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 교수는 식재료의 생산자와 유통자, 소비자를 두루 아우르며 변화하는 음식의 흐름과 트렌드를 연구하는 ‘맛의 탐험가’다. 그 중심에는 누구나 자신의 취향에 맞춰 식재료를 고르고, 더 맛있는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이 있다. 그래서 더 잘 먹고, 더 잘 마시고, 더 잘 놀 수 있는 길을 탐구하는 그의 식탁은 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공간이다.
문정훈 교수는 농업과 경영학을 아우르며 ‘먹고 마시고 노는’ 산업을 통합적으로 연구하며, 소비자의 취향과 산업의 가치를 함께 높이는 실천으로 K푸드의 혁신을 이끄는 연구자다.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KAIST 경영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0년, 연구 무대를 서울대학교 농생명과학대학으로 옮겼다. 이유는 단순했다. 경영학적인 시선으로 우리 농업과 식문화를 바라보고,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 생태계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가성비’만 따지는 소비가 아닌, 나와 가족의 취향과 요리에 맞는 재료를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가 많은 사회다. 이를테면 감자탕에는 분질감자를, 전에는 점질감자를, 쌀은 내 입맛에 맞는 향미 계통을 기꺼이 고를 수 있는 세상. 그리고 그 바탕에는,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잘 먹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내재하고 있다.
교수님께서는 주로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시는지, 푸드비즈니스랩은 어떤 곳인지 소개해 주세요.
푸드비즈니스랩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고 잘 먹을 수 있을지를 탐구합니다. 다양한 농산물이 생산되어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그 사이에 존재하는 유통·가공 과정을 연구하는 것도 그 일환이죠.
생산자가 더 잘되기 위해서는 ‘수요의 질’과 ‘수요의 양’ 을 함께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그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연구는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더 맛있고 매력적인 메뉴,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간편식, 슬라이스 사과처럼 한 번 더 손질된 1·2차 가공품까지. 이런 아이디어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것이, 푸드비즈니스랩의 목표입니다.
푸드비즈니스랩의 연구로 탄생한 제품에는 무엇이 있나요?
메뉴, 간편식, 음료 등 푸드비즈니스랩이 관여한 제품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제조사와는 ‘소비자가 원하는 맛과 형태’를 기획하고, 유통사와는 ‘어떤 과일·채소를, 어떤 방식으로 판매하면 좋을지’를 연구하며 실제 상품화까지 이어갑니다. 토마토·사과 같은 농산물에서부터 만두·음료 등 간편식까지, 아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쯤은 맛본 제품에 푸드비즈니스랩의 연구가 스며 있습니다.
최근에는 어떤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나요.
최근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혼밥’ 문화입니다. 혼자 식사하는 젊은 세대는 원 핸드(One-hand), 원 디쉬(One-dish), 원 볼(One-bowl) 푸드를 선호합니다.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음식을 바로 집어먹거나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 있는 형태죠. 푸드비즈니스랩은 이런 식문화에 맞춘 간편식과 외식 메뉴 설계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흐름은 ‘펫 푸드’입니다. 자녀 대신 반려동물을 가족이나 동반자로 여기는 인구가 늘면서, 반려견·반려묘를 위한 사료와 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영양 구성이나 형태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는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에 푸드비즈니스랩은 견주·묘주가 원하는 펫 푸드의 형태와 영양 설계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편, 과일과 채소 소비 트렌드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쌈채소류는 고기와 함께 먹는 문화 덕분에 수요가 유지되고 있지만, 그 외 채소와 과일 소비는 전반적으로 감소세입니다. 농촌진흥청이 10년 이상 축적한 ‘수도권 주부 소비자 패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생과일·생채소뿐 아니라 주스·잼 같은 가공 식품도 소비가 줄고 있었습니다. 반면 바로 세척·손질만 한 1차 가공 과일과 채소, 그리고 이를 소분 포장한 제품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건강을 위해 생과일·생채소를 먹고 싶어 하지만, 손질의 번거로움은 피하고 싶어 합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가공된 제품은 건강하지 않다고 인식하죠. 그 중간 지점에 있는 ‘신선한 1차 가공·소분 제품’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거죠.
최근 ‘토종 농산물·축산물’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재래종은 생산성이 낮지만, 농촌진흥청의 개량 연구를 통해 고유의 맛과 향, 식감은 살리면서도 생산성을 높인 품종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어요.
이런 흐름에서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중요할까요?
소비자가 신선 농산물을 선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품질에 문제가 없고 신선도가 뛰어나면서도 가격이 합리적인 경우, 다른 제품과 확연히 구별되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 경우입니다. 현재 경기 침체 속에서 농산물 물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어, ‘가격 경쟁력’과 ‘차별화’라는 두 축은 농산물 경쟁력의 핵심이자 농촌진흥청 품종 개발과 육종 전략의 중요한 방향이 될 것입니다.
