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꾸 라이프

조용히 숨을 고르는 라니만의 보금자리

쉼을 닮은 집,
삶을 담은 공간
‘희재 呬在

건설회사에 다니던 남편과 바쁜 도시 생활을 이어가던 라니는 어느 날 큰 결심을 한다.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흑염소 목장을 물려받아 산속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 도시를 떠나 자연에 뿌리내리기로 한 부부는 가족, 특히 동물들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집을 짓기로 마음먹었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heejae_space

유튜브
https://youtube.com/@rani_jj

외관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집을 짓느라, 산속까지 레미콘 차가 들어오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다행히도 오랜 시간 아버지 회사에서 일해온 베테랑 소장님과 건설 회사에서 현장 관리감독을 해온 남편 덕분에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믿고 맡길 수 있었어요.

진심으로 구성한 공간

라니 부부의 손끝에서 탄생한 이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닌 삶의 방향을 담은 결정체다. 오랜 시간 건축 시공사를 운영해 온 아버지와 함께 설계부터 시공까지 직접 참여하며, 집이 놓일 지형과 일조량, 동선, 시선까지 고려하며 만든 결과물이기 때문. 산 중턱의 경사를 살린 필로티 구조, 디자인과 실용성을 모두 아우른 공간 배치,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을 품은 창까지. 이곳에는 집을 짓기 위한 라니의 진심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대지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었고, 부부는 정남향의 집을 짓고자 했다. 이에 따라 집의 매스는 동서 방향으로 배치되었고, 자연스럽게 서쪽 경사면에는 반지하 공간이 형성됐다. 이러한 지형을 적극 활용해 필로티 구조로 설계한 덕분에 건물은 띄워 올려졌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일조량과 뛰어난 조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주 생활 공간인 거실과 주방은 2층 높이에 위치하게 되어, 주변 풍경을 한눈에 담는 탁 트인 공간으로 완성됐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던 점은 외부로부터의 단절감이었다. 산속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벌레와 해충의 진입을 덜 걱정해도 됐고, 외부인의 갑작스러운 출입에 대한 불안도 줄일 수 있었다. 이는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무엇보다 고양이들이 갑작스럽게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을 염려했던 만큼, 필로티 구조는 안정은 물론 안전까지 동시에 제공했다.

거실

큰 테이블을 거실 쪽으로 배치했어요. 막상 배송이 왔을 때는 생각보다 훨씬 큰 크기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 테이블에서 보내는 시간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정말 잘 선택했구나’ 싶어요. 벽난로는 무엇보다 고양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랍니다.

매일의 풍경과 삶이 머무는 공간

이 집의 1층은 ‘일상의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식사와 업무 그리고 염소 멍까지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이 공간은, 라니가 집을 구상할 때부터 꼭 두고 싶었던 에로사리넨 디자이너의 테이블을 중심으로 설계를 시작했다. 특히 테이블에 앉으면 푸르른 산과 목장이 한 폭의 프레임처럼 펼쳐져 부부는 아침마다 계절을 마주하며 하루를 연다.

라니가 집의 중심에 테이블을 뒀다면, 남편은 벽난로를 가장 먼저 고집했다. 아무래도 산속에 위치한 집이라 겨울엔 꽤 춥고,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기름 보일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 덕분에 벽난로는 겨울을 견디는 또 하나의 방식이자, 고양이 가족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가 됐다.

주방은 라니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대면형 구조로 설계했다. 대면형이라는 큰 틀을 먼저 정한 뒤, 그 안에 맞춰 가구를 제작하고 가전을 하나하나 선택했다. 특히 아일랜드 바는 무늬목 계열의 원하는 시안을 라니가 직접 찾아 가구 회사에 전달해 완성한 맞춤형 가구다. 그리고 무엇보다 설거지를 하며 바라보는 창 너머의 풍경, 일명 ‘설거지 뷰’는 이 공간에 또 다른 아름다움을 더한다. 보조주방 겸 다용도실은 실용성과 기능성을 더했다. 빵을 굽고, 세탁을 하고, 음식물 처리까지 가능한 이곳은 조용한 ‘작업실’이자, 숨은 수납의 공간이다.

1층에는 침실과 테라스도 자리한다. 침실은 오직 잠만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하기 위해 침대, 간접 조명, 이불을 수납할 붙박이 장만이 자리한다. 그리고 문을 열면 곧바로 자연과 맞닿는 테라스. 마당보다 집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익숙한 가족에게 테라스는 가장 일상적인 힐링 장소다.

주방

정남향이라 오전부터 햇살이 깊이 들어오는데, 그 볕을 고양이들이 마음껏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 캣타워를 이쪽에 두었어요. 가끔 식사 준비를 하고 있으면, 캣타워에 올라간 고양이들이 저를 내려다보며 바라보곤 해요.

쉼과 회복을 위한 프라이빗한 공간

2층에는 오직 부부를 위한 공간이 펼쳐진다. 계단실과 분리된 구조 덕분에 온전히 하나의 큰 공간으로 구성된 침실은 우드톤의 따뜻한 재료와 가구로 아늑함을 더했다. 특히 목공 사장님과 협업해 완성한 포인트 벽은 이 집의 디테일을 보여준다. 얇은 무늬목을 벽에 붙이고 그 위에 오일 스테인을 칠한 것인데, 목공 사장님이 무늬목을 한 장 한 장 다림질해 가며 정성껏 붙여주셨다. 드레스룸에는 따로 문을 달지 않고 아치형 통로로 설계해, 이 집만의 개방감을 보여준다. 게다가 드레스룸의 모든 붙박이 가구 역시 라니의 스타일에 맞춰 제작했다. 특히 수납장을 넉넉히 제작했다.

무엇보다 2층 욕실은 이 집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다. 반신욕을 즐기기 위해 넉넉한 프리스탠딩 욕조를 들였고, 물때가 끼기 쉬운 욕실 선반과의 오랜 전쟁에 질려 욕조 옆에는 ‘젠다이’라 불리는 턱을 만들어 따로 선반을 달지 않고도 물건을 올려둘 수 있도록 했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건식’과 ‘습식’ 공간을 단차와 벽으로 분리한 점이다. 샤워를 마친 뒤에는 바로 건식 파우더 공간에서 화장과 머리 손질을 끝내고, 곧장 드레스룸으로 나가 옷을 입을 수 있는 ‘원웨이’ 동선으로 설계했다.

늘 바쁘게 살아오다 보니, 라니는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온전한 시간을 꿈꾸게 됐다. 그 바람 끝에 탄생한 공간이 바로 이 집 ‘공간, 呬在(희재)’이다. 인생 2막과 함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지은 이 집에서, 이제는 천천히 몸과 마음의 진짜 쉼을 찾아가고 있다.

2층

2층은 1층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로, 우드 계열 소재를 많이 사용했어요. 광폭 마루 바닥을 깔고, 창틀과 실링팬에도 우드 포인트를 더했죠. 가구 역시 우드톤과 패브릭 소재를 중심으로 골라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완성했습니다.

욕실

넉넉한 크기의 욕실이 완성됐어요. 시골로 이사 온 뒤로는 오히려 외출할 일이 많지 않다 보니, 집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꾸준히 반신욕을 즐기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