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는 단지 밥상 위의 식재료가 아니다.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작물이자, 수급 불안이 곧바로 식탁 물가에 직결되는 대표적인 채소다. 특히 여름철에는 고온, 병해충, 연작장해 등 수많은 악조건이 겹치며 안정적인 생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런 수많은 변수 속에서도 배추가 제때, 제값에 생산되도록 하기 위해 위승환 농업연구사는 묵묵히 실험실과 밭을 오가며 기술을 다듬고 현장을 보살핀다.
여름 배추 재배 환경의 변화
위승환 농업연구사는 새로운 품종을 육성하는 일부터, 채소가 어떻게 하면 더 잘 자라고 건강하게 수확될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 특히 2022년과 2024년 여름 배추 가격이 급등했던 경험을 계기로, 여름 배추가 안정적으로 생산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배추는 저온성 작물이라 주로 고랭지 지역에서 재배해요. 그런데 여름철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작황이 나빠졌어요. 고온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고사한 포기가 진짜 많았죠. 생산량이 줄어든 건 당연한 결과였고요. 그해에는 추석까지 이르게 찾아오면서 출하 가능한 물량이 줄었고, 이로 인해 배추 한 포기 가격이 거의 만 원까지 치솟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기후변화로 인한 평균 기온 상승은 1~2도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는 배추 생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고랭지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일반적으로 기온이 낮은 편이지만, 최근에는 이곳조차 고온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대부분의 고랭지에서는 20년 이상 같은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배추를 재배해오다 보니, 연작장해 문제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같은 작물을 반복해 재배하면 그 작물을 좋아하는 병해충이 토양에 남게 되는데, 초반에는 큰 문제가 없더라도 20년 이상 지나면 선충, 반쪽시들음병 같은 배추에 특히 치명적인 병해충이 심각하게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여름 배추 생산지는 기온 상승뿐만 아니라, 다양한 병해충 문제까지 겹치면서 배추 재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승환 농업연구사는 ‘저온 기술을 적용한 여름 배추 재배 프로젝트’와 ‘준고랭지 여름 배추 고온 경감 기술 시범 사업’을 핵심 축으로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여름 배추 재배 안정화를 위한 기술 개발과 현장 적용
먼저 저온 기술을 적용한 여름 배추 재배 프로젝트는 고온 환경에서도 배추가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미세살수’, ‘저온필름’, 그리고 ‘생리활성제 처방’ 기술이 함께 적용됐다.
“미세살수 시스템은 말 그대로 미세한 물 입자를 분사해 주변 온도를 낮추고 작물에 수분을 공급하는 기술입니다. 도심에서도 더운 날씨에는 인도에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추잖아요, 그와 비슷한 원리예요.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온도를 최대 4.8도까지 낮출 수 있었고, 동시에 작물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효과도 확인됐습니다. 저온필름은 햇빛을 반사해 토양 온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합니다. 평균적으로 약 3~5도, 경우에 따라 최대 4.5도 정도 온도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 배추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때 항산화 물질의 균형이 무너지고, 광합성 효율도 저하된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동시에 광합성을 촉진하는 기술이 바로 생리활성제다.
“무엇보다 생리활성제는 기존에 사용하던 아미노산제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이 약제의 주성분은 우리가 흔히 조미료로 사용하는 ‘글루탐산나트륨’과 같은 성분이에요.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어, 배추 생장뿐만 아니라 농가의 경영 부담까지 덜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는 여기에 더해, 단순히 고온 경감 기술을 넘어 복토기, 자동 정식기, 자동 관수 시스템, 무인 방제, 양액 시비 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을 종합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여름 배추 재배의 ‘자동화’와 ‘기계화’까지 함께 추진하고 있다.
준고랭지 여름 배추 고온 경감 기술 시범 사업은 고랭지 외에 새로운 재배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2025년부터 농가에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재배 면적은 축구장 약 52개에 해당할 정도로 상당히 넓은 규모로 진행된다.
“아직까지는 기존에 배추를 재배해오던 농가들 사이에서 ‘이렇게 더운 날씨에 과연 배추가 제대로 자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에요. 한 번 재배에 실패하면 소득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에 선뜻 도전하기를 주저하는 농가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간의 시험 재배 결과, 특히 작년처럼 유난히 더웠던 해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농가와 충분히 소통하며 각 현장에 맞는 기술을 적용해 나간다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준고랭지에서 배추를 재배하는 농가는 조기 출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특히 추석 무렵에는 배추 수요가 급증하는데, 이 시기에 맞춰 출하할 수 있어 소득 향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안정 생산에서 스마트 농업까지, 농업 기술이 나아갈 길
기술을 현장에 보급하고 적용할 경우, 어떤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식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배추 가격이 과도하게 급등하지 않고,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준고랭지에서 배추를 재배하는 농가는 조기 출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특히 추석 무렵에는 배추 수요가 급증하는데, 이 시기에 맞춰 출하할 수 있어 소득 향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한편 고랭지에서는 기온 상승과 연작장해로 인해 재배 면적이 감소하고, 상품률도 낮아지는 추세예요. 이러한 상황에서 준고랭지라는 새로운 재배지에서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해진다면, 과거와 같은 가격 폭등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처럼 위승환 농업연구사는 현재 채소의 재배 기반과 안정적인 생산을 위한 연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안정 생산 기술은 점차 기반을 갖춰가고 있으며, 실제로 배추의 안정적인 출하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배추 재배 농가 수가 감소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스마트 농업처럼 간편하고 노동력과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추가로 요구되고 있다. 그래야만 농가도 안정적으로 영농과 운영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승환 농업연구사는 앞으로 스마트 농업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자동화, 무인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등 스마트 기술을 융합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배추를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특히 젊은 농업인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기술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청년농업인은 재배 경험이 특히 부족해 농사 방법에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 스마트 농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농사의 전 과정을 디지털로 시뮬레이션하고 상황에 맞는 처방까지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컴퓨터 기반의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영농 전 과정을 안내함으로써, 농업 경험이 부족한 사람도 보다 쉽고 정확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스마트 농업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 위승환 농업연구사의 목표는 연구 결과가 실험실 내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현장 농가에 실질적으로 보급돼 널리 확산되는 데 있다. 기술은 농업인의 손에 닿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위승환 농업연구사는 그렇게 현장과 연구를 잇는 다리로서, 오늘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