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급등 막는 열쇠, 저장기술
배추 수급이 불안정해질수록 여름철 배추 가격은 급등하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수급 불안에 대응하고 배추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 중 하나가 저장기술이다.
농촌진흥청은 시에이(CA) 저장고와 엠에이(MA) 기술 등 다양한 저장 기술을 현장에 확대·적용함으로써, 여름철 배추 수급 안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능동형 시에이(CA) 저장고는 저장된 농산물의 생리적 특성을 자동으로 감지해,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한다. 엠에이(MA) 필름은 선택적 가스 투과성이 있는 필름을 활용해 포장 내부의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고, 중량 감소(증산)를 억제해 저장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2016년, 기체 농도를 설정 범위 내에서 자동으로 제어하는 1세대 CA 저장고를 자체 개발했다. 이후 농산물의 생리 상태를 호흡률로 자동 감지해 기체 환경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2세대 ‘능동형 CA 저장고’를 개발하며 기술을 고도화했다. 저장고는 0.01% 단위까지 정밀하게 측정하는 산소와 이산화탄소 감지기(센서)를 활용해 농산물 호흡률을 계산한다. 이를 통해 농산물 생리 상태를 판단한 후 산소 농도 설정값을 자동으로 변경해 변경된 설정값에 따라 기체 농도를 조절한다. 산소 농도는 1~5%, 이산화탄소는 1~10% 범위에서 배추 호흡률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된다. 이 저장고를 현장에 적용한 결과 겨울배추는 저장 기간이 3개월에서 5개월로, 봄배추는 1.5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되는 성과를 거뒀다.
한편, ‘수확 후 관리 통합 기술’은 예비 냉장·예비 건조, 엠에이(MA) 필름 포장, 저온 저장의 세 가지 과정을 결합한 것으로, 배추의 신선도를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특히 선택적 가스 투과성이 있는 엠에이(MA) 필름을 활용해 포장 내부의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고, 수분 손실(증산)을 억제함으로써 저장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이 기술을 현장에 적용할 경우, 기존보다 저장 기간이 2배 이상(80~90일) 길어져 6월에 수확한 봄배추를 9월까지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여름 배추 생산성 향상을 위한,
병해충 방제 강화
배추 농업 현장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2011년 강원도 태백에서 국내 최초로 발생한 ‘사탕무씨스트선충’이다. 이후 씨스트선충의 감염이 확산되면서, 배추 생육이 저하되고 배춧속이 차지 않는 결구 불량 현상이 나타나 여름철 상품성 있는 배추 생산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특히 씨스트선충은 국가가 관리하는 검역 병해충으로, 공적 방제 대상에 해당한다. 2024년 방제 면적은 10년 전보다 약 4배 증가한 219헥타르에 달했을 정도로, 그 확산세가 매우 심각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씨스트선충 밀도가 높았던 강원 지역 배추 농가를 대상으로 현장 검증을 진행했다. 그 결과, 훈증성 약제로 토양을 소독한 재배지에서는 씨스트선충 밀도가 약 80%까지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또 다른 방법으로 백겨자, 기름무 등 풋거름작물을 재배한 뒤 토양과 함께 갈아엎는 방식 역시 선충 밀도를 53%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씨스트선충 저감 효과가 입증된 토양소독과 풋거름작물 재배를 2025년부터 의무화해, 휴경 없이도 배추 재배가 가능하도록 시행하고 있다. 동시에 농가의 방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약제, 종자 대금, 방제기구 사용료 등 총 48억 원(참고: 국비 24억 원+지방비 24억 원) 규모의 방제비를 지원하고 있다.
여름철 배추 재배 시 발생하는 반쪽시들음병 피해를 줄이기 위한 미생물 퇴비를 활용한 방제 기술도 있다. 해당 기술은 4월 중순부터 토양훈증제를 이용해 토양 내 병원균 밀도를 낮춘 후, 6월 이후 배추 아주심기 전 이랑 작업 시 미생물 퇴비를 비료와 함께 살포하는 방식이다. 1,000㎡당 600kg의 미생물 퇴비를 뿌리면 반쪽시들음병 방제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여름 배추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씨스트선충 방제법에 대한 설명회와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도 농업기술원과 시군농업기술센터와 방제협의회를 열고, 방제 지원과 점검 계획을 논의하며 여름 배추 재배 농가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노동력은 절감하고, 생산성은 향상하고
노동력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기술도 함께 개발되고 있다.
‘흙올림 휴립피복기’는 여름철 배추 재배양식에 맞게 1조식으로 제작 중인 장비로, 두둑 성형과 비닐 피복, 그리고 비닐 위에 흙을 덮는 작업까지 한 번에 수행할 수 있어 노동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보행형 1조식 자동 정식기’ 역시 노동력 절감에 효과적이다. 이 장비는 배추를 비롯해 고추·양배추·상추·콩·옥수수 등 다양한 작물에 적용할 수 있으며, 국내 표준 규격의 기계 정식용 육묘 트레이에 맞춰 개발됐다. 외국산 장비와 성능은 대등하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이다. 특히 다양한 포장 조건에 대응할 수 있어, 인력 대비 약 85%의 노동력과 30%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주식 배추 수확기’는 뿌리를 잘라 놓은 배추를 수집하는 장치와 이송벨트, 철망팰릿에 적재하는 장치로 구성돼 있다. 작업자가 미리 절단한 배추를 수집하고 이송벨트로 적재함의 철망팰릿에 담는 방식이다.
재배 면적 확대를 위한 토양 기준 설정
기후변화와 연작장해 등의 영향으로 해발 600m 이상 고랭지에서의 여름 배추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1996년 10,793헥타르였던 고랭지 여름 배추 재배면적은 2022년 기준 4,421헥타르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여름 배추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해발 400~600m 준고랭지 지역을 중심으로 재배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준고랭지 여름 배추의 토양 특성과 예상 수확량 등을 조사해, 맞춤형 토양 적성 등급을 설정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준고랭지 지역에서의 재배면적 확대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준고랭지에서 여름 배추를 문제없이 재배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토양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배추 수급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한편, 이러한 연구 성과는 현장 적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농가에 여름 배추 고온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술과 토양병해 방제 기술을 시범 보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배추에 물과 양분을 자동 공급하는 스마트 농업기술 ‘토양수분장력 센서’를 보급했고, 햇빛을 반사하고 잡초 발생을 막는 ‘흑백 이중멀칭 비닐’을 덮어 고온기에도 뿌리 주변 온도를 낮추는 데 효과를 보였다. 또한 아주심기(정식) 전에는 토양소독제와 미생물제를 함께 투입해 작물 재배에 적합한 토양 환경을 조성했다. 이러한 복합 기술은 실제 농가 현장에서 생육 안정성과 병해 저감 효과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농촌진흥청은 최근 급감하는 여름 배추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적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병해충 예방부터, 노동력 절감형 장비 그리고 저장 기술까지. 농촌진흥청의 현장 밀착형 연구와 지원은, 우리의 식탁을 더욱 든든하게 지켜주는 힘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