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 맛, 농업이 미래다

가루쌀과 빵의 만남

농업회사법인 새싹

황운연 대표

농업회사법인 새싹 황운연 대표는 새로운 시도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다. 22년 전 처음 아버지로부터 농사일을 물려받았을 때도 그랬고, 황운연 대표를 주축으로 한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할 때도 그랬다. 그리고 일반 벼에서 논콩으로, 다시 가루쌀로 재배 작물을 변경하는 데도 거침이 없었다. 농업을 하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일을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움을 향한 그의 열망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가루쌀을 활용한 빵 제조, 가루쌀 체험 공간 운영, 이제는 밀가루 형태의 가루쌀 판매까지. 그의 도전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농업은 끝없는 도전

“농사를 짓기 시작할 때부터 개인 농업도 기업 형태로 가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어요. 아버지께서 농사를 물려주셨을 때도 기존 방식대로 논 농사를 이어갔지만, 저는 보다 체계적이고 기업화된 방식으로 농업을 운영하고 싶었죠. 2019년 ‘새싹’을 설립한 계기는 단순한 변화를 시도한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설립 이후 새싹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처음 설립 당시에는 논타작물 전환 정책과 함께 벼를 짓던 논에 논콩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다양한 정책과 지원이 뒤따랐고, 나름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리고 황운연 대표는 또 한 번, 논콩에서 가루쌀로의 작물 전환을 이뤄내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22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가루쌀 생산단지 조성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한층 더 확장된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직접 재배해 보기로 했죠. 초기에는 시범적으로 진행했지만, 그 과정에서 가루쌀의 여러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영농 기간이 단축된다는 점이에요. 일반 벼는 보통 5월 중순부터 이앙을 시작하지만, 가루쌀은 6월 말부터 시작해요. 일반 벼의 생육 기간이 150일 정도인 데 반해, 가루쌀은 약 110일 정도로 40일가량 짧기 때문에 이모작 재배에 적합합니다.”

게다가 가루쌀을 재배하는 방식은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일반 벼보다 논에 물을 데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저탄소 농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연 강우나 수로를 이용해 물을 공급하고, 재배하는 과정에서도 비료 사용도 최소화해 환경 부담도 줄이고 있다. 새싹은 이러한 재배 방식을 인정받아 농림축산식품부의 GAP(우수관리인증)와 환경부의 저탄소제품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지인을 통해 처음 가루쌀을 접하게 됐어요.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직접 재배해 보기로 했죠.
초기에는 시범적으로 진행했지만,
그 과정에서 가루쌀의 여러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영농 기간이 단축된다는 점이에요.

이로운 가루쌀

그렇다면 가루쌀은 어떤 작물일까? 가루쌀은 2019년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바로미2’ 품종으로, 밥쌀용 품종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진다. 변화하는 소비 구조에 맞춰 가루로 가공하기 쉽게 개발된 품종으로, 물에 불리지 않고도 제분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덕분에 제과·제빵·면류 등 다양한 식품 가공에 활용할 수 있다.

“일반 벼는 육묘 기간이 길어질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특히 온도가 맞지 않으면 생육 속도가 늦어지고, 이를 기다리는 동안 병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예를 들어 일반 벼를 5월에 파종하면 25~30일의 육묘 기간이 소요되는데, 이 과정에서 물 빠짐이 좋지 않으면 뿌리가 썩는 현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반면, 가루쌀은 육묘 기간이 매우 짧아 이러한 위험이 줄어듭니다. 새싹 건물 곳곳에 물의 공급과 배수 관리가 효율적인 육묘장을 만들어 두었어요. 이곳에 바닥 깔기를 하고 모판을 배치하면, 약 10일 만에 싹이 트기 때문에 짧은 기간 내에 빠르게 성장하여 병해의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루쌀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울산의 현미제분소와 가루쌀 전량 판매에 대한 MOU를 체결하며, 가루쌀의 활용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정부 수매가 줄어들면 농가들이 판로 문제로 인해 재배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정적인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품종이라도 지속적으로 재배하기 어렵죠. 처음 가루쌀 프로젝트를 제안했을 때, 주변 농가들이 참여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그분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가루쌀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공간

농업으로 살아남겠다는 황운연 대표의 의지는 가루쌀 재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중 하나가 가루쌀로 만든 소금빵이다. 초기에는 가루쌀로 만든 빵의 판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매출이 그 시장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 주었다.

“직접 제분을 시도해서 가루쌀로 빵을 만들어 봤는데 생각보다 품질이 매우 우수했어요. 흔히 ‘건강식 빵’이라고 하면 건강에는 좋을지 몰라도 맛이나 식감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만들어 본 결과 일반 밀가루로 만든 빵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뛰어나고 소화도 잘 되더라고요.”

가루쌀로 만든 빵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음료와 빵을 판매하는 ‘아술당’이라는 브랜드도 새롭게 런칭했다. 밀가루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건강한 첨가물만을 넣어, 맛과 건강까지 보장하는 빵을 선보이고 있다.

“가루쌀 원료 자체가 매우 훌륭하기 때문에, 최대한 나쁜 재료는 배제하고 좋은 재료만을 엄선하여 사용하려고 해요. 가장 좋은 재료만을 고집하며, 신선한 빵을 제조하는 곳이 바로 아술당입니다.”

황운연 대표는 앞으로도 실현하고 싶은 계획이 많다. 새싹과 아술당이 있는 공간을 체험 가능한 공간으로 변모시킬 예정이다. 2023년에는 농촌진흥청 ‘쌀가루 지역 자립형 소비모델 시범사업’ 에 선정되어 9억 원 규모의 가루쌀 제분 및 쌀빵 가공을 위한 시설장비를 도입했다. 이 사업과 연계해 황운연 대표는 제분기를 활용하여 생산 과정과 특징을 보여줄 수 있는 견학과 체험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 가루쌀을 밀가루처럼 만들려는 계획도 있다.

“새싹 공장 내에 믹서기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이 믹서기는 톤 단위로 믹싱이 가능하고 글루텐과 다른 첨가물의 혼합 비율을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어요. 가루쌀을 밀가루처럼 상품화해, 보다 많은 사람에게 가루쌀의 매력을 알리고 싶습니다. 현재는 상품화를 위한 패키지 준비 중에도 있습니다.”

가루쌀을 재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가공품을 개발하고,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가루쌀의 가치와 가능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황운연 대표. 가루쌀이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황운연 대표의 새로움을 향한 열망은 식지 않을 것이다.

아술당
대표 상품

밀가루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가루쌀과 건강한 첨가물만을 넣어 만든 빵을 판매합니다.
먹는 이의 건강을 생각해 빵에 들어가는 재료를 엄격하게 엄선했죠. 국산 마늘이 듬뿍 들어간 마늘 바게뜨, 남원 지역에서 재배한 팥을 가공해 만든 팥빵, 쫄깃함과 담백함이 일품인 소금빵이 아술당의 대표 메뉴입니다.

위치:전북 남원시 대산면 대곡신계길 173 1층
문의:063-772-77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