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인터뷰

들녘을 지키는 첫 번째 발걸음,
세심한 ‘예찰’과 선제적 ‘대응’

서천군농업기술센터
방주영 식량작물팀장

충남 서천은 해안과 인접한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외부 병해충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지역이다. 해충이 제일 먼저 도달하는 ‘1번지’인 만큼, 기후변화와 맞물려 병해충의 발생 패턴도 날로 잡해지고 있으며 피해 양상 또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서천군농업기술센터는 다양한 방식의 조기 예찰과 신속한 방제를 통해 우리의 들녘을 지켜내고 있다.

물결 따라 해충도 먼저 찾는 땅, 서천

서천은 비래해충이 가장 먼저 도달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실제로 2023년에는 혹명나방의 피해가 컸고, 2024년에는 벼멸구가 주요 해충으로 떠올랐다. 문제는 단순한 유입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개체 수 증가뿐만 아니라, 피해 양상 자체도 점점 더 복잡하고 심각해지고 있다.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해충의 번식 속도가 빨라졌고, 작물의 생육 기간도 예년과 달라지면서 방제 시기를 놓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그렇게 방제 시기를 놓치는 순간부터, 피해는 눈앞의 현실이 된다. 해충은 작물의 잎을 갉아 먹고 즙액을 빨아 생장을 방해하는데, 결과적으로 품질 저하, 등숙 불량, 수확량 감소라는 다양한 피해를 일으킨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의 수입 불안으로 이어지고 농사짓는 마음을 위태롭게 흔든다. 그래서 서천군 농업기술센터는 병해충 예찰을 무엇보다 중요한 일로 여기고 있다.

“작년에는 콩 수확을 앞두고 벼멸구가 한창일 때였거든요. 그때 콩이 충분히 익지 못해 수확량이 크게 줄었어요. 실제 피해 면적만 해도 1,175헥타르였고요. 전체 재배 면적이 9,701헥타르니까, 그중 12%나 되는 셈이죠. 피해액도 9억 4,000만 원 정도로 집계됐어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서천군농업기술센터는 병해충 예찰 활동을 한층 더 강화했다. 병해충 진단부터 작물 품질 조사, 발화일 검사까지 통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센터 내에는 ‘병해충 진단실’과 ‘쌀품질관리실’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장 상황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기 위한 예찰 기반도 강화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는 예찰

서천군농업기술센터는 병해충 발생 동향을 더욱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센터 내에 ‘예찰포’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일종의 시범포 역할을 하는 이곳에서는 병해충의 발생 정도를 수시로 점검하며, 작물의 생육 상태까지 함께 관찰한다.

“특히 관내에는 총 6곳의 예찰포를 두고, 주기적으로 상황을 확인하고 있어요. 병해충 발생 징후가 포착되면 농가에 직접 지도를 하거나 방제 경보를 통해 조치를 안내합니다.”

이와 함께 병해충 밀도가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지역에는 ‘페로몬트랩’을 설치해 보다 정밀한 예찰에 나선다. 최근 급격히 밀도가 높아진 이화명나방의 경우, 군산 지역에 큰 피해를 입힌 사례가 있어 인근 친환경 단지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 농촌진흥청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페로몬트랩으로 매일 수집되는 해충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으며 특정 해충 발생 수치가 임계치에 도달할 경우 이를 기준으로 방제 적기를 도출해 농가에 신속히 안내하고 있다. 이러한 선제적 예찰의 효과는 현장에서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

“2024년 5월, 서천의 한 밀 채종포에서 멸강나방 유충이 조기에 발견됐어요. 유충 크기가 매우 작아 현장에서는 식별하기가 어려웠는데, 농촌진흥청에 동정을 의뢰한 결과 멸강나방으로 확정됐어요. 이후 즉시 농가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신속한 방제를 유도했죠. 마침 피해 시점이 등숙기와 겹친 상황이라 대응이 늦었다면 생산량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었어요. 다행히 빠른 정보 공유 덕분에 효과적인 방제가 이뤄졌고, 큰 피해 없이 수확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각 분야의 특성과 생육 환경에 맞춘 정밀한 예찰과 대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관련 기관 간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앞으로도 서천군농업기술센터는 지역의 지형과 기후 특성을 반영한 예찰 활동을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입니다.

병해충 발생을 조기에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센터 내에 ‘무인 공중 포충망’도 운영 중이다. 이 장비는 유인 없이 자동으로 해충을 포집하는 시스템으로, 포충된 해충들은 농촌진흥청과 위탁 용역 기관을 통해 선별과 판독이 이뤄진다. 이를 통해 지역별 병해충 유입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예찰 시기와 지역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 모든 예찰 결과는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NCPMS, National Crop Pest Management System)’을 통해 통합 관리되고 있다. 현장에서 정기적으로 수집한 정보는 전국 단위로 집계돼 병해충 발생 추세를 분석하고, 효율적인 방제 전략 수립의 기반이 된다.

이 외에도 연 1~2회 농촌진흥청과 도 농업기술원과 함께 합동 예찰을 실시하고 있다. 병해충 피해가 우려되는 주요 지점을 중심으로 현장 조사를 하고, 전국적인 병해충 발생 동향을 공유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이러한 협업은 각 기관 간 정보를 연결하는 것은 물론, 예찰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통합적인 관점으로 실현하는 예찰과 방제

서천군농업기술센터의 재해 대응은 병해충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최근 집중호우와 같은 기상재해가 자주 발생하면서,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농작물이 침수되고 생육에 심각한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서천군농업기술센터는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과 협력해, 굴삭기 부착형 무굴착 암거 지하관수와 배수공법을 적용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땅속 배수’ 기술을 적용한 시범포를 운영하며, 관행 재배지와 비교하는 실증 실험을 진행했어요. 지난 7월 10일경, 충남 서천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을 때, 관행 재배지는 논콩 재배지에 물이 고이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덮은 비닐 위로도 물이 빠지지 않아 작물 생육이 크게 위협받았죠. 반면 같은 조건의 시범포는 땅속 배수 기술 덕분에 물 빠짐이 훨씬 원활했고, 실제로 침수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어요.”

서천군농업기술센터의 재해 대응은 식량작물뿐 아니라 축산과 원예 분야까지 아우르는 통합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축산 분야에서는 여름철 폭염과 겨울철 한파 등 극한 기후로부터 가축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축사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 과제이다.

“원예 분야 역시 마찬가지예요. 시설하우스 내 고온 스트레스, 습도 조절, 병해충 확산 문제 같은 다양한 리스크에 대응해야 해요. 이처럼 재해 대응은 특정 작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농업 전반에 걸쳐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일입니다. 각 분야의 특성과 생육 환경에 맞춘 정밀한 예찰과 대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관련 기관 간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앞으로도 서천군농업기술센터는 지역의 지형과 기후 특성을 반영한 예찰 활동을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입니다.”

병해충은 물론, 이상기온과 기상재해에 이르기까지. 서천군농업기술센터는 농업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농가의 피해를 줄이고 안정적인 영농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오늘도 묵묵히 들녘을 지키고 있다. 안정된 수확과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보이지 않는 수고가, 우리 모두의 내일을 위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