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농업과학자

책에서 모색하는
개발자가 나아가야 할 길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

방지웅 농업연구사

농업연구사는 주로 어떤 책을 읽을까? 감동적인 소설, 말랑한 에세이, 은유의 미학이 담긴 시를 읽으며 이성을 대신해 감성을 채우기도 한다. 그러나 방지웅 농업연구사는 농업연구사답게 개발에 필요로 한 실증 서적을 주로 탐독한다. 프로그래머란 무엇인지, 개발자가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인지에 대해 책 속에서 탐구하고 연구하며 자신이 나아갈 길을 찾아간다.

스마트팜 전용 앱스토어, 아라온실

농촌진흥청에 입사하기 전, 방지웅 농업연구사는 쌀밭조건불리직불제·유기질비료지원·시설원예현대화 등 다양한 농업 보조사업을 관리하는 시스템 운영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방지웅 농업연구사는 사업 관리에 머무르지 않고 ‘연구’와 서비스 ‘개발’을 통해 농가에 실질적 보탬이 되는 일이 하고 싶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배경을 살려 2019년 농촌진흥청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농업과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입사 후 방지웅 농업연구사는 일손 부족과 고령화라는 농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스마트팜’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스마트팜이 나아가야 할 혁신적인 방향을 모색해 오고 있다. 그 노력의 결실 중 하나가 바로 ‘아라온실’이다. 스마트팜을 연구하며 그는 국내 스마트팜의 한계를 발견하게 된다. 스마트팜에 새로운 기술이 접목될 때마다 각 기술 간의 ‘호환성’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스마트팜은 기술 수준에 따라 1세대부터 3세대까지 구분한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원격으로 제어하는 ‘1세대’, 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지능형 단계인 ‘2세대’, 그리고 로봇 기술을 접목해 농작업의 무인화를 실현하는 ‘3세대’이다. 그러나 농업연구사의 말에 따르면 현재 국내 스마트팜 농가는 여전히 1세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바로 기술 간 호환성 부족에 있다.

“스마트팜에는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어 있어요.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각기 다른 회사의 제품이다 보니, 농가에서는 여러 회사의 장비를 따로 설치해야 하고 관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스마트팜에서는 온도·습도 등 다양한 환경을 복합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각기 다른 장비를 개별적으로 관리하다 보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특히 기술을 공급하던 회사가 폐업하거나 공급을 중단할 경우 대체할 방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아라온실의 목표는 장비 간 호환성을 높이고, 소프트웨어의 표준화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규격과 통신 방식이 달라 새로운 장비를 설치하려면, 추가적인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바로 스마트팜 전용 앱스토어 기반 온실 종합 운영관리 플랫폼 아라온실이다.

한층 더 편리하게, 한 단계 더 똑똑하게

아라온실에는 다양한 핵심 기술이 접목되어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장비를 하나의 시스템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능, 새로운 장비를 설치할 때 자동으로 연결되고 등록되어 설치와 설정을 간소화할 수 있는 네트워크 플러그 앤 플레이 기능, 각 장비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능, 그리고 수집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저장하고 분석해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아라온실의 가장 큰 특징은 스마트팜 전용 앱스토어를 통해 이 모든 지능형 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농가는 이를 통해 필요한 응용 프로그램을 선택해 설치하고, 스마트폰에서 앱을 다운로드하듯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일반적인 앱스토어를 떠올리면 돼요. 아라온실에 스마트팜 전용 앱스토어가 있는 거죠. 스마트폰의 앱스토어에서 다양한 앱을 다운받아 설치하는 것처럼, 아라온실에서도 다양한 스마트팜 앱을 다운받아 설치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라온실의 핵심은 활용 편의성이다. 코딩에 익숙하지 않은 비전공자도 엑셀 기반의 개발 도구를 사용해 온실 관리 모델을 직접 만들 수 있다. 흡사 마이크로소프트 엑셀과 유사한 인터페이스로, 함수 활용과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본인이 원하는 설정 조건을 직접 입력할 수 있고, 해당 조건에 맞춰 ‘천창을 열거나 닫는’ 등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또한, 이렇게 엑셀로 구현된 파일은 다른 농가와 공유할 수 있어 동일한 생육 환경을 가진 농가 간 효과적인 관리 기법을 서로 활용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아라온실을 기반으로 1세대 스마트팜을 2세대 스마트팜으로 전환하면 농가 생산성은 37.6% 증가하고 노동력은 11.1%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방지웅 농업연구사는 이와 같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농촌진흥청 2024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직 농가에 보급되지 않았지만, 좋은 성과를 얻은 것 같아요. 특히 많은 선후배 연구자분들의 도움 덕분에 선정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아라온실이 농가에 안정적으로 보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연구자

