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시골 영화관

오랜 시간 지켜온
토종 씨앗 이야기

씨앗의 시간

기술이 발전하면서 농촌도 빠르게, 효율적으로 변해 왔다. 하지만 여기, 오랜 방식을 지키며 토종 씨앗을 보존해 온 이들이 있다. 절기에 맞춰 성실하게 농사를 짓고, 그 과정에서 얻은 토종 씨앗을 지키며,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농부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효율이 중요한 가치가 된 시대. 그러나 결코 변해서는 안 될 것을 지켜 나가는 이들의 고집과 노력을 담은 영화 <씨앗의 시간>을 소개한다.

씨갑시를 찾아 나서는 여정

영화 <씨앗의 시간>은 오랜 세월 우리 땅에서 자란 토종 씨앗을 지켜온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해 동안 씨앗을 심고, 가꾸고, 수확한 뒤 다시 씨앗을 고르는 윤규상, 장귀덕 두 농부의 일 년을 따라가며 삶을 들여다본다. 영화를 보다 보면 느리지만 성실하고, 수고스럽지만 보람찬, 노동의 가치도 되새겨 볼 수 있게 된다.

씨앗을 보존하기 위해 지난한 노력을 하는 이들이 있다. 시민단체 ‘토종씨드림’이다. 2008년부터 전국을 돌며 토종 씨앗을 수집하고, 이를 다시 심어 증식해 널리 보급하는 일을 한다. 전국을 찾아다니며 나이 지긋한 농부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씨를 뿌려 수확하는 것이 있는지 물어물어 토종 씨앗을 수집한다. 토종 씨앗 수집단은 토종 씨앗을 보유한 농부를 씨앗의 방언인 ‘씨갑시’ 라 부른다. 안타깝게도 2022년 기준으로 씨갑시 할머니와 씨갑시 할아버지는 수집 초기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한다.

‘토종씨드림’은 토종 씨앗을 가진 농부에게 씨를 수집해 사진을 찍고, 종류를 분류하고, 이름을 붙여 씨앗을 생산한 뒤 보급한다. 농부들이 소중하게 지켜온 토종 씨앗의 가치를 잘 알기에, 농부들이 일러준 씨앗의 특성을 방언 그대로 꼼꼼히 옮겨 적어 보관한다. 토종 씨앗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까지도 함께 전하는 것이다.

씨앗을 보존하려는 농부의 마음

‘평택224 똬리호박’, ‘평택225 파랑콩’, ‘평택226 단호박’, ‘평택227 검정깨’, ‘평택228 키작은강낭콩’, ‘평택229 쥐눈이콩’, ‘평택230 작은댑싸리’

위 토종 씨앗은 모두 윤규상 농부가 기증한 종자다. 긴 세월만큼 깊이 굽은 그의 허리가 그간 얼마나 성실하고 부단하게 농사를 지어왔는지 짐작하게 한다. 농부는 옛날에는 해바라기, 사탕수수, 옥수수 등 다양한 작물을 많이도 심었는데 이제는 그 종류가 많이 줄었다고 말한다. 그는 전해 받은 토종 씨앗을 종이에 꼭꼭 싸고 씨앗의 이름과 특징을 꾹꾹 눌러써서 보관해 왔다. 씨앗을 소중히 여기는 그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화순322 찰수시’, ‘화순323 노랑들깨’, ‘화순324 검정들깨’, ‘화순325 호랭이동부’, ‘화순326 넝쿨동부’, ‘화순328 앵두’

위에 명단은 장귀덕 농부가 기증한 종자다. 그의 집 마당 한편에는 칸이 많은 사물함이 있다. 칸칸에 오랜 시간 보관해 온 다양한 토종 씨앗이 있다. 씨앗을 고르는 거친 손에는 삶의 흔적이 그대로 새겨져 있다. 평생 흙을 만지며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할머니의 인생이, 그 거친 손 너머로 그려진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오신 장귀덕 할머니는 이제 독한 관절 약을 드시게 됐다. 하지만 며느리가 올 때마다 행여나 자식들이 걱정할까 봐, 약을 안 보이는 곳에 꼭꼭 숨겨 놓는다. 그 억척같은 삶을 살아온 힘은, 어쩌면 모두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영화 <씨앗의 시간>은 토종 씨앗을 지켜온 농부의 순수한 마음과 이를 이어 나가기 위한 시민 단체의 열정이 어우러진 다큐멘터리 영화다. 24절기 흐름과 함께 흘러가는 농부들의 삶을 바라보면, 그들의 성실함과 충실함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들이 씨앗을 지키고 보존하는 공간은 경기도 평택과 전라남도다. 영화의 여운을 잇기 위해 두 곳의 명소를 함께 담아 봤다.

