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스포츠의 재미를 더하는 건, 선수들의 경기력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감칠맛을 더하는 스포츠 캐스터들의 입담 역시 한몫한다. 승리 앞에서는 환호성을, 패배 앞에서는 위로를 전하며, 순간의 감정까지 진두지휘하는 이들. 20년 넘게 마이크를 잡고 스포츠 현장을 중계해 온 정우영 캐스터도 그중 한 사람이다.
정우영 캐스터는 20년 넘게 스포츠 현장에서 선수들의 숨결과 열정을 생생하게 전해온 국내 대표 스포츠 캐스터다. 특히 프로 야구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의 목소리를 들어봤을 정도로, 야구 중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2007년부터 MBC ESPN의 아나운서로 본격적인 야구 중계를 시작한 뒤로 한결같이 야구 팬들의 곁을 지켜왔다.
그렇다고 그가 오직 프로 야구 중계만을 맡아온 건 아니다. 야구를 넘어 수많은 종목을 넘나들며 중계해 왔고, 이제는 그가 중계하지 않은 종목을 찾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울 정도다. FIFA월드컵과 올림픽 같은 굵직한 국제대회는 물론 축구·배구·농구·테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 현장에서 그의 목소리로 생동감을 전하고 있다.
다양한 종목을 중계하다 보니, 펜싱이나 복싱 중계와 같은 종목을 맡았을 때는 몸소 배우며 용어와 기술을 몸으로 익히는 열정도 더했다. 그 원동력에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스포츠 경기장을 찾아다녔던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 야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목을 두루 좋아하는 그는 여전히 경기장과 마이크 앞에서 목소리를 내고 싶다. 무엇보다 그의 중심에는 언제나 스포츠를 향한 ‘사랑’이 있다.
스포츠 캐스터라는 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어릴 적부터 막연히 캐스터라는 직업을 꿈꿔 왔어요. 그러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이 일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 되었고, 어떻게 보면 운명처럼 이끌려 시작하게 됐죠. 당시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다가 합격한 방송사가 스포츠 전문 방송사였거든요. 그곳에서 첫발을 내디딘 후 생각보다 훨씬 오래, 어느덧 20년 넘게 이 일을 하고 있네요.
요즘 야구 인기가 뜨거워서 정말 바쁘실 것 같은데요. 일과를 살짝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수도권 경기는 보통 집에서 운동하고 식사와 공부를 한 뒤 경기장으로 가고요, 오후 3시 반쯤 더그아웃에 들어갑니다. 4시 반쯤에는 원정팀 더그아웃에도 가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간단히 인사를 나눕니다. 이후 해설위원님들과 양 팀 감독님을 찾아뵙고 짧게 인사를 나눈 뒤, 6시 30분부터 중계를 시작해요.
야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목을 중계하셨어요. 종목마다 룰도 다르고 선수도 계속 바뀌는데, 준비하는 게 어렵진 않으세요?
일이다 보니 어렵게 느껴지진 않아요. 물론 생소한 종목은 처음엔 낯설 순 있지만, 어차피 다 스포츠라 기본 원칙은 비슷합니다. 물론 항상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요. 정말 관심 있는 종목은 직접 배워 보기도 했습니다. 올림픽 때 펜싱 중계를 맡았을 땐 펜싱을 조금 배워 봤고, 예전에 격투기 중계를 할 땐 권투도 배워 봤습니다.
“가장 몰입했던 순간은 2015 WBSC 프리미어 12 준결승 한일전 9회 역전승 때였습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경기로 남아 있어요. 사실 그 이후로 성인 대표팀이 일본을 이긴 적이 없어서 더 기억에 남습니다.”
복잡한 경기 상황을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일을 하고 계시잖아요. 전문적인 내용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 특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나요?
저는 제가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늘 노력해요. 선수나 시청자분들이 가끔 ‘해설위원님’이라 부르시기도 하는데, 그게 사실 부담스럽거든요. 저는 캐스터로서 시청자 눈높이에 맞춰 해설위원님께 질문을 던지고, 그 답변을 이끌어내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는 척을 하지 않으려고 늘 조심하는데, 그래도 가끔은 저도 모르게 티가 날 때가 있어요. 그걸 줄이려고 계속 노력 중이에요.
