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에 자리한 꽃다비팜은 순우리말 ‘꽃답다’를 담은 이름처럼,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꽃다운’ 치유의 공간이다. 농장 곳곳에 심어진 꽃과 나무는 정원을 알록달록 물들이고, 계절의 흐름에 따라 꽃다비팜의 풍경을 바꿔 간다. 자연이 만든 이 다채로운 풍경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잔잔한 위로와 일상 속 작은 쉼표가 되어준다.

꽃다운 치유의 정원, 꽃다비팜
꽃다비팜은 사람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며 진정한 치유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간이다. 약 7,000평 규모의 농장 중 화훼 생산으로 활용하는 1,000평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간은 사람들에게 치유와 휴식을 전하는 소중한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꽃다비팜의 가장 큰 강점은 단순히 꽃을 재배(1차 산업)하고 가공(2차 산업)하는 데 머물지 않고,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치유 농업 프로그램(3차 산업)을 결합한 ‘6차 산업’ 농장이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화훼 농장으로 출발했어요. 백합과 튤립 같은 구근류 꽃을 재배해 일본으로 수출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시장 환경이 변하고 수출 여건도 나빠지면서 작물을 안개꽃으로 바꾸게 됐어요. 안개꽃은 생산 비용이 비교적 적게 들고, 활용도도 높았거든요. 이후에는 더 안정적인 수익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프리저브드 플라워 가공을 시작했어요. 꽃다비팜에서 직접 기른 신선한 안개꽃으로 가공하기 때문에 품질이 뛰어나고, 감성적인 치유농업 프로그램과도 정말 잘 어울려요.”


꽃다비팜이 본격적으로 치유농업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꽃을 통해 사람들이 위로받고 치유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면서부터다. 단순히 꽃을 키워 판매하는 것을 넘어, 자연과 꽃을 접하며 정서적으로 회복되는 사람들을 보며 진정한 치유농업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꽃다비팜은 치유농업이라는 명칭이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원예치료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돌봐왔어요. 꽃다비팜에서 키운 꽃과 식물을 이용한 활동들이 실제로 사람들의 회복과 치유에 도움이 된다는 걸 직접 확인할 수 있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치유농업으로 나아가게 된 거예요.”
특히, 꽃다비팜은 온 가족이 함께 치유농업 전문가로 활동하는 특별한 농장이다. 원예학 박사인 박성구 공동대표는 농장의 꽃 재배와 조경을 책임지고 있으며, 그의 아내 임금옥 공동대표는 간호학을 전공한 후 간호사로 일하다가 꽃다비팜에서 치유농업에 뜻을 품게 됐다. 이후 원예치료를 접목해 사람들에게 보다 전문적이고 세심한 치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두 딸 역시 부모를 따라 원예치료 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등, 온 가족이 따듯한 마음으로 꽃다비팜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꽃다비팜의 프로그램은 ‘자연에서 자연스럽게’를 모토로 해요. 무엇보다 ‘햇볕을 쬐고, 흙을 만지고, 채소를 길러 먹어라’라는 슈레브 박사의 처방전을 모티브로 삼고 있어요.
생애주기와 특성에 따라 설계된 치유 프로그램
꽃다비팜이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은 단순한 체험 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참가자들은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고, 작물을 가꾸며 수확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한다. 흙에서 시작된 생명이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참가자들의 치유는 어느새 시작된다.
“꽃다비팜의 프로그램은 ‘자연에서 자연스럽게’를 모토로 해요. 무엇보다 ‘햇볕을 쬐고, 흙을 만지고, 채소를 길러 먹어라’라는 슈레브 박사의 처방전을 모티브로 삼고 있어요. 그래서 모든 프로그램은 흙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반드시 씨앗을 심는 활동을 포함해요. 식물의 성장 주기와 사람의 인생 주기를 연결해 수업을 구성하는 방식이죠. 예를 들어 3~4월에는 감자를 심어요. 그래야 수확 시기에 직접 감자를 캐볼 수 있거든요.”
여기서 프로그램은 끝나지 않는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직접 심고 수확한 재료로 김장을 담그거나, 농장에 피어 있는 꽃을 활용한 치유 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프로그램의 마지막 회차에는 참가자들이 함께 모여 팜파티를 열며 그간의 시간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이처럼 꽃다비팜의 프로그램은 단순한 활동을 넘어, 삶과 연결된 경험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경험은 대상자에 따라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마음이 지친 이들부터 농업에 관심이 있는 이들까지. 다양한 생애주기와 특성에 맞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와 초등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은 자연에 대한 흥미를 키우고 정서 발달에 초점을 둡니다. 자신이 심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과정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과 자긍심도 키울 수 있어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는 진로·직업 교육으로까지 확장해 ‘치유농업사’라는 직업에 대한 교육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발달장애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복지시설과 연계해 매년 방문하는 참가자들이 많으며, 텃밭에 직접 작물을 심고 가꾸는 과정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과 자기 주도적 활동 경험을 제공한다. 노인과 치매 어르신 대상 프로그램은 인지 기능 강화에 중점을 둔다. 감각 자극 활동과 더불어 농작물 재배와 수확을 통해 기억을 환기시키고, 과거의 경험과 연결해 정서적 안정감을 높인다. 성인과 귀농·귀촌 예비 농업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단순한 치유 경험을 넘어, 치유농업을 기반으로 한 창업 가능성과 소규모 농장에서의 수익 모델을 소개하며, 실질적인 정착을 돕고 있다. 꽃다비팜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현장실습농장(WPL)으로도 지정되어 있어, 실무 중심의 교육이 가능하다.

