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 맛, 농업이 미래다

국산 원료로 빚은
깔끔한 한 잔

㈜파머스맥주

박용수 과장

파머스맥주의 ‘제리거 오리지널’ 한 잔에는, 100번이 넘는 실험과 수많은 실패가 담겨 있다. 원재료의 특성을 고려해 온도, 여과 방식, 분쇄 조건까지 수없이 테스트하며 맛과 품질 모두 만족할 만한 최적의 공정을 찾아낸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 한 잔에는, ‘국산 원료로도 충분히 맛있는 맥주를 만들 수 있다’는 파머스맥주의 뚝심과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고창에서 시작해, 고창의 맛을 담다

파머스맥주의 주류 제품은 단순한 음료 그 이상이다. 전북 고창에서 출발해 지역 농산물을 주재료로 삼고, 집요한 연구와 정성을 더해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파머스맥주는 ‘고창 드림카운티’ 6차 산업단지에서 전라북도와 고창군의 협력으로 2013년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고창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 농업인과의 협력 구조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며 사업을 이어오고 있어요. 초창기에는 지역 특산물인 홍삼을 활용한 맥주를 주력 상품으로 삼았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크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농촌진흥청과의 협업이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됐고 그 결과 파머스맥주의 대표 제품 제리거 오리지널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제리거 오리지널의 주 원료는 ‘보리’와 ‘쌀’이다. 특히 파머스맥주는 고창을 비롯해 부안, 정읍 등 이웃 지역에서 생산한 원료만을 고집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맥주 제조업체가 단가가 더 저렴한 수입산 원료를 사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파머스맥주는 고창이라는 지역을 대표하는 로컬 브랜드답게 국산, 그중에서도 지역 농산물만을 재료로 사용하는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기타 주류’로 분류되지만, 그 맛과 향은 맥주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파머스맥주가 사용하는 보리 중 대표 품종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개발한 ‘광맥’이다. 국산 품종을 고집하는 동시에, 농가와의 계약 재배를 통해 지역 농업인과 상생하며 원재료를 공급받고 있다.

“광맥은 맥아(맥주 원료)로 가공하기에 매우 적합한 품종입니다. 일반적으로 ‘씨알이 굵다’는 표현을 많이들 쓰는데, 그만큼 맥아 가공 시 수율이 높고, 수입산 맥아와도 유사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겉보리 계열 품종이기 때문에, 가공성과 효율 면에서 장점이 많아 파머스맥주 제품에 광맥을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실험 결과로 탄생한 공정

맥주를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농가에서 수확한 보리는 건조와 정선 과정을 거쳐 파머스맥주로 들어온다. 이 가운데 약 10%는 물을 주고 싹을 틔운 뒤 다시 건조하는 맥아 공정을 거치고, 나머지 90%는 생보리 형태로 사용된다. 같은 보리이지만, 생보리와 맥아는 성질이 다르기에 가열 온도부터 처리 방식까지 완전히 달라진다. 이 까다로운 공정을 가능하게 한 것은, 수많은 실험을 통한 집요한 연구 덕분이다.

“맥아는 전분이 풀리는 ‘호화’ 온도가 다르고, 생보리는 또 다른 조건을 필요로 해요. 그 미세한 차이를 하나하나 반영해서 온도 조절과 분리 작업 등을 따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최적의 조건을 찾기 위해, 설비 시설에서 거의 100번이 넘는 실험을 반복한 것 같아요. 제리거 오리지널은 그렇게 완성됐어요. 물론 수입산 맥아와 비교해 수율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단순한 생산성과 수익보다는 ‘국산 원재료로 만든 맥주’와 ‘지역성에 기반한 차별화된 맥주’를 만들겠다는 우리의 원칙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더해 파머스맥주가 맛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또 하나의 핵심 원료로 삼고 있는 것이 바로 ‘쌀’이다. 특히 농촌진흥청의 추천으로 사용하게 된 ‘가루쌀’은 효율성과 풍미 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해 쌀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일반 쌀을 직접 불리고 분쇄해서 써봤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여름철에는 불린 쌀이 금세 상해버려서 폐기해야 했고, 온도가 높은 상태에서 쌀가루를 공정에 투입하면 떡처럼 엉겨버려 투입 온도를 맞추는 것도 까다로웠어요. 기존 맥주 공정만 해도 12시간이 걸리는데, 쌀 준비 공정에만 3~4시간이 더 들어가다 보니 하루 안에 모든 공정을 마무리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러던 중 농촌진흥청에서 ‘가루쌀’이라는 품종을 소개해 주셨어요. 직접 사용해보니 불리는 과정 없이 보리처럼 그대로 분쇄해 사용할 수 있어 정말 효율적이더라고요. 지금은 주문자 상품 부착 생산(OEM)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제품에 이 가루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수제 맥주’ 하면 무겁고 개성이 강해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술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지만, 제리거 오리지널은 그러한 편견을 깨고 있다. 수제 맥주의 풍미는 유지하면서도,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대중적인 부드러움을 갖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루쌀이 들어간 제리거 오리지널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가볍고 부드럽다’, ‘깔끔한 맛이 좋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맥아는 전분이 풀리는 ‘호화’ 온도가 다르고, 생보리는 또 다른 조건을 필요로 해요. 그 미세한 차이를 하나하나 반영해서 온도 조절과 분리 작업 등을 따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최적의 조건을 찾기 위해, 설비 시설에서 거의 100번이 넘는 실험을 반복한 것 같아요.

로컬 브루잉의 가능성

현재 제리거 오리지널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소비자와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본격적인 판매처 확보를 위한 유통 협의가 진행 중이며, 완성된 맛만큼이나 그 가치를 알아봐 줄 파트너를 기다리고 있다.

“단순히 맥주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 나아가 지역을 알리는 하나의 플랫폼이 되고자 합니다. 고창이라는 한 지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국의 소규모 브루어리들과 함께 연결되어 성장하고 싶어요. 각 지역의 특색 있는 맥주들이 서로 연결되고 조화를 이루며, 다양성이 존중받는 수제 맥주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게 저희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무엇보다 맥주를 단순히 ‘맛있다’, ‘맛없다’로만 평가하기보다는 저마다의 개성과 색깔을 가진 수제 맥주들이 모두 존중받고 보편화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해요. 우리나라 맥주 시장에서 대기업 브랜드 외에도 소규모 양조장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언급되는 시대를 꿈꿉니다. 파머스맥주는 그런 시대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어요.”

파머스맥주의 제리거 오리지널은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한 잔이다. 고창이라는 너른 들판, 지역 농가의 땀, 농촌진흥청과의 협업, 수많은 실패와 실험 끝에 얻은 최적의 공정이 이 한 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제리거 오리지널 한 잔을 통해 파머스맥주는 한국 맥주 시장에 새로운 로컬 브루잉의 가능성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제시하고 있다.

파머스맥주 대표 상품

파머스맥주의 제리거 오리지널과 제리거 리브는 기존 수제 맥주에 대한 ‘무겁고 개성이 강하다’는 인식을 깬 제품입니다.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스타일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수제 맥주 특유의 디테일과 풍미는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가볍고 부드러운 목넘김 역시 제리거가 가진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