정말 많은 중계를 하셨는데 그중에서 가장 생생하게 기억이 남는 경기가 있나요?
가장 몰입했던 순간은 2015 WBSC 프리미어 12 준결승 한일전 9회 역전승 때였습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경기로 남아 있어요. 사실 그 이후로 성인 대표팀이 일본을 이긴 적이 없어서 더 기억에 남습니다. 또 한 장면은 박상영 선수가 금메달을 땄던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펜싱 남자 개인 에페 결승전입니다. 정말 믿기 힘든 장면이었고, 다시 돌아간다면 그땐 더 몰입해서 중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말씀을 많이 하시니까 목소리나 체력 관리도 중요할 것 같아요. 평소 식사나 식재료에 신경을 쓰시는 편인가요?
따로 특별한 관리는 안 합니다. 부모님 덕분에 타고난 목소리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목이 좀 아플 땐 목캔디를 입에 물고 중계하는 정도가 유일한 관리입니다. 그래도 먹는 건 늘 신경 쓰려고 해요. 좋아하는 건 고기고요, 반찬 중에서는 나물을 정말 좋아합니다. 참나물, 취나물, 시금치, 콩나물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잘 먹어요.
어떻게 보면 농업도 일종의 생활 스포츠처럼 시즌마다 준비하고 결실을 맺잖아요. 그런 농업인들의 땀과 노력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농업인의 땀과 노력이요? 당연히 생각합니다. 제가 먹는 밥 한 끼, 그 안의 쌀 한 톨 한 톨이 모두 농부들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정체잖아요. 그걸 생각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죠. 항상 농업인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꼭 한 번 중계해보고 싶은 종목이 있으신가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인 〈식스 네이션스〉를 몇 년째 반복해서 볼 정도로 럭비를 정말 좋아해요.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럭비 중계를 해보고 싶어요. 사실 국내에서는 아직 럭비가 크게 인기 있는 종목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프로야구보다 먼저 1호 프로스포츠가 될 뻔했던 전통이 오래된 종목이고 아시아에서도 꽤 강국입니다. 사이클도 꼭 한 번 중계해보고 싶은 종목 중 하나입니다. 사이클 중에서는 산악 사이클도 좋지만, 특히 도로 사이클의 정수인 〈투르 드 프랑스〉 생중계가 제 작은 꿈이에요. 요약본 중계는 해본 적이 있는데, 매일매일 현장에서 전하는 생중계를 언젠가 꼭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정년 이후에는 못 가봤던 현장들을 직접 가보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보스턴 펜웨이 파크의 ‘그린 몬스터’ 위에서 경기를 한 번 직접 보고 싶고요, 프리미어리그 경기장도 가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아내와 함께 현장을 다니며 경기를 보는 시간을 누려보고 싶어요.
콩나물 한 줌의 힘

“특히 콩나물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한 가지는 꼭 봅니다. 원산지를 반드시 확인하고, 우리 농부님들이 키우신 콩나물로 맛있게 먹으려고 해요.”
국민 식재료인 콩나물은 가격도 저렴하면서도 영양학적으로 매우 뛰어난 식품이다. 폐와 기관지를 튼튼하게 해 감기 예방에 좋고, 각종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을 준다.
콩나물 머리에는 비타민B1이 풍부하고, 줄기 부분에는 비타민C, 뿌리에는 아스파라긴산이 많이 들어있다. 비타민B1은 면역력 강화뿐만 아니라, 심장질환, 안질환 등 각종 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콩나물의 비타민C 함량은 100g당 8mg으로, 다른 채소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 콩나물은 ‘숙취’에 좋다. 아스파라긴산 성분 덕분인데, 이는 숙취의 원인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해장으로 콩나물국을 먹으면 도움이 되는 이유다.
셀럽의 식탁 이정모 관장 편!
지금 바로 QR코드를 스캔하고 감상해 보세요! 정우영 캐스터의 인터뷰 영상은 8월호에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