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의 식탁

과학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메신저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
펭귄각종과학관 관장

이정모

과학에는 완전한 답이 없다. 정답을 찾아 끊임없이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일만 있을 뿐이다. 그 질문이 세상과 연결되도록, 과학과 시민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말을 건네는 사람이 있다. 과학관을 변화시키고, 책을 쓰고, 방송을 통해 과학의 언어를 일상 속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사람.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이정모 관장은 오늘도 누군가의 ‘왜’를 기다린다.

“과학은 진리를 가르치는 게 아닙니다. 질문을 던지게 하는 거죠.”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서울시립과학관,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을 역임한 뒤, 지금은 오롯이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 이정모. 그는 과학자들과 시민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책과 강연, 방송을 통해 과학을 보다 친근하고 유쾌하게 전달하고 있다. 특히 과학이 개인의 삶과 세상에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야기하며, 질문을 품게 하는 과학을 지향한다.

『찬란한 멸종(2024)』, 『과학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2021)』,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2019)』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과학의 본질과 지구의 원리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며 과학과 대중을 이어왔다. 무엇보다 과학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는 그의 글은, 과학이 멀고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삶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한다. 흥미는 덩달아 따라오는 즐거움이다.

유튜브 콘텐츠 〈보다 BODA〉, 〈사피엔스 스튜디오〉 등 다양한 과학 정보 채널에서 패널로 활약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tvN 〈알쓸별잡: 지중해〉 등의 방송을 통해 더욱 폭넓게 시민과 만나고 있다. ‘각종’ 과학관의 관장을 지냈던 시절에는 ‘보는 과학관’에서 ‘하는 과학관’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며, 성인 대상 프로그램과 실험 중심 전시 공간을 도입하며 한국 과학관의 운영 방식과 전시 기획의 틀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방송과 강연 활동을 종횡무진하며 지내오는 그이지만, 가장 몰두하는 일로 ‘글쓰기’를 꼽는다. 현재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찬란한 멸종』을 새롭게 풀어내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과학이 낯설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누구나 질문할 수 있는 것임을 수많은 어린이에게 전하기 위해.

이정모 관장이 강연에서 가장 자주 이야기하는 주제는 기후위기와 에너지다. ‘우리가 묻지 않으면 어떤 답도 다가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는,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강연을 이어가며 ‘모든 과학이 질문으로 향하도록’ 과학과 시민을 잇는 메신저의 역할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정모 관장은 오늘도 묻는다. 〈그린매거진〉 독자 여러분은 농업에 어떤 질문을 품고 있는지.

지금의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으신가요?

스스로를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라고 소개합니다. 과학자들과 시민 사이를 연결해주는 사람이죠. 과학자들은 전문 용어로 바쁘게 살아가고, 시민들은 그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니, 그 간극을 메우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줄곧 이 일을 해왔고, 그 과정에서 교수도 해보고 과학관 관장도 세 군데나 지냈습니다. 지금은 오롯이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강연 대상은 교사와 공무원입니다. 교사는 그 지식을 아이들에게 전달해주는 사람이고, 공무원은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최근 출간한 『찬란한 멸종』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들었어요.

이 책은 새벽 3시에 일어나 오전 9시까지 한 챕터씩 쓰는 방식으로 완성한 책입니다. 특히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공부하지 않고’ 내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아내나 딸에게 말하듯이 풀어내는 것이었어요. 책이나 최신 자료를 찾아가며 쓰기 시작하면 내용이 금세 어려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제 나름의 원칙은 내 머릿속에 있는 것만 쏟아내자. 어깨 힘을 빼고 써보니 오히려 훨씬 글이 살아나고, 독자 반응도 좋았습니다. 지금은 이 책의 어린이 버전도 준비하고 있어요.

여러 과학관을 이끌어 오셨습니다. 관장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는 어린이보다 성인을 위한 과학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서울시립과학관에서는 직접 실험하고 토론하는 ‘하는 과학관’으로의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패할 수 있는 실험을 유도하며,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도록 했어요. 국립과천과학관에서는 전시 기획 시스템 전체를 바꿨습니다. 단기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학예사들이 3년에 걸쳐 전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구조를 재설계했습니다. 제가 관장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콘텐츠뿐만 아니라 만드는 사람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이었거든요.

과학을 통해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치나 철학 같은 게 있나요?

