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인 사람은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레스토랑 부토의 오너 셰프 임희원도 그렇다. 끊임없이 요리하고, 꾸준하게 새로운 식재료를 탐구하며, 계속해서 참신한 메뉴를 선보인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게 바로 셰프로서의 소명이라 믿기 때문이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흑백요리사 100인의 셰프 중 한 사람이었던 임희원 셰프는 ‘셀럽의 셰프’라는 타이틀로 출연해 ‘베지테리언 사시미’라는 요리를 선보였다. 베지테리언 사시미는 그의 대표 메뉴로, 비트와 아보카도를 김에 싸 간장과 와사비를 곁들여 먹는 요리다. 마치 참치회를 연상시키는 비주얼처럼, 맛 또한 참치회를 먹는 것과 같은 맛과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베지테리언 사시미를 비롯해 그의 요리는 대체적으로 채소를 베이스로 한다. 가지멘보샤, 오이김치와 부라타치즈 등 대표적인 메뉴가 모두 채소 중심이다. 채소를 활용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데는 특별한 이유랄 것은 없다. 어릴 적부터 체득해 온 집안의 식문화 덕분에 자연스레 채소를 좋아하게 됐다. 요리를 시작하면서는 사용해 보지 않은 채소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채소를 접했고 채소를 활용해 다양한 요리를 했다. 채소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농부를 따라 산으로 들로 향하게 하기도 했다. 정관 스님을 만나 사찰 음식을 배우면서부터는 ‘먹는 사람을 생각해 만드는 더 좋은 요리’에 대한 방법론을 강구하게 됐고, 그 고민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한식 다이닝 부토는 어떤 공간인가요.
부토는 아비 ‘부(父)’와 흙 ‘토(土)’를 결합한 이름으로, 즉 ‘좋은 재료는 좋은 땅에서 나온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부토는 좋은 재료를 바탕으로 창의적이면서도 편안한 음식을 선보이는 공간이에요.
요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어릴 적에 집에 친구들이 놀러 오면 줄곧 라면을 끓여 주고는 했어요. 친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뿌듯했거든요. 그때는 라면 가게 사장님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본격적으로 요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한정식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셰프님이 요리하는 모습을 보게 됐는데, 그 모습이 정말 멋진 거예요. 그래서 사장님께 직접 요리를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그렇게 요리를 시작하게 됐죠. 벌써 20년이 됐어요.

