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꾸 라이프

오래된 집에 다시 깃든 삶

햇살을 품고
웃음이 머무는 공간이 되다

제주에 정착한 지 11년 차, ‘화순댁’이라 불리는 희정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오래된 집을 다시 고쳐 살고 있다. 남편의 어린 시절이 담긴 공간, 사방을 한라봉밭과 귤밭이 감싸는 집은 가족의 일상과 웃음을 품는 새로운 보금자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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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아직 100년은 되지 않았지만, 아주 오래전 초가집 시절부터 형태를 갖추기까지, 1941년부터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켜온 집이에요.

옛집에서 다시 시작한 삶

현재 희정이 살고 있는 이 집은 1941년 3월 31일에 등록된, 오래된 촌집이다. 그의 남편이 중학교 때까지 살았던 집으로, 초가집 시절부터 지금까지 제자리를 지켜온 집이기도 하다. 요즘 제주에서 이런 집은 귀한 매물이라 펜션이나 카페로 개조되는 경우가 많지만, 희정은 이 집을 고쳐 ‘다시 살아보기로’ 했다.

제주에 내려와 신축 단독주택에서 3년을 살아 보기도 했지만, 관리가 어렵고 과한 공간이 오히려 불편했던 희정은 큰 집보다는 아담한 집이 더 적절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아이들이 클 때까진 복작복작 함께 살아 보자’라는 결심으로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하기 시작했다.

예산은 최대 1억. 줄일 수 있는 부분을 과감히 줄이고자 남편이 직접 공사에 참여하며 ‘반셀프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잡았다.

거실

저희는 거실에서 생활을 많이 하는 편이라 거실을 넓게 만들었어요. 방은 잠만 자는 용도로 작게 꾸몄고요. 아침이든 낮이든 사방에서 햇살이 잘 들어와서 정말 좋답니다.

거실, 가족의 중심으로

공사 전 거실은 좁고 통로 같은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방을 줄이더라도 거실을 넓히기로 했다. 현관문 두 개 중 하나를 막고 그 자리에 통창을 내 한라봉나무가 보이도록 했으며, 화이트와 우드톤으로 통일한 인테리어로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살려낸 서까래는 그라인더로 직접 다듬었고, 집을 받치던 쇠기둥은 나무로 감싸 마무리했다. 덕분에 거실 어디에서든 햇빛이 들어오고, 가족이 모여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히 넉넉한 공간이 됐다.

희정이 가장 마음에 들어한 건 이 집이 가진 ‘햇살’이었다. 남향에 큰 창이 많아 하루 종일 집 안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옛집답지 않게 창문이 크고, 덕분에 사방팔방 햇볕이 들어와 포근했다. 게다가 사방이 한라봉밭과 귤밭으로 둘러싸여 있어 창을 열면 나무가 보이고, 현관을 나서면 산방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귤꽃이 피는 계절에는 집 안팎으로 은은한 향기가 퍼진다. 제주살이 11년 차가 된 지금도, 여전히 이 풍경은 가족을 설레게 한다.

안방

안방은 생각보다 넓었고, 큰 창문이 특히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구조 변경 없이 그대로 공사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아이방에서 바라보는 뷰가 정말 좋아요. 한라봉나무가 딱 보이는데 푸릇푸릇하고 예뻐서, 공부하면서 리프레시가 제대로 될 것 같아요.

안방과 아이방, 단열에 진심을 담다

안방에는 큰 창이 있는데, 구조 변경 없이 그대로 살렸다. 대신 단열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아이들이 있는 집이기에 추위는 가장 큰 걱정거리였고, 단열 공사를 꼼꼼히 진행해 구옥답지 않게 따뜻한 방으로 완성했다.

아이방은 안방 옆에 벽을 세워 새롭게 만들었다. 아이방에도 큰 창이 있어, 그 창으로는 푸른 한라봉나무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그 어떤 공간보다, 창문뷰가 아름다운 공간이라고 한다.

돌창고

돌창고는 완성되면 여름엔 고기도 구워 먹고, 겨울엔 고구마도 구워 먹으며 맥주 한 잔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려고 만들었어요. 사실 여름엔 덥고 모기 때문에, 겨울엔 춥고 바람이 심해서 바깥에서 즐기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실내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마련해 봤습니다.

돌창고, 가족의 아지트로 재탄생하다

리모델링에서 가장 공을 들인 공간은 ‘돌창고’였다. 공사 인부들은 “허물라”고 했지만, 부부는 끝내 지켜냈다. 석공이 무너진 벽을 다시 쌓고, 그 자리에 통창을 내 귤밭이 시원하게 보이도록 했다. 부족한 부분은 남편이 직접 돌을 쌓고 미장하며 마무리했다.

돌창고는 앞으로 가족의 아지트로 꾸며질 예정이다. 여름에는 고기를 굽고, 겨울에는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맥주 한 잔 기울이는 공간. 밖에서 불 피우며 고기 먹는 건 계절과 날씨의 제약이 컸지만, 이 돌창고 덕분에 언제든 즐길 수 있는 실내 공간이 마련됐다.

총 예산은 약 8천만 원, 반셀프라 공사 기간은 길어졌지만 만족도는 그만큼 높았다. 무엇보다 이 집은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남편의 유년 시절이 담긴 곳이자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살던 집’으로 기억될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