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 화개면. 산과 계곡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일구다’ 하윤 대표는 자연 그대로의 찻잎으로 차를 덖는다. 3대째 이어온 손길은 오늘도 묵묵히 전통 그대로의 방식을 지켜오고 있다.

전통을 잇고 감성으로 다시 빚은 차
‘일구다’가 자리한 곳은 ‘하동 야생차 산업 특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농약을 사용할 수 없다. 산자락을 따라 조성된 차밭에서는 차나무가 오로지 계절의 리듬에 따라 자라고, 고사리나 고로쇠와 같은 산나물과 어우러져 자생한다.
하윤 대표는 이곳에서 차와 함께 자랐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 곁에서 찻잎을 따고 덖는 모습을 지켜보며 차와 가까워졌다. 대학에서도 농업을 전공하며 전문적인 지식을 쌓았고,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 차에 대한 지식을 쌓고 문화를 배우며 시야를 넓혔다. 유학을 마친 뒤 많은 친구가 연구소나 관련 전문 분야로 진출했지만, 하윤 대표는 조금 다른 길을 택했다. 오랜 세월 가족이 지켜온 전통차의 맥을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대대로 오랫동안 전통차를 만들어온 터라, 차를 만들고 소비자를 만나는 일이 더 의미 있다고 느꼈어요. 차를 공부한 사람이 현장에서 뛰며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죠.”
졸업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녹차 산업에 뛰어든 때가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렸다. 예상치 못했으나 차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던 때이기도 했다. 국내 여행이 활발해지고 ‘힐링’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차 문화 역시 조용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코로나 이후 오히려 차 시장이 커졌어요. 바깥 활동이 줄어들면서 집에서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많아졌고, 국내 여행지에서 차 문화를 체험하려는 수요도 함께 늘었죠.”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하윤 대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부모 세대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단골 위주의 전통적인 운영 방식에서 한 걸음 나아가, 20~30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온라인 주문 시스템’과 ‘감각적인 패키지 디자인’을 도입했다.

코로나 이후 오히려 차 시장이 커졌어요. 바깥 활동이 줄어들면서 집에서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많아졌고, 국내 여행지에서 차 문화를 체험하려는 수요도 함께 늘었죠.
“예전에는 단골 손님 위주였다면, 지금은 온라인으로 많은 분이 일구다의 차를 접하고 있어요. 전통차를 더 가깝게 전하려면, 시대에 맞는 언어와 형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오랜 고민 끝에 하윤 대표는 2019년 ‘일구다’를 론칭했다. 브랜드명은 ‘한 입의 차(一口茶)’에서 착안한 것으로, ‘차 한 모금으로 일상의 행복을 일구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패키지 디자인은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대신 디자인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 동생에게 맡겼다. 차를 담는 상자와 포장지의 질감부터 색상, 그리고 전체적인 느낌까지 모든 요소를 동생과 함께 하나하나 결정했다. 그 결과 자연의 결을 닮은 일구다만의 고유한 이미지가 완성됐다.

