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부응하는 밀 품종을 육성하다
김경민 농업연구사는 우리나라에서 재배 안정성이 높은 밀 신품종을 연구한다. 다양한 밀 품종이 개발되었지만, 기후변화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일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 변동이 심해지면서 기존 품종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요. 새로운 병해충도 많이 발생하고 있고요.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품종 개발이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도 새로운 품종을 개발해야 합니다.”
밀 뿐만 아니라, 새로운 품종을 개발할 때는 시대에 따라 요구 사항이 변화한다. 10~20년 전만 해도 농업 환경에서 벼와 이모작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품종 개발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같은 땅에서 1년에 두 번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빨리 자라고 일찍 수확할 수 있는 밀을 새로 개발했다. 하지만, 짧은 숙기와 높은 생산성을 목표로 한 품종은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 이후 균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밀 품종 개발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최근에는 어떨까. 소비자의 관심사가 건강으로 집중되면서, 기능성 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밀 품종이나 저칼로리, 고영양 밀 제품이 소비자에게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밀을 많이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용도에 맞춰 개발하는 것이 중요해지기 시작했어요. 밀은 빵·면·과자 등 다양하게 가공되기 때문에, 각 용도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밀은 다른 작물과 달리 ‘글루텐’이라는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요. 글루텐은 적절한 점성과 탄성을 부여해 빵·면·과자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단백질입니다. 글루텐의 함량과 조성에 따라 가공 적성이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글루텐이 약하면 빵이 잘 부풀지 않고 반대로 너무 강하면 과자를 만들기 어려워요. 이러한 가공 적성을 조절하기 위해, 글루텐 단백질의 함량과 조성을 결정하는 유전자 연구가 필요합니다. 저는 용도에 맞는 단백질 함량 조성과 글루텐 질을 개선한 밀 품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밀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단백질 함량이라면, 이를 좌우하는 중요한 성장 요소 중 하나가 질소다.
질소는 식물의 생장과 발달에 필수적인 성분으로, 단백질 합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과거에는 단백질 함량을 높이기 위해 질소 비료를 사용했다. 최근에는 ‘친환경 농업’과 ‘탄소중립’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변화에 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경민 농업연구사는 식물체의 질소 이용 효율을 높여, 적은 비료로도 단백질 함량이 높은 밀 생산 또한 연구하고 있다.

10년의 과정, 10년의 결실
기존 연구와 다르게 김경민 농업연구사의 밀 품종 개발은 차별점이 있다. 이제까지는 우리나라 재배 환경에 적응력을 높여 생산자가 만족하는 품종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그의 연구는 농민과 가공업체까지 고려한 가공 용도별 품종을 개발·보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우리 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생산’과 ‘소비’를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연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밀을 생산해도 가공업체에서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 밀로 빵을 만들려고 했는데 제대로 부풀지 않으면, 우리 밀의 품질이 낮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도별로 적합한 밀 품종을 구분해 개발했습니다. 빵을 만들기에 적합한 품종, 면을 만들기에 적합한 품종을 따로 연구·보급하며, 농민들에게도 적극적으로 해당 품종이 어떤 가공에 적합한지 안내했습니다. 또한, 가공업체에도 품종별 특성을 상세히 제공하여 적합한 밀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을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김경민 농업연구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면 가공에 적합한 ‘한면’과 제빵에 적합한 ‘백경’을 개발했다. ‘한면’은 숙기가 빨라 벼와 콩과 이모작하기 좋고, 건면과 유탕면(라면) 가공에 우수한 적성을 보인다. 실제로 ‘한면’을 사용해 유탕면(라면) 시제품을 만들고 수입 밀과 소비자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한면’ 쪽에 기호도가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백경’은 추위에 강해 재배 안정성이 높고, 글루텐 단백질의 질적 조성이 뛰어나 제빵 시 무게 대비 부피가 크고 부드러워 제빵에 매우 적합하다.
김경민 농업연구사는 용도에 맞는 밀 개발의 우수한 성과를 인정받아 <고품질 밀 품종 개발·보급으로 자급률 향상>으로 2024년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실 김경민 농업연구사의 성과는 단기간에 이뤄낸 결과가 아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10년 동안 연구를 해왔지만, 모든 성과는 팀과 연구실이 함께 이뤄낸 결과예요. 연구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품종 개발을 비롯한 모든 연구는 팀 단위로 진행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해온 연구는 선배들의 기초 연구 위에서 진행해 왔고, 또한 이 연구는 후배들이 이어서 해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결국, 이런 연구는 국가 기관에서만 할 수 있는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식량 작물을 연구하는 일은 국가와 국민에게 중요하기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신품종 연구에 매진하려 합니다.”


과학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농업연구사는 기존 품종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특성이나 개선된 성질을 가진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진행한다. 그래서 김경민 농업연구사 또한 과학에 대한 깊은 호기심을 가지고 연구에 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책 『과학을 보다』를 추천했다. 일상에서 가질 수 있는 과학적 호기심에 대해 각 분야의 과학자가 흥미롭고 쉽게 설명한 내용을 담고 있다.
“유튜브 채널 ‘보다BODA’에서 시작된 책이에요. 물리학자·천문학자·생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가 시청자가 궁금해할 만한 질문을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우주는 얼마나 클까?’, ‘공간 이동은 실제로 가능할까?’ 등 우리가 평소에 궁금했지만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을, 전문분야의 교수님들이 설명해주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과학을 어려워하거나 재미없어 하는 분들에게도 흥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합니다.”
『과학을 보다』는 유튜브 채널에서 미처 담지 못한 내용을 추가하고,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한 설명을 더했다. 여기에 핵심을 찌르는 그림은 세상의 만물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첫 페이지에서부터 정독하지 않아도 되고, 궁금한 부분부터 읽어도 좋다. 이 책은 과학책이지만, ‘문과생도 과알못도 재미있게 읽는 기발하고 수상한 과학책’이라는 카피처럼 누구나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다.
책에서 다루는 다양한 질문처럼, 과학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처럼, 시대의 변화가 던지는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밀 품종을 연구하는 김경민 농업연구사의 연구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김경민 농업연구사는 시대의 변화에 응답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농업을 제시하는 연구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그 연구 속에서 농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과학을 보다』
김범준, 서균렬, 지웅배, 정영진 지음|알파미디어

책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주는 얼마나 클까?’, ‘공간 이동은 실제로 가능할까?’, ‘빛의 속도를 어떻게 측정했을까?’와 같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과학적인 내용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우리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궁금증을 풀어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과학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과학에 호기심을 가진 분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식을 쌓고 싶거나 과학에 대한 흥미를 키우고 싶은 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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