바람이 머물다 간 꽃밭
평택 바람새마을

평택 바람새마을은 봄에는 유채꽃을, 가을에는 핑크뮬리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이곳은 생태체험 마을로, 사계절 내내 다양한 농촌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감자·고구마 캐기, 달구지 타기를 비롯해 만들기 프로그램인 붉은 찹쌀 부꾸미 만들기, 쑥개떡 만들기, 화전 만들기, 호떡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이 있다. 공예 만들기 프로그램인 고춧대 장승 만들기, 부들 인형 만들기, 머드 비누 만들기와 같은 체험은 작품을 만들어 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도 판매하고 있으니, 신선한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도 놓치지 말자. 바람새마을에서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즐길 거리는 자전거다. 마을에서 자전거를 빌려 시원하게 달려보자. 동요 ‘노을’의 배경인 진위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면 더욱 기분 좋은 라이딩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전화 031-663-5453
  • 주소 경기 평택시 고덕면 새악길 43-62
자연과 함께하고 자연을 보호하는
평택 초록미소마을

평택의 드넓은 벌판을 볼 수 있는 초록미소마을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농촌 마을이다. 친환경 농산물을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대표적인 체험으로 두부 만들기, 쌀 가공공장 체험, 계절별 농사 체험이 있다. 친환경 퇴비 만들기, 친환경 에너지 체험은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농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힐링 가든도 운영한다. 초록미소마을은 국내 최초로 쌀겨 효소 찜질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쌀겨에 미생물을 증식해 자연 발효열로 찜질하는 독특한 체험을 제공한다.

  • 전화 031-683-1888
  • 주소 경기 평택시 오성면 신1리길 44-14
피톤치드 가득한
만연산

만연산은 화순읍과 광주 동구의 경계선에 위치한 해발 609m 산으로, 광주의 명산인 무등산과 이어져 있다. 무등산의 주 산줄기는 남서쪽으로 뻗어가다가 한 줄기는 안양산으로 내려가 호남 정맥으로 이어지고, 다른 한 줄기는 더 남서쪽으로 이어져 남동부 쪽으로 살짝 비켜서 봉우리를 이루며 만연산이 된다. 산의 북쪽 능선은 무등산과 이어져 있으며 등산로가 개발되어 있다. 만연산에는 자연 치유의 숲인 오감연결길이 개발되었는데, 다산 정약용이 독서를 하며 걸었던 길로 알려져 있다. 주변에는 만연 폭포와 만연산 치유의 숲과 휴양림이 있다. 최근에는 만연산 맨발 산책로가 주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전화 061-379-3733
  • 주소 전남 화순군 화순읍 진각로(수만리)
친환경 체험이 가득한
에코왕곡마을

‘에코’라는 마을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자원 순환을 주제로 하는 녹색마을이다. 에코왕곡마을은 친환경을 실천하며 마을 곳곳에서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체험을 진행한다. 마을 중심에는 에코왕곡교육센터가 있다. 이 센터는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할 수 있는 패시브하우스로 지어졌으며, 친환경 체험과 휴양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애견인을 위해 ‘어서오시개’ 힐링 캠핑장도 마련되어 있다. 반려견과 함께 이용할 수 있으며, 놀이공간도 잘 갖추어져 있다. 그 외에도 방문객을 위한 친환경 실내 숙박시설이 제공되며, 목공, 원예, 족욕, 업사이클링, 제로웨이스트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 전화 061-335-8101
  • 주소 전남 나주시 왕곡면 나주서부로 37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