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인터뷰

푸른 지구를 위한
‘감탄’의 이유
gs3 유전자가 도입된 ‘감탄벼’ 개발

국립식량과학원 경지이용작물과
권영호 농업연구사

기후변화 대응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농업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논농사는 메탄가스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기술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립식량과학원 권영호 농업연구사는 벼 품종 개량으로 메탄가스 배출 감소 해법을 제시한다.

재배법의 한계, 그리고 품종개량의 필요성

벼 재배는 우리나라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8%를 차지할 정도로 메탄가스 발생의 주요 원인이다. 이는 벼 농사의 재배 방식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 벼는 논에 물을 깊게 대어 담수 상태로 재배되는데, 이 과정에서 토양 내 산소가 거의 없는 무산소(혐기성) 환경이 형성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벼 뿌리에서 분비되는 유기물이 메탄생성균의 기질로 사용되며, 이로 인해 메탄가스가 발생하게 된다.

재배 방식에서 비롯된 메탄 배출을 줄이기 위해 주로 ‘논물 관리’나 ‘비료 절감’과 같은 방법이 활용되어 왔지만,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논물 관리는 몇 주간 물을 떼어내야 하는데, 이는 장마철이나 기상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논물 관리의 경우, 논에 물을 담아두면 메탄이 발생하기 때문에 물을 얼마나 얕게 유지했는지를 수시로 확인해야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고, 그러려면 전담 기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비료 사용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예요. 사용량을 줄이면 온실가스는 줄어들겠지만 생산량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권영호 농업연구사는 영남지역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새일미’에 ‘신동진’이 갖고 있는 ‘gs3’ 유전자를 활용한 벼 품종 개량으로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10년 넘는 연구 끝에 개발한 이 품종은 ‘감탄벼’라는 이름으로 등록을 완료했다. 감탄벼는 물과 비료를 적게 줘도 수량을 유지하면서 메탄 배출까지 줄일 수 있는 품종으로, 저탄소 농업을 실현할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전자 gs3를 활용한 벼 품종 개량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영양분을 만들어낸다. 이 영양분은 곡실(씨앗)로도 가고 뿌리로도 이동하게 되는데, 뿌리로 전달된 영양분은 토양 속으로 분비되어 메탄생성균의 먹이가 된다. 이 과정에서 메탄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gs3 유전자는 이러한 영양분의 흐름을 조절해, 뿌리로 이동하는 양을 줄이고 곡실로 더 많이 전달되도록 한다. 이로 인해 벼의 수량은 증가하고, 동시에 메탄생성균의 먹이는 줄어들어 메탄 발생이 감소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듯, 벼도 개체마다 유전적 특성이 다양해요. 우리의 연구는 바로 그 차이를 활용한 겁니다. 벼 안에 존재하는 유전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좋은 형질을 선별하고 조합한 방식이에요. 자연적인 유전적 변이를 활용한 전통 육종 방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와 유사한 연구는 과거 스웨덴에서도 있었으나, 당시에는 보리 유전자를 벼에 인위적으로 삽입하는 형질전환(GMO) 방식이었다. 반면 권영호 농업연구사는 gs3 유전자의 자연적 특성에 주목해, 비GMO 방식의 전통 육종으로 감탄벼라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듯, 벼도 개체마다 유전적 특성이 다양해요. 우리의 연구는 바로 그 차이를 활용한 겁니다. 예를 들어 어떤 벼는 키가 크고 또 어떤 벼는 작다면, 이 둘을 교배했을 때 중간 크기의 벼가 나올 수 있어요. 이후 이 중에서 다시 키가 큰 개체를 선별해 교배를 하고, 이를 반복함으로써 원하는 형질을 점점 강화해 나가는 거죠. 즉, 원래 벼 안에 존재하는 유전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좋은 형질을 선별하고 조합한 방식이에요. 자연적인 유전적 변이를 활용한 전통 육종 방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개량된 감탄벼는 기존의 새일미 품종과 비교했을 때 메탄 발생량을 약 16% 줄이는 성과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감탄벼는 비료를 절반만 사용해도 수량 감소폭이 일반 품종에 비해 현저히 낮은 7%에 머물렀다. 이로 인해 비료를 적게 사용해도 안정적인 수확이 가능하고,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려는 농가에도 실용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도열병·흰잎마름병에 대한 내병성도 갖추고 있어 ‘수량성’, ‘재배 안정성’, ‘환경성’을 두루 갖춘 품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증 현장에서 탄소중립의 미래를 보다

현재 감탄벼는 전북 부안, 충북 청주, 경북 예천 세 지역에서 시범 재배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실증을 진행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친환경 농가에 본격적으로 보급할 예정이다.

“감탄벼는 비료를 적게 줘도 수량이 꽤 잘 나오는 편이라 친환경 재배 조건에도 잘 맞아요.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논물 관리, 비료 관리, 품종 선택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현재는 비료를 절반만 사용하는 조건과 논물 수위를 낮게 유지하는 조건을 함께 적용할 수 있는 농가를 우선적으로 선정해 친환경 농가에도 보급하려고 합니다. 결과가 좋다면 앞으로 점차 재배 면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에요.”

권영호 농업연구사는 현재 감탄벼 연구에 더해, 비료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주어진 비료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진 벼 품종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실제로 비료를 뿌리면 그 양분이 온전히 벼에 흡수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상당량이 땅속으로 흘러들어가 용탈되며 손실되는 경우가 많다. 손실을 최소화해 적은 양의 비료로도 필요한 영양분을 벼가 잘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다음 목표다. 이렇게 되면 비료를 절반만 사용해도 수량을 유지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환경에도 훨씬 이롭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벼 품종을 계속 개발해 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게는 하나의 꿈이 있어요. 육종가라면 누구나 그렇듯 언젠가 제가 개발한 품종이 단 한 해라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심어지는 벼가 되는 것. 그게 제 최종 목표입니다.”

감탄벼는 단기간에 탄생한 품종이 아니다. 10여 년이 넘는 지난한 여정 끝에 비로소 결실을 맺은 결과물이다. 그 속에서는 권영호 농업연구사의 끈기와 신념, 그리고 ‘언젠가 내가 만든 품종이 전국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벼가 되길 바란다’는 육종가의 오랜 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음 품종을 향해 시간을 켜켜이 쌓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