 한 폐가를 만나게 됐다.

폐가는 작은 마을의 길 끝자락에 위치해 있었다. 이에 착안하여 이곳을 ‘맨끝집’이라 이름 지었다. 손길이 많이 필요해 보이는 폐가였지만 그녀의 눈에는 너무 멋져 보였다. 빨간 함석지붕을 얹은 벽돌집과 이를 감싸안은 듯한 푸르고 너른 산세는 마치 동화 속 풍경처럼 보였다.

주택 외관

외부 공사를 하면서 신경을 가장 많이 쓴 부분은
전체 단열과 지붕 공사입니다.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빨간 함석지붕을 철거하지 않고
보존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복도

층고 확보와 단열을 위해 천장은 모두 철거했지만
아름다운 서까래와 대들보는 그대로 살려
노출했어요. 완성 후에는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되었습니다.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맨끝집을 매매하기 전, 그녀는 신중한 결정을 위해 꼼꼼하게 우선순위 조건을 세웠다. 첫째, 집에 구조적인 결함이 없고 수도, 전기와 같은 기본 설비가 되어 있을 것(비용, 시간 절감을 위해). 둘째, 마을 안에 속해 있으면서 다른 집과 적당한 거리가 있을 것(사생활 보호를 위해). 셋째, 집 안팎에서 충분히 자연을 느낄 수 있을 것(시골집을 매매했던 근본적인 이유). 맨끝집은 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집이었고 서둘러 계약을 진행했다.

계약 후에는 마치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처럼 기획안을 작성하고 도면을 그렸다. 기획안에는 맨끝집의 콘셉트, 지향점, 예산 등을 포함했다. 박소연 님이 원했던 맨끝집의 콘셉트는 ‘수도승의 집’, ‘건강한 손노동의 공간’이었다. 지향점은 낡고 오래된 것들도 최대한 보수하여 사용하고 자연 친화적인 소재를 활용해 집을 고치는 것이었다. 예산은 시공 비용, 가구와 집기 구매 비용, 인건비 등을 모두 포함하여 최대 7천만 원 이내로 계획했다.

침실

침대에 누워서도 창을 통해 자연을 바라볼 수 있도록
큰 창을 냈어요. 아침에 잠에서 깰 때, 잠자리에
들 때, 언제나 창밖 풍경을 바라볼 수 있어 좋아요.
침실은 잠과 휴식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길
바라서 가구와 집기를 최소화했어요.

주방 겸 거실

리모델링 시 가장 많이 고민하고, 공을 들인
공간이에요. 거실이 따로 없는 시골집 구조상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곳이니까요. 자연의 색깔과
소재를 최대한 활용하여, 자연스럽고 간결한 공간이
되도록 했어요. 또 언제나 자연을 바라볼 수 있도록
나무 합판 문은 철거했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간직한 존재들은 언제나 따뜻하기에

집을 고치는 내내 뼈저리게 느낀 것은, 오래된 공간을 고쳐 산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려 다시 맨끝집을 만났던 날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망설임 없이 이 집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한다. 시간의 흐름을 간직한 존재들은 언제나 따뜻하다고 말하는 그녀. 오랜 시간을 간직한 것들은 새롭고 반짝이는 것들이 주지 못하는 편안함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목수 박소연 님의 오도이촌 생활에서 맨끝집은 한 주를 새롭게 시작할 힘을 얻는 소중한 공간이다. 평화롭고 고요하며, 오롯이 독립된 이곳에서 자연 속에서 충분히 휴식하며 영감을 얻는 박소연 님의 삶이 오도이촌 생활에 대한 로망을 불러일으킨다.

서재

‘묵상의 방’이라고 이름 지었어요. 오롯이 사색과 묵상을
하는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직접 만든 독서 의자와
책 선반만 배치했어요. 구옥 철거 시 수거한 고재로 만든
책 선반은 공간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욕실

리모델링 전에는 실내에 욕실이 없었고, 외부에 재래식
화장실만 있었어요. 그래서 주방 옆, 창고처럼 활용하던
공간을 욕실로 만들었어요. 욕실 신설의 경우, 수도와 배관
작업도 함께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배수설비 설치 신고서’를 작성하고, 설비와 공사 내용을
군청에 신고하는 일도 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