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시골 영화관

인생,
한 편의 소풍처럼

소풍

영화 소풍은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두 노인이,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사람을 만나고 추억을 회상하며 일어나는 일들을 담았다. 사실 이 영화는 단순한 추억 여행에 그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 그리고 ‘존엄한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담히 묻는다.

서울에서 시작된 여행

이야기는 은심(나문희)의 서울 아파트에서 시작된다. 홀로 지내는 은심은 나이 오십이 넘어서도 여전히 돈을 달라 조르는 아들 해웅(류승수)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해웅은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사장이었으나, 체인점에 공급한 기름의 위생 문제가 터지면서 거액의 소송에 휘말리며 몰락한다. 그 탓에 은심의 집안은 어수선하다.

그런 와중에 고향 친구이자 사돈인 금순(김영옥)이 은심의 집에 불쑥 찾아온다. 금순은 밭농사와 나물 장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전형적인 시골 할머니다. 선크림 하나 바르지 않고 밭일과 장사에 매달리다 보니 얼굴은 늘 햇볕에 그을려 새카맣다. 그런 금순이 평소에는 아무렇게나 입고 다니더니, 이번에는 유난히 곱게 차려 입고 나타나자 은심은 어쩐지 의아하다.

그렇게 오랜만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가출 선언’을 하듯 집이 아닌 호텔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침대에 나란히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은심은 불쑥 60년 만에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그곳은 금순이 여전히 살고 있는 곳이자, 두 사람의 청춘과 추억이 깊이 새겨진 공간이기도 하다.

“다음에 다시 태어나도 네 친구 할 끼야.”

남해에서 다시 만난 추억, 그리고 소풍

남해에 도착한 은심과 금순은 어린 시절 추억을 다시 밟아 나간다. 그곳에서 은심은 자신을 짝사랑하던 태호(박근형)도 우연히 마주친다. 그리고 영화는 그들이 처음 만났던 16살의 시절로 시선을 돌린다. 그토록 젊고 푸르렀으며,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시절이다.

그러나 그 시절과 달리, 60년 만에 찾은 고향은 달콤한 기억만을 품고 있지는 않다. 마을은 대규모 리조트 개발 문제로 시끄럽고, 그들이 다녔던 학교는 이미 폐교된 지 오래였다. 리조트 개발을 놓고 민심은 ‘찬성’과 ‘반대’로 갈라졌다. 태호는 3대째 이어온 양조장을 지키며 청년단장을 맡은 딸과 함께 반대 시위의 선봉에 서 있었고, 반대로 금순의 아들은 개발을 찬성하며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된다. 갈등이 격해진 끝에 태호와 금순의 아들이 몸싸움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태호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다. 그곳에서 그는 뇌종양 판정을 받는다.

삶은 잔혹하기까지 하다. 추억을 나눈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태호는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다. 죽음이 낯설지 않은 나이이기에, 제각각 건강에 문제는 있었다. 금순은 대소변도 가누기 힘들 정도로 허리 건강이 악화되었고, 은심 역시 파킨슨병 초기 진단을 받은 상황. 그 과정에서 은심과 금순은, 준비를 한 것처럼 ‘소풍’을 떠날 채비를 한다.

은심은 남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을 준비한다. 조금의 돈을 찾아 태호의 딸에게 건네며, 과거 받아주지 못했던 마음에 대한 미안함을 덜어낸다. 그리고 마을은 끝내 개발 승인으로 리조트 건설이 확정되고, 금순의 집 또한 사라질 운명에 놓인다. 한편 돈 때문에 남해까지 찾아온 아들에게 은심은 단호히 말한다. 집은 이미 팔았고, 그 돈은 며느리 앞으로 보낼 것이라고. 은심의 결연한 선택이자 인생의 정리였다.

그렇게 인생을 하나둘 정리한 은심과 금순은 김밥을 싸 들고 남해가 훤히 보이는 바닷가로 향한다. 마치 소풍을 가듯이. 햇빛에 부딪히는 바다는 윤슬로 반짝이고, 그 앞에서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다짐한다. “다음에 다시 태어나도 네 친구 할 끼야.”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바로 이 장면이다. 노년의 우정이 시가 되어 스크린 위에 흐르고, 임영웅의 노래 〈모래 알갱이〉가 엔딩을 장식한다. 남해의 풍광 속에서, 금순과 은심은 마치 소풍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처럼 잔잔하면서도 먹먹한 울림을 남긴다. 그 장면은 결국 인생이란 소풍처럼 왔다가 떠나는 여정임을, 그리고 두 사람이 이제 마지막 소풍을 끝내려 한다는 것을 담담히 암시한다.

영화 소풍은 남해를 배경으로 촬영했다. 인생의 황혼을 담아내기에, 남해만큼 삶의 여운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 드물기 때문이다. 이제, 그 영화 속 배경이 된 장소를 하나씩 만나보자. 마치 소풍처럼, 잠시 머무는 삶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겨운 시골 마을과 눈부신 바다가 펼쳐지는 곳
평산마을

남해는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노년의 삶을 그려내기 위해, 제작진이 고심 끝에 찾은 곳이 바로 ‘보물섬’이라고도 부르는 남해였다. 섬을 감싸는 노을, 은빛으로 반짝이는 바다, 바닷가에서 웃고 노래하는 장면은 현실보다도 더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그 중심에는 평산마을이 있다.

특히 평산마을은 친근한 시골마을처럼 느껴진다. 바닷가에서 비탈길을 따라 빨간 지붕, 파란 지붕을 가진 집들이 옹기 종기 모여 있다. 특히 이곳의 뷰 맛집이라 알려진 곳은 평산2리 비석 이정표 앞. 이곳에서는 탁 트인 남해를 조망할 수 있다. 여유로이 떠 있는 섬과 어촌마을의 아늑한 풍경까지, 한눈에 다 담긴다.

마을이 작아 트래킹을 하기에도 좋고, 마을 곳곳에는 이것저것 볼거리도 있다. 해안가에는 옛 보건소를 개조한 ‘바래길 작은미술관’이 자리하고 있어 주기적으로 열리는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다. 그 밖에도 평산 방파제, 관선도, 아난티 남해 등 둘러볼 만한 관광지가 곳곳에 있어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 주소 경남 남해군 남면 평산리
층층이 쌓인 계단식 논의 멋진 풍광을 품은 마을
다랭이마을

층층이 쌓인 계단식 논과 시골 풍경이 어우러진 다랭이마을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다. CNN이 선정한 한국 여행지 베스트 3에 오를 만큼, 그 풍경은 압도적이고 독특하다.

이곳의 논은 선조들이 농토를 조금이라도 넓히기 위해 산비탈을 깎아 돌을 쌓아 계단식으로 일군 결과다. 바다에서 시작해 산자락까지 이어지는 좁고 긴 논들은 계단처럼 겹겹이 이어져, 보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비슷한 듯 제각각 모양을 가진 논 사이에는 산책로와 전망대가 마련돼 있어 편안히 둘러볼 수 있다. 마을의 명물인 암수바위와 밥무덤, 구름다리, 몽돌해변 등을 돌아보는 데는 약 1시간이면 충분하다.

  • 주소 경남 남해군 남면 남면로 702 다랭이마을 제1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