부토는 아비 ‘부(父)’와 흙 ‘토(土)’를 결합한 이름으로, 즉 ‘좋은 재료는 좋은 땅에서 나온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부토는 좋은 재료를 바탕으로 창의적이면서도 편안한 음식을 선보이는 공간이에요.
제철 채소와 하우스 채소를 모두 활용해요.
꼭 유기농만을 고집하지는 않아요.
제철 재료의 가장 큰 장점은 신선함입니다.
그 계절에 가장 맛있는 재료를 요리사가
선택해 사용하는 거죠. 제철이 아니라
맛이 조금 부족하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재료를 넣어 더 맛있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요.
채소를 활용한 요리에 특별히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집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외식보다는 집에서 요리해 먹는 걸 선호했고, 고기보다는 생선을, 반찬으로는 주로 나물을 자주 먹었어요. 어릴 때부터 채소 중심의 식단을 이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채소에 익숙해지고 애정을 갖게 됐죠. 전환점이 된 건 정관 스님을 만나면서부터예요. 그때 슬로우푸드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컸던 시기예요. 사찰 음식을 배우며 음식에 대한 철학에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사찰의 음식은 먹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서 조리 방식이 달라져요. 수행자가 먹는 음식은 에너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나물 같은 음식은 더 오래 삶아 에너지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리하는 방식이더라고요. 사찰 음식처럼 ‘사람을 생각하면서 음식을 만든다면 더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계속해서 하게 됐죠. 그래서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요리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채소를 사용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제철 채소와 하우스 채소를 모두 활용해요. 꼭 유기농만을 고집하지는 않아요. 제철 재료의 가장 큰 장점은 신선함입니다. 그 계절에 가장 맛있는 재료를 요리사가 선택해 사용하는 거죠. 제철이 아니라 맛이 조금 부족하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재료를 넣어 더 맛있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요. 핵심은 신선한 것을 사용하면서도 다양한 재료를 골고루 사용하는 것이에요.
태안에 밭을 사서 농작물을 직접 재배한다고 들었어요.
직접 재배한 작물로는 주로 어떤 메뉴를 만드시나요.
필요한 채소만 재배하기 때문에 소량으로 작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김치를 직접 담그기 위해 배추와 무를 재배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담근 김치는 주변에 나눠 주기도 하고요. 아버지가 도와주고 계시는데 ‘뻔한’ 작물을 재배하는 걸 좋아하세요. 그런 뻔한 재료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익숙한 재료를 가지고 익숙하지 않은 메뉴를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부토를 방문한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베지테리언 사시미를 먹어 본 분들 대부분이 “채소에서 고기 맛이 난다”라며 신기해하더라고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창작 과정이 궁금해요.
셰프로서 새로운 메뉴를 계속 시도하는 건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창작하는 데 뭐 별 게 있나요. 그냥 느끼면 되는 거예요. 시장에서 재료를 보거나 식당에서 무언가를 먹으며 ‘이걸로 이런 걸 만들면 좋겠다’라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아요. 그렇게 떠오른 생각을 바탕으로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고, 고민하기보다는 바로 시도해 봅니다. 실행하면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그때그때 해결해 나가고요. 그렇게 레시피가 완성됐다고 끝이 아니에요. 전통적인 방식으로 창작물을 완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운 스타일링을 추가하거나, 재료를 빼거나 더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조합을 시도해 보려고 해요.

한식 퓨전 요리를 선보이고 계시는데요.
요리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저는 소위 말하는 ‘퓨전’ 음식이 미래에는 한국의 ‘전통 음식’ 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요리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하는 요리가 전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문화 역시 시간과 함께 많은 변화를 통해 형성됐잖아요. 화장법도, 옷 스타일도, 심지어 일하는 방식도 바뀌듯이 음식 역시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진화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활동하는 서울이라는 곳은 트렌디하고 다양한 문화가 혼재된 도시예요. 그런 서울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요리에 반영하고, 그 흐름에 맞게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고 싶어요.
다양한 기업과 콜라보를 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계시는데요. 향후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요리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고, 지금처럼 한식이라는 주제로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거예요. 그 결과물이 3월부터는 조금씩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냥 우리 가족이 행복하고 소소하게 사는 거예요.
끝으로 <그린매거진> 독자분들께 인사 한마디 부탁드려요.
우리나라 제철 재료를 많이 활용하면서 단순히 익숙한 맛뿐만 아니라 새로운 맛을 내보면서 재미를 느껴 보시면 좋겠어요. 제 인스타그램을 참고하시면 ‘이런 방식으로도 요리를 할 수 있구나’라는 새로운 시각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갓 지은 밥에
갓 볶은 양배추

셰프들의 식탁에는 무언가 특별한 게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임희원 셰프의 식탁은 무척 간결하다.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는 채소이고, 즐겨 먹는 반찬과 메뉴는 ‘양배추’를 활용한 음식이다.
“집에서는 주로 간단하게 먹는 편이에요. 양배추는 활용도가 높아서 정말 즐겨 먹습니다. 국으로 끓이기도 하고, 간장과 참기름만 넣어 살짝 볶아 중화풍으로 즐기기도 하죠. 이렇게 만들면 따뜻한 밥 한 공기만 있어도 간단하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갓 지은 밥에 갓 볶은 양배추는정말 맛있는 조합이거든요.”
건강에 좋은 채소를 꼽을 때 항상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양 배추는, 세계 3대 건강 식품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게다가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식재료이기도 하다. 양배추에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해 쉽게 포만감을 주고, 장의 움직임을 촉진해 변비를 예방한다. 식이섬유는 장내 이로운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장 건강을 증진하고, 콜레스트롤 배출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