꽃다비팜이 전하는 위로
치유의 효과는 꽃다비팜을 찾는 순간부터 시작되고, 그 순간부터 꽃다비팜에는 수많은 감동의 이야기가 쌓여간다.
“조현병을 앓던 청년이 있었어요. 처음 꽃다비팜에 왔을 때는 의지도 없고 말도 거의 하지 않았죠. 그런데 어느 날, 밭에 널브러진 오이를 보더니 ‘선생님 이거 좀 빨리 세워줘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처음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순간이었어요. 마치 자신처럼 오이도 쓰러져 있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이를 일으켜 세우고 싶었던 거죠. 또 한 사람은 자살 시도를 했던 젊은 여성이었는데, 유칼립투스를 보고 마음을 열었어요. 유칼립투스는 껍질이 터지면 그 안에서 아주 예쁜 속껍질이 드러나는 나무예요. 그걸 가리키며 이렇게 말해줬어요. ‘이 나무처럼 아픔을 견디고 나면, 그 속에서 더 단단하고 아름다운 날이 올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순간 눈물을 흘리며 마음을 열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 그저 꽃다비팜에 오는 것만으로도 치유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믿습니다.”
꽃다비팜이 그리는 미래는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장 그 이상의 모습이다. 무엇보다 누구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자연과 만날 수 있는 ‘열림 쉼터’가 되기를 바란다. 이런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꽃다비팜은 사회서비스 바우처를 활용한 1:1 맞춤형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때로는 단 한 명을 위해 차량을 직접 운전해 데리러 가기도 하고,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는 다시 집까지 바래다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꽃다비팜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은 움직임을 선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꽃다비팜이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은 단 하나다. 이곳을 찾는 이들이 자연 속에서 치유의 의미를 발견하고 마음 한 켠이 가벼워진 채 돌아가는 것.
“꽃을 보면 치유가 되는 이유는 단지 그 화려함 때문만은 아니더라고요. 꽃이 지는 순간에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아요. 꽃이 진 자리에는 다시 씨앗이 맺히고, 그 씨앗은 또 다른 열매로 이어지니까요. 우리 삶도 마찬가지 같아요. 은퇴와 졸업과 같은 큰 마침표도, 또 다른 새로움을 위한 시작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꽃다비팜을 방문해 알아갔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