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환 씨는 1997년 고향인 합천으로 귀농한 뒤 30년 넘게 39,669m² 대지에서 마늘과 양파를 재배하고 있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게 있다면, 사람의 ‘손’을 대신해 ‘농기계’의 효율을 빌린다는 점이다.
품앗이 대신 농기계로
처음 농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차민환 농부는 농사짓는 일이 즐거웠다. 바쁜 농번기에는 마을 주민들과 서로 ‘품앗이’를 해가며 일손을 더 했다. 여기저기에서 손을 빌려 농사의 재미를 알아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농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도시로 하나둘 떠나고 빌리던 일손도 없었다. 일손을 구해도 이번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때 차민환 농부는 1세대 수확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한다.
“수확기를 도입하기 전에는 사람이 직접 호미로 마늘을 뽑았어요. 그런데 인력도 부족하고, 하루 종일 호미로 마늘을 뽑는 작업은 너무 힘들었어요. 결국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계를 도입하게 됐죠.”
기계를 도입하기 전에는 마늘 수확을 위해 20명이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일했다. 농기계를 도입한 후에는 작업 일수가 확연히 줄어, 3일이면 모든 작업을 완료할 수 있다. 수확기 도입 후 농기계 효율성을 실감한 차민환 농부는 이후 농작업에 필요한 다양한 농기계를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작업 전 과정을 도와주는 농기계 혁명
그다음으로 두둑 성형, 약액 살포, 비닐 피복 작업을 위해 ‘휴립피복기’를 들였다. 트랙터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는 이 기계는 토양을 잘게 하면서 두둑을 만드는 ‘휴립 작업’과 만들어진 두둑 위에 ‘제초제 살포’ 작업과 멀칭 비닐을 덮는 ‘비닐 피복’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 작업의 효율성을 크게 높인다.
“예전에는 두둑을 만들고, 그 위에 약제를 뿌린 후, 비닐을 씌우는 모든 과정을 사람이 직접 했었죠. 하나하나 모두 사람 손으로 해야 하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된 일이었어요. 그런데 이 복토기는 그 모든 작업을 한 번에 해결해 주니까 정말 신세계 같았어요.”

휴립과 제초제 살포, 비닐 피복 작업이 끝난 후에 파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파종기’를 도입했다. 사람을 대신해 한 번에 여러 줄을 동시에 심을 수 있고, 종자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해 작물의 발아와 생육이 균일하게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사람이 하나씩 심을 때보다 작업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어, 더 빠르고 효율적인 파종이 가능하다.
“농작물에 영양제를 보급하고 병충해를 방지하는 차량 탑재형 ‘방제기’ 역시 아주 편리한 농기계 중 하나예요. 예전에는 경운기에 약제를 분사할 수 있는 방제기 장비를 장착해 다녔어요. 그 당시 방제기에는 호스만 달려 있어서 사람이 직접 호스를 들고 작업을 해야 했죠. 호스를 감고 푸는 과정도 번거롭고, 효율성이 떨어졌어요. 차량 탑재형 방제기는 리모컨 하나로 호스를 제어할 수 있어, 사람이 직접 호스를 감고 풀 필요 없이 기계가 자동으로 호스를 당기고 풀어줍니다.”

게다가, 리모컨만으로 원거리에서 방제기를 다뤄 약제를 분사하거나 중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약제를 정확하게 분사할 뿐만 아니라, 작업자의 노동 강도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특히 리모컨으로 제어할 수 있어, 넓은 농지에서 방제 작업을 할 때 유용하며 물리적으로 힘든 작업을 자동화해 작업 효율을 크게 향상한다.
1세대 수확기계(굴취기)에 이어 보다 성능이 향상된 2세대 수확기계(줄기절단기, 굴취기, 수집형 수확기)는 작업효율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마늘 품질도 크게 좋아졌다.
1세대 수확기는 굴취기로 마늘 구와 줄기를 통째로 두둑으로부터 파내어 수확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수확 후에는 사람이 직접 줄기를 잘라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수확기가 2세대에 접어들면서 줄기절단기와 수집형 수확기가 추가되었다. 줄기절단기는 마늘을 캐내기 전 두둑에 빽빽히 자란 줄기를 자를 수 있어 수확작업을 편리하게 수행 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수집형 수확기는 굴취와 이물질 선별, 톤백 수집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 수확작업에 필요한 노동력을 더욱 줄일 수 있다.
“예전에는 사람이 작업할 때 마늘에 묻은 흙을 털어내기 위해 마늘끼리 부딪치며 흙을 떨어뜨렸어요. 이 과정에서 마늘에 상처가 나는데, 그러면 마늘이 썩어버리게 되고 품질이 떨어지니까 시장에서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가 없었죠. 하지만 이제는 부드럽게 흙을 털어낼 수 있어, 마늘에 상처가 날 일이 없고 그만큼 품질이 좋아지기도 하고 생산량도 늘어났어요.”
영상으로 농기계가 작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일손을 대신한 기계의 작동 모습은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트랙터에 달린 기계의 ‘손과 발’이 밭을 일구는 모습을 보니, 이러한 변화가 점차 여러 농가에도 도입되면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사람이 작업할 때 마늘에 묻은 흙을 털어내기 위해 마늘끼리 부딪치며 흙을 떨어뜨렸어요. 이 과정에서 마늘에 상처가 나는데, 그러면 마늘이 썩어버리게 되고 품질이 떨어지니까 시장에서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가 없었죠. 하지만 이제는 부드럽게 흙을 털어낼 수 있어, 마늘에 상처가 날 일이 없고 그만큼 품질이 좋아지기도 하고 생산량도 늘어났어요.
농기계 도입 전 고려할 점
차민환 농부는 농업의 효율성과 품질 개선을 위해 농기계를 계속해서 도입할 계획이다. 자신이 경험한 농기계의 혁신을 다른 농가에 추천하면서, 두 가지 사항은 반드시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섣불리 구매하기보다는, 먼저 지역의 농기계 임대사업소를 이용하거나 농기계를 도입한 이웃 농가의 의견을 들어보세요. 실제 사용 경험을 통해 신뢰성 있는 정보를 얻는 게 중요해요. 가장 중요한 건 수리·점검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농기계를 서울에서 구매하고 실제로 사용하는 곳이 경상남도라면 수리·점검이 빠르게 처리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농사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기계가 고장 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농작업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수확 철, 비가 오기 전에 반드시 수확해야 하는데 기계가 수리되지 않으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빠르고 효율적인 AS 시스템은 농기계 도입에서 매우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노동력 부족과 농촌의 고령화 문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해결책은 농기계 도입이다. 농기계를 도입함으로써 더 효율적인 작업을 통해 ‘시간’과 ‘인력’을 절약할 수 있고, 그 결과 더 나은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농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위한 해결책은 농기계라는 것을, 차민환 농가의 경쟁력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