자연의 ‘기운’과 사람의 ‘온기’를 담은 차
일구다는 하동의 여덟 곳의 차밭에서 자라난 찻잎만을 손으로 따 차를 만든다. 산과 계곡이 어우러진 하동의 지형은 차나무가 마치 자생하듯 자라기에 기계 수확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년 봄이면 지역 어르신과 함께 한 잎 한 잎 손으로 찻잎을 딴다. 찻잎을 따는 일은 정교한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다. 특히 일구다에서는 ‘1창 1기’라 부르는 가장 어린 첫 잎, 첫 번째 어린 줄기와 그 위의 잎 한 장이 붙은 상태의 잎을 선별해 수확한다.
“1창 1기를 따려면 정확한 눈썰미와 손끝 감각이 정말 중요해요. 오랜 기간으로 숙련되어야 가능한 일이죠. 수확량이 많지 않아도 한 잎 한 잎 정성스럽게 딴 만큼 품질만큼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손으로 직접 딴 찻잎은 3대째 이어온 전통 방식 그대로 덖고 비비고 말려 정성스럽게 가공된다. 제조뿐 아니라 포장과 유통까지 전 과정이 하윤 대표와 가족의 손길로 이뤄진다. 기계보다 사람의 온기가 더 많이 닿은 차, 그래서 일구다의 차에는 땅의 기운은 물론 정성과 마음마저 담겨 있다.
정성스럽게 만든 전통차는 다섯 종류로 선보인다. 발효 정도에 따라 풍미가 다른 녹차·백차·황차·청차·홍차다. 여기에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살린 블렌딩 티도 출시했다.
“일구다의 홍차에 완주의 봉동 생강, 남해 유자, 구례 박하 같은 우리 농산물을 배합해 블렌딩 티를 만들고 있어요. 이름도 ‘봉동 생강 홍차’, ‘남해 유자’처럼 지역명과 재료를 함께 담아, 소비자에게 더욱 정직하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1창 1기’를 따려면 정확한 눈썰미와 손끝 감각이 정말 중요해요. 오랜 기간으로 숙련되어야 가능한 일이죠. 수확량이 많지 않아도 한 잎 한 잎 정성스럽게 딴 만큼 품질만큼은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와 함께 감성 한 모금
하윤 대표는 하동에서도 드물게 전통차 제조와 브랜드 운영을 함께하는 젊은 여성 농업인이다. 그래서인지 하윤 대표의 행보는 모든 면에서 진취적이다.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과 상품 개발은 물론, 누구나 편하게 찾아와 차를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래 창고로 쓰이던 2층 공간을 직접 리모델링해, 차 체험과 휴식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내부 인테리어부터 가구 배치, 소품 하나까지도 모두 하윤 대표가 직접 구상하고 꾸몄다.
“차가 어렵고 정적인 문화로 느껴지는 게 늘 안타까웠어요. 전통 차 문화는 한복을 입고 가야금이 흐르는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격식 있게’ 마셔야 한다는 편견이 있잖아요. 저는 그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조용한 카페처럼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배경 음악도 전통 음악 대신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했고요. 자연광이 드리우는 일구다의 아늑한 공간에서, 더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차를 즐기길 바랍니다.”
하윤 대표가 만든 공간은 전통의 결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젊은 세대의 감성을 더했다. 일구다를 찾는 방문객 중 다수가 20~30대이며, 1인 방문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을 위해 하윤 대표는 차밭 소개부터 차 우림 시연, 도구 설명까지 하나하나 정성껏 안내한다.
부모님이 지켜온 전통 방식 위에 젊은 감성을 더해 자신만의 색을 입힌 하윤 대표. 세대는 바뀌었지만 그가 차를 대하는 태도만큼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일구다를 통해 그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순하고도 분명하다. ‘믿고 마실 수 있는 차’. 작은 찻잎 한 잎, 차 한 모금에서 시작된 그녀의 도전이 하동의 전통을 요즘 세대에 전하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일상에서 차를 즐기고 사랑할 수 있도록, 감성 한 모금을 듬뿍 담아.

일구다의 대표 상품


일구다는 자연과 정성을 담은 차를 선보입니다.모든 상품은 하동에서 직접 채엽한 찻잎을 전통 방식으로 덖어 정성스럽게 만듭니다.
신선하고 깔끔한 맛의 ‘녹차’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의 ‘황차’
깊고 은근한 단맛이 느껴지는 ‘홍차’
은은한 풍미의 ‘백차’
진한 향을 지닌 ‘청차’
국내산 농산물을 배합한 블렌딩 티도 추천합니다. 블렌딩 티 시리즈는 일구다의 홍차에 지역 농산물을 조화롭게 배합해 만든 제품으로 각기 다른 향과 맛의 조화를 선사합니다. 파우치형으로 제작해 간편하게 차를 즐기기에 제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