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인터뷰

안전한 농업이 건강한 농업의
시작이라는 믿음

임실배과수작목반 총무 이재홍

이재홍 총무는 임실군 배과수작목(이하 작목반)의 안전을 지키는 안전지킴이다. 임실배과수작목반의 총무로서, 12곳의 농가가 안전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솔선수범한다. 병해충이 유행하면 작목반 회원들에게 방제 안내 문자를 보내고, 농업기술센터에서 안전 교육이 있을 때면 빠짐없이 관련 정보를 전달한다. 작목반에서 나이가 제일 어리다는 이유로 ‘총무’가 됐지만, 이제는 그 누구보다 안전 관리에 진심이 됐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안전’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고가 일깨워준 안전의 중요성

이재홍 총무가 농사를 지으며 안전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직접 겪은 아찔했던 사고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SS기를 몰다가 큰 사고가 날 뻔했어요. SS기는 바퀴 대신 궤도로 움직이는 농약살포기계로 웬만한 경사지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이에요. 문제는 물탱크에 남아 있던 물의 양이었어요. 물탱크에 물이 가득 차 있으면 무게 중심이 안정적인데, 반 정도만 남아있으면 출렁거리면서 무게 중심이 바뀌게 돼요. 경사지에서 그게 정말 위험하더라고요. 갑자기 SS기 균형이 무너졌고, 순식간에 뒤집혀 버리며 사고가 발생했죠.”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자칫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사고였다. 그날의 경험은 이재홍 총무의 뇌리에 ‘안전한 작업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깊이 각인시켰다. 사고 이후 더욱 철저하게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때 마침 농업기술센터의 ‘작목별 맞춤형 안전관리 실천 사업’을 알게 됐다. 하지만 이 사업에 지원하려면 최소 20곳의 농가가 참여해야 했고, 그는 직접 농가를 찾아 취지를 설명하며 함께할 것을 제안하고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결국 뜻을 함께하는 농가들이 모여 작목반을 구성했고,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에 농가들은 체계적인 안전 교육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안전한 농작업을 도와주는 장비를 지원받았다.

교육을 통해 알게 된 것

이재홍 총무를 비롯한 작목반은 ‘농업인 맞춤형 안전·보건 교육’ 을 통해 다양한 안전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교육 과정은 농작업 안전, 건강 관리, 작업 환경 관리, 위험물질 취급 방법, 안전 장비 사용 방법 등으로 세분화되어 진행됐다. 특히 농기계 사고 예방, 근골격계와 심뇌혈관 질환 예방, 농약과 위험 물질의 안전 관리 방안, 보호구와 농기계의 올바른 사용법과 같은 농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안전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또한 참여형 농작업 환경개선활동(PAOT, Participatory Action Oriented Training) 교육을 통해서는 농작업 환경을 스스로 점검하고 개선하는 방법을 익혀 보다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을 얻었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안전과 관련한 내용을 철저히 준수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올바른 안전 장비를 착용해, 경미한 부상까지도 근절하는 일이다. 농업은 그 특성상 위험 위해 요인이 많아 사고·부상·장애·질병 등이 발생하기 쉽다. 작목반은 사업을 통해 다양한 안전 장비를 지원받았다.

“전지 작업을 하면서 손가락 절단 사고가 자주 발생해요. 인체 감지 전동 가위는 가윗날에 손가락이 닿으면 자동으로 멈춰 절단·베임 사고를 방지하죠. 농약 살포 작업을 할 때 가장 힘든 건 무거운 농약통을 메고 작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20kg이 넘는 제초제를 어깨에 메고 계속 걸어 다니면서 분무하다 보면 허리·어깨 등 신체에 많은 무리가 가고, 하루 종일 작업하고 나면 근육통이 심해져요. 호스릴 분무기는 메지 않고 바닥에 두고 호스만 뽑아서 사용하면 되니까 훨씬 편리해요. 방향 전환이 자유롭고 자동 잠김 기능이 있어 넓은 면적에 농약 살포도 쉽게 할 수 있어요.”

이 외에도 작동 방법이 쉽고 가벼운 경량 예초기, 안전 고글, 경량 안전 장화 등의 안전 보호구를 도입했다. 또한 일반 우비 형태의 방제복이 아니라 은색 방제복은 열 반사 기능이 있어 체감 온도를 40% 낮춰줘 여름철 작업을 보다 수월하게 한다. 미끄럼 방지 기능이 강화된 장화는 평평한 바닥에서도 잘 미끄러지지 않고 소재도 부드러워 장시간 착용해도 편안하다.

“예전에는 ‘작업을 어떻게 하면 빨리 끝낼까’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해졌어요. 작업 효율도 높아지고, 무엇보다 건강을 지킬 수 있어서 정말 만족합니다.”

예전에는 ‘작업을 어떻게 하면 빨리 끝낼까’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해졌어요. 작업 효율도 높아지고, 무엇보다 건강을 지킬 수 있어서 정말 만족합니다.

이재홍 총무가 전하는 메시지,
‘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

이재홍 총무를 주축으로 한 작목반은 사업에 대한 참여도와 개선 의지가 높았다. 농업 현장에서 나타난 실질적인 성과가 이를 증명한다. 다양한 캠페인에 참여하고 안전 수칙을 실천한 덕분에 안전 관리 수준이 33.1% 향상됐고, 작업 중 위험성이 80% 낮아지는 성과를 냈다. 이런 노력은 2024년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농작업 안전재해 예방 경진대회’에서 ‘농업인 안전 실천 분야’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입증하기도 했다.

이 경진대회는 농작업 안전 분야 시범사업 우수사례를 발굴·확산하고, 농업인 스스로 안전한 농작업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농작업 안전 문화를 조성하고자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하는 대회다. 해당 경진대회에서 작목반은 농작업 안전 기록 관리, 농작업 안전 관리 개선 실천, 농업인 안전 교육, 파급효과 등 주요 평가 기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동력 상실을 100%로 봤을 때, 50세 이전까지는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해요. 하지만 50세가 넘어가면 피로가 누적되면서 회복이 점점 어려워지고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집니다. 따라서 농업을 오래 지속하려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피로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를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 바로 안전이죠. 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해요.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건강을 지킬 수 없고, 건강을 잃으면 결국 경제적인 어려움이 찾아옵니다. 즉 안전한 작업 현장을 조성하는 일이, 곧 생명 연장과 경제적 안정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농업에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습관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다른 농가에서도 작업 방식을 개선하고, 안전한 장비를 도입하는 등의 방법을 찾아서 안전을 지키면서 효율적으로 농사를 짓기를 바랍니다.”

익숙한 작업 환경에서 습관적인 작업 방식으로 농업을 하다 보면, 사람들은 안전을 쉽게 간과하기 마련이다. 으레 그래 왔고, 사고는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일한 생각은 사고를 만들고, 사고는 심각한 부상을 입힐 수 있으며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겪어 보지 않은 사람보다, 겪어 본 사람이기에 안전의 필요성을 여실히 느껴 안전 수칙을 철저하게 실천하고 있는 이재홍 총무와 임실배과수작목반. 안전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농업을 지속 가능하게 하고 건강과 생계를 지키는 필수 요소라는 것을 임실배과수작목반의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