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추천으로 시작한 새싹삼 농사는, 어느새 황경시 대표의 삶 한가운데에 자리 잡았다.
3주마다 심고, 뽑고, 다시 심는 조용한 반복 속에서 새싹삼의 리듬에 익숙해졌고 새싹삼이 피어나는 과정을 바라보며 그 매력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하지만 황경시 대표의 손길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티백과 분말, 장아찌, 조청, 그리고 오란다까지. 다양한 가공품을 개발하며 새싹삼의 쓰임을 넓혀가고 있다.
새싹삼으로 일궈가는 하루
“지인이 해볼 만하다고 추천해 주시더라고요.”
그 한마디에 황경시 대표와 함께 하는 황숙자 대표는 용기를 냈다. 처음 2년은 월세를 내며 지인의 농장에서 재배를 배우고, 천천히 경험을 쌓아갔다. 그렇게 익숙지 않던 새싹삼과 가까워지며, 2019년부터는 지금의 농장에서 본격적인 새싹삼 농사를 시작하게 됐다. 낯설고 서툴렀던 시간은 어느새 지나가고, 새싹삼은 이제 어느덧 황경시 대표 삶에 일부가 됐다.
새싹삼은 일반적인 농작물처럼 한 번에 심고, 한 번에 수확하지 않는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수직으로 5~6단씩 적층된 화분들이 수백 개가 질서 있게 놓여 있다.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고안된 이 구조는 주마다 한 줄씩 순차적으로 심고, 수확하고, 다시 심는 로테이션 방식으로 운영된다. 덕분에 수확 주기는 대략 3주. 그래서 손을 쉬는 날이 드물다.
“일이 잔잔하게 계속 있어요. 묘상도 고르고, 심고, 뽑고, 또다시 심고. 이런 작업들은 기계로는 안 돼요. 다 손으로 해야 해서 손이 정말 많이 가요. 수확한 후에는 화분을 살균하는 작업도 해야 해요. 삼 같은 경우에는 연작피해가 심해서 한 번 심은 자리는 10년간 다시 못 쓰거든요. 그 과정이 바쁘게 이어지지만 뿌리에 싹이 트고, 잎이 하나씩 피어날 때 그 모습이 참 예뻐요. 그걸 보는 게 좋아서, 이 일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정성껏 기른 새싹삼을 그저 원물 그대로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황경시 대표는 다양한 방식으로 새싹삼의 가치를 확장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도전은 분말, 티백, 조청, 그리고 오란다처럼 다채로운 제품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새싹삼, 새로운 가능성으로 재탄생하다
가장 먼저 시도한 제품은 새싹삼 티백이었다. 하지만 새싹삼은 재배 자체에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고, 원가도 높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대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다른 형태의 활용을 고민하게 됐다.
“새싹삼을 재배하다 보면 잎이 제대로 피지 않거나, 싹은 텄지만 자라지 않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런 결주 개체들은 유통하기가 어려워요. 그렇다고 버리기엔 아깝고, 그래서 장아찌로 활용하기 시작했죠.”
이어 분말 가공에도 도전했다. 하지만 분말은 일반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형태로 판매가 쉽지 않았다. 또다시 ‘이걸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끝에 떠오른 것이 조청이었다. 장성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활용한 조청은, 원재료 면에서도 지역의 정체성을 담을 수 있었다. 황경시 대표는 새싹삼 분말을 조청에 넣어보기로 했다. 이후 농업기술센터의 가공지원센터를 통해 본격적인 시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센터를 이용하려면 법인 등록과 함께 일정 교육 이수가 필요했지만, 황경시 대표는 망설이지 않았다. 1년간 가공 교육 과정을 수료하며 기계 운용법과 기초 가공 지식을 차근차근 익혀나갔다. 그렇게 만들어진 조청은 또 다른 제품으로 이어졌다. 바로 오란다였다.
