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꾸 라이프

초보 건축주, 시골집을 짓다!
나날이 성장하는 시골 라이프

가족의 주말 아지트, 은연재 이야기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우리만의 아지트를 꿈꿨고, 그 꿈은 ‘은연재’라는 이름으로 현실이 되었다. 경상남도 의령군에 지어진 은연재의 건축 여정을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은연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eunyeon_jae

은연재는 딸 은우, 연우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은연재를 처음 짓기로 마음먹은 건 다소 충동적이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이동 제한이 심해졌고 아파트 생활은 점점 더 답답하게 느껴졌다. 부부는 앞으로도 이러한 재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가족만의 도피처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가족의 힐링 공간이 될 자유로운 아지트를 찾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은연재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평소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한 시간 내외의 작은 시골집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4인 가족이 지내기엔 여전히 답답한 느낌이었다. 어느 정도 넓고 기본적인 구조가 갖춰진 시골집은 대부분 주변 주택과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아파트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결국, 집을 짓기 위한 ‘땅’부터 찾기 시작했다. 3개월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꾸준히 땅을 알아본 끝에, 논과 산이 어우러진 지금의 땅을 찾았다. 그리고 평소 눈여겨보던 건축사무소에 의뢰해 본격적인 ‘은연재 짓기’에 돌입했다.

앞마당

주문한 판 잔디를 우리 가족 네 명과 친구 한 명이 함께 직접 깔았다. 마치 타일을 놓듯 잔디를 한 장 한 장 정성껏 깔았는데, 판 잔디는 하나하나 심는 방식보다 작업 시간이 훨씬 짧고 결과도 깔끔하다. 다만 가격이 조금 더 비싸다는 단점은 있다. 잔디를 다 깐 후, 남은 빈 공간에는 자갈을 깔아 마무리했다.

뒷마당

집 뒤편에는 다른 집이 있어, 고민 끝에 울타리를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공 견적이 생각보다 비싸 남편이 직접 나무 판재를 주문해 공사를 시작했다. 나무 판재를 하나하나 절단하고 기둥을 세우고 못을 박더니 어느새 그럴듯한 울타리를 완성했다.

무지하기에 용감했던 초보 건축주

부부는 땅을 사면 당연히 그 위에 집을 지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용감하고도 무지한 생각이었다고 한다. 구매한 땅은 용도가 ‘농지’였기에 용도부터 변경해야 했다. 그래서 용도를 농지에서 대지로 변경한 후 전기와 수도를 끌어오고 정화조를 설치해야 했으며, 이 모든 작업을 하기 위한 수많은 행정 절차와 허가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 믿을 수 있는 건축사무소를 만나 차근차근 해낼 수 있었다. 그는 집을 처음 짓는 이들에게 ‘건축사무소를 선택할 때는 가격뿐만 아니라 실제 시공 사례도 꼼꼼히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부부가 집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넓은 창이었다. 집 앞으로 펼쳐진 논과 뒷산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쪽 벽 전체를 통창으로 설계했다. 나머지 공간은 단순하게 구성해 방 두 개, 화장실 두 개, 주방, 거실, 다용도실, 마루 데크로 구분했다.

거실

집이 가로로 길쭉한 ‘ㄱ’자 구조라 거실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따뜻한 분위기를 위해 패브릭 소파를 두었고 식탁은 통창과 어울리는 넓은 형태로 주문 제작했다. 가족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 공간에서 바라보는 시골 풍경은 정말이지 기가 막힌다.

주방

깨끗한 느낌을 원했기에 후드부터 인덕션까지 모두 화이트로 통일했다. 처음엔 너무 하얗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양한 색감의 주방용품들과 어우러지니 오히려 더 조화로웠다. 주방에는 작은 창을 냈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살이 들어와 공간을 따뜻하게 밝혀준다.

조금 부족해도 있는 그대로 행복한 시골 생활

도면으로만 보았던 집이 점점 형태를 갖춰가는 과정은 정말 신기했다고 한다. 가장 기대했던 통창이 생기고, 지붕이 완성되자 설렘은 더욱 커졌다. 외부 공사가 얼추 마무리되고 내부 공사가 진행되었는데 이때 부부는 인생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했다. 내부 조명 크기·색깔·개수부터 벽지, 마루, 수전 등 모든 것이 선택의 연속이었다. 이때 선택의 기준은 ‘무난하고 질리지 않는 것’이었다. 이 기준에 따라 결정하며 빠르게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완공된 은연재는 주변 자연과 어우러져 심플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집이 되었다. 은연재의 시골 생활은 자연이 주는 기쁨이 가득하다. 봄이면 뒷마당에 다양한 허브를 심어 향긋한 내음을 즐기기도 하고 요리에 활용하기도 한다. 앞마당에서는 지인들을 초대해 바비큐와 캠핑을 즐기기도 한다. 아이들은 마루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고 마당에 잔디를 깎아 용돈을 벌기도 한다. 은연재는 아이들과 함께 나날이 성장해가고 있다. 조금씩 꾸미고 개선하며 시골 생활의 매력을 듬뿍 느끼고 있다.

침실

주말에만 머무는 공간이기에, 침실은 아주 심플하게 꾸몄다. 옷장과 화장대는 붙박이로 제작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각 방에는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해 쾌적함을 더했다. 침대맡에는 큰 창을 내어 햇빛이 잘 들도록 했는데 상상했던 그림 속의 방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어 만족스럽다.

욕실

욕실도 화이트와 베이지 컬러로 깔끔하게 디자인했다. 샤워 칸막이와 수납장에는 블랙 프레임을 적용해 물때와 같은 오염에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도록 했다. 블랙 컬러는 욕실의 포인트가 되어 전체적으로 밋밋하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