농가의 생산성은 높이고, 노동력은 절감하는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농업과학자는 어떤 책을 주로 읽을까. 뼛속까지 과학자인 방지웅 농업연구사는 소설책보다는 컴퓨터 관련 책을 더 선호한다. 그런 그가 즐겨 보는 책 중 하나는 농업과학자의 길을 걸으며 보다 자주 읽게 됐다는 『혼자 연구하는 C/C++1』이다. 이 책은 흡사 C 언어의 ‘바이블’처럼 여겨진다.

“어려서부터 읽었던 책들이 수학, 자동차 정비, 컴퓨터 관련 서적뿐이라 소설 같은 책은 잘 못 읽겠더라고요.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책도 컴퓨터 책입니다. 책 속에 쓰인 컴퓨터 코드를 보면 마치 모국어처럼 느껴질 정도예요. 특히 이 책은 농업과학자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농업에 인공지능 같은 기술들이 접목되고 있어서, 기술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공부를 해야 해요. 관련 서적들이 많지만 이 책처럼 쉽게 쓰인 책도 없을 거예요. 비전공자가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C 언어와 관련된 책을 쓴 저자이지만, 저자는 컴퓨터 전공이 아닌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래서 그 어떤 책보다 비전공자의 입장에서 C 언어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다. 설명이 매우 자세히 되어 있어 책의 두께도 ‘벽돌’처럼 꽤나 두껍다. 무엇보다 방지웅 농업연구사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개발자란 어떤 사람인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왜 프로그래머가 되려고 하는지, 프로그래밍의 어떤 면이 매력적인지 생각해 본 적은 있는가?
어떤 대상을 좋아하고 즐기려면 자신이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분명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그래머는 적성에 맞아야만 할 수 있는 직업이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3D 직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자신이 왜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 하는지 분명한 자기 가치관을 가지라는 것이다. 『혼자 연구하는 C/C++1』

“단순히 컴퓨터 언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는 개발이란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어요. 특히 책 중간 중간에 저자가 에필로그 형식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프로그래머란 무엇인지, 개발자가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있어요. 컴퓨터 언어를 공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런 중요한 명제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기에 C 언어를 공부하는 많은 농업과학자가 읽어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추천합니다.”

방지웅 농업연구사는 연구를 하면서 ‘모르는 것’과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새롭게 알아갈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세상에 없던 기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창조할 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않는 그를 보고 사람들은 종종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세상에 없던 새로움을 창조하기 위해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다. 때로는 바이블과도 같은 이 책을 꺼내어 보면서, 오늘도 내일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혼자 연구하는 C/C++1&2』

김상형 지음|와우북스

“컴퓨터 언어의 기초는 C 언어입니다. C 언어를 제대로 습득하게 되면 자바, 자바스크립트, 파이썬 등 모든 언어를 단시간에 습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언어가 출시되더라도 C 언어의 기본적인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연구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 아두이노는 C 언어를 모르면 다룰 수 없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따라서 연구자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언어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실험 결과를 검증하는 장치와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므로, 제대로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고자 하는 연구자들에게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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