“당시에 오란다가 한창 유행했어요. 장성에도 지역을 대표하는 제품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농업기술센터에 오란다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의견을 드렸어요. 답은 긍정적이었고, 그렇게 본격적으로 새싹삼 오란다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장성 쌀과 새싹삼, 그리고 농업인의 실험정신이 어우러진 오란다가 탄생했다. 새싹삼 조청으로 만든 오란다는 단순히 섞고, 굳혀 완성하는 간식이 아니다. 생각보다 제조 과정이 까다롭고, 날씨에도 민감하다.
“버무리는 과정에서는 온도와 시간 조절이 정말 중요해요. 특히 비 오는 날이나 습한 날에는 잘 굳지 않아요. 그날그날 습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거든요. 굽는 데에 특별한 장비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조금만 덜 말리면 반죽이 밀리고, 반대로 너무 바삭하게 굳으면 가루가 많이 떨어져요. 조청이 굳는 순간을 잘 읽어내야 비로소 형태와 식감이 안정돼요. 처음에는 실수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아, 이 정도면 되겠다’ 싶은 감이 생겼어요.”
새싹삼을 활용한 가공 도전은 단순한 식품 개발이 아니라, 활용이 적은 농산물에 대한 새로운 쓰임을 여는 첫걸음이었다. 그리고 그 여정은 지금도 조용히, 지속되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품목을 만들기보다는,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체험 중심으로 연결해보려고 해요. 예를 들어 블루베리를 건조해서 오란다에 넣는 것도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죠. 지금 하고 있는 가공 작업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거니까요.
가족과 함께하는 미래
황경시 대표가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일은 농산물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오래전부터 마음 한켠에 품고 있던 작은 계획이자, 이제야 비로소 천천히 실현해 나가고 있는 단계다. 그 하나로 최근에는 약 250그루의 블루베리를 새롭게 재배하기 시작했다.
“블루베리를 선택한 이유는 체험하기 딱 좋은 작물이거든요. 직접 따볼 수도 있고, 따온 열매로 잼이나 청도 만들 수 있어요. 조금 더 나아가면 케이크 같은 디저트도 만들어볼 수 있고요.”
블루베리는 남녀노소 호불호가 적은 과일이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서 직거래 장터에서도 반응이 좋다. 직접 따서 바로 맛볼 수 있는 재미, 그 순간이 고스란히 추억으로 남는 작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블루베리를 대량 생산하거나 가공 라인을 확대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설 투자, 운영비, 규모의 한계 등 현실적인 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경시 대표는 지금 있는 공간 안에서 할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완전히 새로운 품목을 만들기보다는,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체험 중심으로 연결해보려고 해요. 예를 들어 블루베리를 건조해서 오란다에 넣는 것도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죠. 지금 하고 있는 가공 작업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거니까요.”
황경시 대표의 계획은 단지 농장 운영에만 그치지 않는다. 조금 더 멀리, 가족이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삶의 구조를 그려 나가고 있다.
“나중에 신랑이 퇴직하면, 이 일에 같이 들어와서 함께하면 좋겠어요. 아이들도 이제 사회에 나갈 나이인데, 만약에 그 생활이 안 맞거나 힘들면 이곳에서 함께 해볼 수도 있고요.” 지금부터라도 가족이 함께 뿌리내릴 수 있는 방향을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것이 황경시 대표의 바람이다. 황경시 대표의 가온참뜰은 단순한 재배의 공간이 아니다. 자연을 중심으로 가족이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작은 체험 속에서 더 깊은 연결을 꿈꾸는 삶의 터전이 되고 있다.
가온참뜰의 대표 상품
새싹삼 조청으로 만든 오란다는 일반적인 오란다와는 조금 다릅니다.
조청만을 사용해 단맛이 과하지 않으며,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게 씹힙니다.
당 함량이 3~4% 수준으로, 일반 과자류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덕분에 당 조절이 필요한 소비자들도 하루에 하나 정도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새싹삼이 들어갔다고 하면 흔히들 ‘쓰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오히려 그 쓴맛을 조청이 부드럽게 감싸줘 고소하고 깊은 맛을 살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