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시골 영화관

길 위에서
다시 만나는 나

인생은 아름다워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말하지만,
그 말이 진짜로 가닿는
삶은 얼마나 될까.
‘인생은 아름다워’는 그 물음에 조용히 손을 얹는 영화다.

누군가의 엄마, 아내, 그리고 한 사람

영화는 길어야 두 달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세연(염정아 분)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무심한 남편 진봉(류승룡 분)과 두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는 세연은, 가족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손은 늘 마를 날 없이 살아왔다. 아이들 밥 챙기고 등교 준비시키느라, 한숨조차 사치였던 삶이었다. 시한부 판정을 받고 나서야, 세연은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없이 서글프기만 한 세연은, 남은 인생 동안 해보고 싶은 일들을 하나하나 메모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앨범을 뒤적이다 우연히 30년 전 첫사랑과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한다. 그 시절 사랑받던 자신이 그리워진 세연은, 진봉에게 생애 마지막 소원으로 첫사랑을 찾아 만나게 해달라고 말한다. 그렇게 부부는 차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첫사랑을 찾아 나선다.

이 영화는 ‘시한부’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세연과 진봉의 어린 시절을 지나 아이를 키우는 부부가 되기까지의 시간을 관통하는 영화다. 특히 그 이야기를 엮어 가는 가장 중요한 장치가 ‘음악’이다. 수많은 노래로 이야기를 풀어낸, 이른바 ‘주크 박스’ 영화다. 신중현의 ‘미인’, 이문세의 ‘조조할인’, ‘알 수 없는 인생’, ‘솔로예찬’, ‘애수’부터 이승철의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에코브릿지&최백호의 ‘부산에 가면’,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 유열의 ‘이별이래’ 등 음악과 함께 과거의 장면들이 켜켜이 되살아나고 그 노래는 세연의 청춘을, 사랑을, 그리고 잊고 있던 자기 자신을 불러낸다.

한 사람을 찾아가는 여정, 그리고 인생이라는 여행

첫사랑 정우를 찾기 위한 여정은 ‘목포’에서 시작되어 ‘부산’, ‘청주’, 그리고 ‘완도’의 보길도로 이어진다.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서린 목포에서, 세연은 정우와 함께 찍은 오래된 사진을 꺼내 들고 사람들의 기억 속 조각을 더듬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마주한 정우의 SNS 속 사진에서 풍경과 단서를 따라 두 사람은 완도로 향하게 된다.

완도의 보길도에서 마침내 정우의 동생을 만나게 된 두 사람은, 그를 통해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정우는 이미 몇 년 전, 낚시 도중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생은 오래전부터 세연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정우가 생전에 세연에게 보내려 했던 편지와 사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연이 편지를 펼쳐본 순간, 예상치 못한 진실이 드러난다. 편지의 주인공은 세연이 아닌, 그녀의 친구 현정이었던 것. 한때 세연은 현정이 정우와 헤어지게 하려고 정우를 바람둥이로 몰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정우가 먼저 현정을 좋아했고 그것이 진짜 이유였던 것이다. 편지를 읽고 충격에 빠진 세연, 그리고 그 옆에서 진봉은 어이없다는 듯 크게 웃어버린다.

이후 정우의 집을 나서던 중, 세연은 길에 주저앉고 만다. 진봉은 그런 세연을 업고 완도 바닷가를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무뚝뚝했던 평소와 달리 자신 역시 절망스럽고 두려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이후 장면은 세연과 진봉의 결혼식으로 전환된다. 이는 과거가 아닌 현재의 이야기로, 진봉이 세연을 위해 마지막으로 준비한 ‘잔치’다. 그는 잃어버렸던 친구 현정까지 불러왔으며, 장면은 웃음과 음악이 가득한 따뜻한 시간이 펼쳐진다.

이 영화는 반전 없이 누구나 예상할 만한 결말로 막이 내린다. 진봉은 그동안 소홀했던 집안일을 하며, 비로소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그렇게 이야기는 담담하게 마무리된다.

세연이 지나온 길 위에는 그녀의 기억과 사랑이 겹겹이 쌓여 있다. 정우를 찾아 떠난 그 여정은, 사실 세연이 자신을 되찾는 여정이기도 했다. 그 여정에는 세연과 진봉의 싸움도, 웃음도, 눈물도, 그리고 사랑도 있었다.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그들이 지나온 길을 따라 한번 떠나보는 건 어떨까. 누군가 그려온 추억 위에 나의 추억도 새롭게 피어날지 모른다.

길 위에 내려앉은 황금빛 은행나무길
충남 아산 은행나무길

포스터 속 배경이자, 세연과 진봉이 처음 여행을 떠나는 장면에 등장하는 길. 그곳이 바로 충남 아산의 은행나무길이다.

아산시 염치읍 곡교천 제방을 따라 조성된 이 길은 ‘전국의 아름다운 10대 가로수길’,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에도 이름을 올렸다. 곡교천 충무교에서부터 현충사 입구까지 약 2.2km 길이다.

특히 가을이면 이곳은 황금빛으로 물들며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해, 이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작은 영화 한 편이 된다. 이맘때 즈음엔 공연·전시·체험 같은 문화 행사도 펼쳐져 연인도, 친구도, 가족도 함께 걷기에 참 좋다.

물론 이 길의 진짜 매력은 사계절 내내 변함없다는 데 있다. 봄에는 샛노란 유채꽃이 강가를 따라 흐드러지고, 겨울이면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눈이 길 전체를 순백의 세계로 바꿔 놓는다.

  • 주소 충남 아산시 염치읍 은행나무길 293-1
푸른 바다와 초록 정원이 맞닿은 섬
전남 완도 보길도

완도 보길도는 세연과 진봉의 마지막 목적지다. 전남 완도군 보길면에 위치한 이 섬은, 완도 본섬에서 23.3㎞ 떨어져 있으며 섬 전체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다.

영화에서 세연의 첫사랑 정우가 언급하는 장소이기도 한데, 이 섬에는 세연과 이름이 같은 정자가 있다. 바로 한국의 3대 전통 정원 중 하나로 꼽히는 ‘윤선도원림’에 자리한 ‘세연정’이다. 조선시대의 문신이자 시인이었던 고산 윤선도(1587~1671)가 여생을 보낸 이 정원은, 대한민국의 명승으로 지정된 문화재로 남아 있다. 너른 연못과 고목, 바위와 언덕 위에 놓인 정자. 세연정은 그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용해지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세연은 이 정자에서 진봉의 무릎을 베고 누워 오랫동안 단잠에 든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장소는 진봉이 유열의 ‘이별이래’를 나직이 부르던 몽돌해변이다. 보길도 예송리해수욕장에 자리한 이 해변은 ‘청명석’이라 부르는 둥글고 매끈한 갯돌이 길이 약 2km, 폭 50m에 걸쳐 깔려 있다. 주변을 감싸고 있는 상록수림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을 만든다.

  • 주소 전남 완도군 보길면 부황길 57
    전남 완도군 보길면 예송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