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꾸 라이프

시간의 더께가 쌓인 한옥에

현대의 온기를 더하다

한옥유월의 부부는 전라북도 김제의 한 시골 마을에서 한옥을 리모델링해 사랑스러운 아이와 반려가족인 고양이, 강아지와 함께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오래된 한옥의 멋은 살리고, 여기에 현대적인 감각까지 더해 아늑하고 따듯한 보금자리를 만든 한옥유월. 그들의 시공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한옥유월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iam_csh

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만나 연인이 된 부부는 10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을 했다. 그들의 첫 시작은 경기도 고양시의 어느 작은 빌라였다. 그곳에서 5년을 살다 불현듯 귀촌의 꿈을 꾸게 되었고, 2021년 지금의 시골 한옥을 찾아 이사를 왔다. 이듬해에는 마치 선물처럼 소중한 아이가 부부에게 찾아왔고 2023년 4월에 사랑스러운 아들, 은우를 출산했다. 현재는 은우, 강아지 하늘이, 고양이 밤이 이렇게 다섯 식구가 시골 한옥에서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한옥은 전체 부지 약 495㎡(150평)로, 본채 약 60㎡(18평), 별채 약 20㎡(6평)로 이뤄져 있다. 이 한옥은 1938년에 상량됐고 현재까지 긴 세월을 거쳐오며 한옥만의 아름다움을 지켜오고 있다.

본채 외관

공사 전, 본채는 아쉽게도 기와만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어요. 적벽돌로 증축된 부분은 미관상 예쁘지 않아
철거했고, 현관문은 한옥과 어울리도록 원목으로
교체했습니다. 툇마루는 폴딩도어로 교체해 환기와 채광을
확보했고 나머지 창문은 그대로 사용했어요.

주방

맞춤 제작한 ‘ㄷ’자 형태의 아일랜드 식탁을 식탁 겸 홈바로
사용하고 있어요. 천장과 벽은 위생과 비용 절감을 위해
도배만 했습니다. 싱크대 쪽 창은 너무 커서 반으로 줄였는데
단열이 되면서도 채광과 환기가 잘 되게 수리했어요.

한옥의 매력을 지키고, 부부의 감각은 더하고

리모델링을 위한 예산은 3,500만 원이었다. 부부는 꼭 필요한 부분만 수리하고, 시공할 수 있는 부분은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리모델링의 중점은 전통적인 멋을 지닌 한옥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부부만의 감성을 더한 모던한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었다. 그래서 거실과 작은 방 모두 한옥 천장의 서까래를 그대로 노출해 리모델링했고 상량문도 그대로 보존했다. 덕분에 서까래와 상량문을 볼 때마다 부부는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상량문에는 ‘대대손손 잘 살기를 바란다’는 문구가 적혀있는데, 이를 보며 두 사람은 더욱 따듯한 마음을 느낀다.

색감에도 특별히 신경을 썼다.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 드넓은 시골로 이사 온 만큼 집안에도 자연의 색을 들여놓고 싶었다. 그래서 집안 곳곳에 포인트 색상으로 ‘녹색’을 사용했다. 주방에는 커튼을, 욕실에는 커튼·타일·온풍기를 녹색으로 해 포인트를 줬다.

복도

처마의 서까래가 보일 수 있도록 기존에 증축한 부분을 철거하고,
썩은 기둥은 교체했어요. 복도의 천장은 80년대 레트로 스타일로
지금은 제작도 어려워 조명만 교체하고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어요. 입구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공간의 확장성을
주고 싶어서 아치로 마감했답니다.

거실

오래된 시골집이라 단열에 신경을 썼어요.
외벽은 단열 필름을 시공한 후 석고보드로 마감했고,
내벽은 한옥의 멋을 살리기 위해 흰색 회벽으로
마감했어요. 벽은 모던하게 시공하는 대신 천장은
서까래를 그대로 노출했어요.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나요?

한옥유월이 한옥에서 살아가는 방식

한옥유월이 한옥에서 생활을 하며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할 라이프 스타일이 있었다. ‘미니멀 라이프’다. 과거의 생활 양식과 비교하면 한옥은 그리 작지 않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현대 생활 양식으로 보자면, 각종 가전제품과 생활용품이 함께 공존해야 하는 한옥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에 속한다. 그래서 아무리 큰 한옥이라도 공간이 제한적이다 보니 한옥유월은 저절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며 한옥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집에서는 미니멀 라이프를 즐기며 생활하고, 집 밖에서는 텃밭을 가꾸며 도시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소중한 사람에게 나누면서 느끼는 기쁨도 무척 크다. 게다가 텃밭에서 직접 수확한 신선한 재료들로 만든 음식은, 보기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맛도 일품이다. 정원에서 가꾼 꽃들로는 꽃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이처럼 한옥유월은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자연이 주는 선물을 만끽하고 있다.

욕실

욕실은 전 집주인이 리모델링한 모습 그대로 사용하기로
하고 타일만 덧붙였어요. 상단에는 흰색 타일을 배치해
깨끗한 느낌을 주었고, 하단에는 짙은 녹색 타일을 배치해
안정감을 더했어요. 또한 짙은 녹색 컬러가 물때나 오염이
보이는 것을 최소화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작은방

거실과 마찬가지로 외벽은 단열 필름을 시공하고
석고보드로 마감했어요.
천장의 서까래도 그대로 노출했답니다.
이곳에는 보일러실이 붙어 있어 소음을 줄이기 위해
붙박이장을 맞춤 제작해 배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