쌀을 예로 들면, 과거 소비자들은 품종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대부분 혼합미를 구매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쌀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한 번 먹더라도 내 입맛에 맞는 품종을 고르겠다’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농촌진흥청의 역할은 분명합니다. 각 지역의 토양·기후 조건에 맞춰 수량성도 높고, 지역의 특성이 작물의 관능적 특성에 잘 나타나도록 하는 품종을 개발, 보급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세부 시장을 열 수 있습니다.
교수님이 계절마다 즐겨 드시는 식재료가 궁금합니다.
최근 ‘토종 농산물·축산물’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재래종은 생산성이 낮지만, 농촌진흥청의 개량 연구를 통해 고유의 맛과 향, 식감은 살리면서도 생산성을 높인 품종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어요. 저는 일부러 이런 품종을 찾아 먹고, 셰프나 가공업체에 소개하며 수요와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농산물의 유전적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축산 분야에서는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센터가 제주재래흑돼지를 이용해 소비자 입맛에 맞춰 개발한 품종 ‘난축맛돈’을 취급하는 식당을 일부러 찾아가고, SNS에 공유하기도 합니다. 쌀 역시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품종뿐 아니라 ‘골든퀸’이나 ‘천지향’ 같은 향미 계통 쌀을 먹어보고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널리 소개합니다.
이렇게 신품종을 소개하는 이유를 사과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우리나라 사과 시장은 품종 다양성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아오리·홍로·부사 세 품종이 전체 시장의 70~80%를 차지하죠. 맛은 뛰어나지만 기후변화에 적응력이 떨어지는 문제로, 새로운 품종 개발과 보급이 절실합니다. 하지만 과수는 한 번 심으면 최소 10~20년은 재배해야 하므로 품종 전환이 쉽지 않아요. 만약 신품종이 소비자에게 외면받으면 그간의 농사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새로운 품종을 먼저 찾아 맛보고, 그 경험을 SNS와 유튜브를 통해 공유해 더 많은 소비자가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주로 어떤 곳에서 식재료를 구매하시나요?
신선 식재료는 다양한 농산물과 축산물을 한곳에서 비교·구매할 수 있는 마켓컬리와 쓱닷컴 주로 이용합니다. 청계란이나 제주 토종닭의 달걀처럼 구하기 어려운 제품도 이곳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거든요. 이렇게 구매한 식재료는 다양하게 조리해 보며 조리 적성이나 가공 적성을 직접 테스트합니다. 저에게는 매 끼니가 하나의 ‘실험’입니다. 재미있는 부작용이 하나 있는데 연구실 대학원생들은 석사 2년, 박사 5년 과정 동안 대부분 2~5kg씩 체중이 늘었다가 졸업 후 빠집니다. 하지만 저는 ‘졸업’이 없으니, 그 체중을 그대로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연구와 실험의 길이란, 이렇게 몸으로도 느껴지는 길입니다.
〈그린매거진〉 독자에게 더 좋은 식재료 선택을 위한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식재료를 고를 때 가성비만 따지기보다 나와 가족의 취향을 먼저 떠올려 보세요. 오늘 만들 요리에 꼭 맞는 식재료를 찾아 선택하는 것, 우리의 식탁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달걀을 통한 작은 실험,
그리고 맛있는 발견

“최근 제가 집중하는 재료는 달걀입니다. 크기에 따른 조리 차이, 난백과 난황의 비율을 조절하며 조리했을 때 나타나는 물성 변화, 식재료와의 조합, 조리 온도와 시간에 따른 결과까지 실험하고 있어요. 이렇게 제 입맛에 맞는 조리 포인트를 찾는 동시에, 한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달걀의 익힘 정도’도 탐구하고 있죠.”
달걀을 선택할 때 난황의 색이 짙을수록 품질이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문정훈 교수는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한다. 난황이 오렌지빛을 띠거나 색이 진한 경우는 사료에 색소가 첨가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으며, 실제 맛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시각적으로 더 맛있게 느껴지는 효과, 즉 ‘심리적 맛’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정훈 교수는 좋은 달걀의 기준으로 신선하고 건강한 달걀을 꼽는다. 계란을 구입할 때 난각에 표시된 수집일자를 체크하고, 가능하면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제품을 선택한다. 또한 구입 후에는 냉장 보관 기간을 최소화해, 가능한 한 빠르게 소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신아로미 편!
지금 바로 QR코드를 스캔하고 감상해 보세요! 문정훈 교수의 인터뷰 영상은 10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