그런 건 없습니다. 과학이란 건 ‘질문’을 던지는 일입니다. 과학은 진리가 아닙니다. 언제나 잠정적인 답일 뿐이죠. 그러니 당연히 의심하고 질문해야 합니다. 과학관은 그런 질문 “정말 그럴까?”, “왜 그렇지?”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곳입니다. 누군가에게 지식을 주입하거나 계몽하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찾아가는 공간인 거죠. 그러니까 과학관에 와서는 무언가를 배우고 가기보다는 질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를 주제로 한 강연을 활발히 하고 계시는데요. 기후변화는 우리의 식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실제로 식탁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느끼시나요? 아직은 잘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심각한 변화를 체감하게 될 겁니다. 메뉴의 종류가 바뀌는 정도가 아니라,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의 ‘양’ 자체가 확연히 줄어들 수 있어요.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건 ‘곡물’입니다. 우리가 지금처럼 마음껏 밥을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얼마나 더 이어질까요? 기후가 4도, 5도씩 오르면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리는 더워서 죽지는 않을 거예요. 에어컨을 틀면 되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농업 생산력이 급격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곤충은 기온 변화에 따라 서식지를 이동하지만, 작물은 그러지 못해요. 이 때문에 식물과 곤충 사이의 균형이 깨지고,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게 되는 것이죠. 우리나라는 특히 심각합니다. 작년 기준으로 봤을 때, 식량 자급률은 사료까지 포함해서 약 49% 정도라고 해요. 곡물 자급률만 보면 22.2%밖에 안 된다고 하니, 매우 낮은 편이죠. 아주 치명적인 수치이며, 우리는 지금 그 위기의 문턱 앞에 서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조언을 해주신다면?

기후는 이미 변하고 있습니다. 2도만 상승해도 세상은 엄청나게 바뀔 겁니다. 그 변화에 맞춰 작물 자체도 바뀌어야 해요. 기존 작물 재배 방식은 물론, 아예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일도 필요해요. 자연스러운 진화에 맡겨서는 너무 오래 걸립니다. 과거엔 농부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품종을 교배하며 작물을 개량했지만, 이제는 실험실에서 더 빠르게, 더 정밀하게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내야 할 때입니다. 그게 바로 지금 농촌진흥청이 해야 할 핵심적인 역할입니다. 앞으로 농업은 기후위기 시대의 최전선에서 활약할, 첨단 산업이어야 합니다.

기후위기 시대, 시민들은 어떤 실천을 해야 할까요?

가장 쉬운 실천으로는 ‘옷을 적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10%가 의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거든요. 게다가 버려지는 옷들도 많아 폐기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 문제도 심각하죠. 우리가 가진 옷, 계속 입어도 괜찮잖아요. 저는 남자들이 여름엔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겨울엔 넥타이를 매자는 주장을 늘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에너지 절약에 크게 기여할 수 있어요. 그리고 도시에 사는 분들은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저도 차는 있지만, 웬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요. 텀블러를 쓰고,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런 실천들이 기후 문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실천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생활 방식을 바꾸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끝으로 〈그린매거진〉 독자에게 인사 한마디 전해주세요.

과학은 정답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그 질문을 함께 찾아가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농촌진흥청에도 던져주세요. 여러분의 질문이 세상을 바꾸는 시작이니까요.

이정모의 식탁
보랏빛 가지의 놀라운 효능
“가지를 참 좋아합니다. 여름이면 가지 두세 개를 삶아서 양념에 조물조물 무쳐 먹는데, 그 시원하고 부드러운 맛이 참 좋죠. ‘여름엔 가지만 먹고 살아도 좋겠다’ 싶을 정도예요.”

가지를 물들이는 색소는 안토시아닌과 나스닌이라는 폴리페놀 성분으로,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한다. 이 성분들은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고, 노화 예방은 물론 암세포 억제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가지는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특성 덕분에 당뇨 예방에 좋고, 풍부한 식이섬유는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도와 변비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칼로리도 낮아 100g당 17kcal에 불과해 체중 조절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부담 없는 식재료다. 가지 속 사포닌은 지방 축적을 억제하고, 베타카로틴과 포타슘은 염증을 줄이고 혈압을 안정시키는 데도 유익하다.

안토시아닌은 나쁜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막아 동맥경화와 고지혈증 예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다만, 가지에는 자연 독성인 솔라닌이 미량 함유돼 있어 반드시 가열해서 섭취해야 한다.

셀럽의 식탁 차노을 어린이 편!

지금 바로 QR코드를 스캔하고 감상해 보세요! 이정모 관장의 인터뷰 영상은 7월호에 만날 수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