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국제 정세의 불안 속에서, 축산 농가의 ‘사료 자급’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그 한가운데서 김원태 대표는 수입 건초에 의존하던 현실을 넘어, 열풍건초 생산 시스템으로 국산 조사료를 직접 생산하며 스스로 지탱하는 농업을 실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사료비 절감을 넘어, 국내 축산 농가가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 가능한 자립 기반을 다지는 일이었다.
기후를 넘어선 기술, 건초 자급의 길을 열다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축사는 단순한 ‘승계’가 아니라 ‘업그레이드’의 출발점이었다. 김원태 대표는 현장에 디지털 기술을 과감히 도입해 작업을 체계화했고, 효율이 곧 경쟁력이라는 원칙을 축사 운영에 적용했다. 트랙터를 비롯한 각종 장비를 확충하고 축사를 증축했으며, 낙농에는 로봇 착유기를 들여 24시간 운영 효율을 높였다.
이후 김원태 대표의 관심은 효율적인 농장 운영을 넘어, 지속 가능한 생산 구조로 향했다. 기후 변화나 수입 건초의 불안정한 수급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김원태 대표는 직접 조사료 생산의 자립화에 나섰다. 그 결과 도입한 것이 바로 농촌진흥청에서 개발·보급한 ‘열풍건초 생산 시스템’이다.
건초는 수분 함량이 20% 미만으로, 한우와 젖소 등 반추 가축을 기르는 데 필수적인 풀사료다. 그러나 국내는 고온다습한 기후 탓에 자연 건조가 쉽지 않아, 해마다 약 100만 톤을 수입하고 있다. 국제 정세에 따라 수급이 불안정하고 가격 변동 폭도 커, 축산 농가의 사료비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건초를 수급하기가 정말 힘들어요. 비가 많이 오고 습도가 높다 보니, 자연 건조만으로는 수분을 20% 미만까지 낮추기가 어렵죠. 예전에는 장마철에만 비가 왔다면 요즘은 사계절 내내 비가 오니까 건초는 아예 꿈도 꿀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축산 농가가 수입 건초를 사용합니다. 냄새가 덜하고, 급여하기도 훨씬 편하거든요.”
이러한 현실 속에서 농촌진흥청은 국내에서도 안정적으로 건초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그 결과, 2022년 국내 최초로 ‘열풍건초 생산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풀사료의 수분 함량을 현장에서 30~50% 수준까지 자연 건조한 뒤, 이를 수거해 실내에서 뜨거운 바람으로 20% 미만까지 낮추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비가 와도 걱정 없이 실내에서 건초를 만드는 기술이다. 김원태 대표는 4년 전부터 농촌진흥청의 열풍건초 생산 시스템을 도입해 자신의 축산 농가에 적용했다.
“10여 년 전, 외국에서 인공 건조 시스템을 본 적이 있었어요. ‘우리도 언젠가 저런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던 중 농촌진흥청에서 열풍건초 생산 시스템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직접 찾아가 시연회를 보고는 바로 느꼈죠. ‘이건 해야겠다.’ 이후 국립축산과학원과 실증을 진행했고, 농촌진흥청 시범사업을 통해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습니다.”
금액이나 품질보다 더 중요한 게 ‘자급률’이라고 봅니다. 수입 의존도를 낮춰야 외국과의 무역에서도 유연해지고, 기후나 환율 같은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거든요.
80도의 바람으로 만드는 국산 건초
김원태 대표가 도입한 열풍건초 생산 시스템은 구조부터 남다르다. 3층으로 설계된 건조기는 열손실을 최소화하고,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바람을 순환시켜 일정한 온도로 풀사료를 말린다.
“건초를 생산하는 과정은 간단합니다. 먼저 원료를 잘게 잘라 투입하고요. 3층 구조라 3층에서 2층,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면서 80~90도의 열을 계속 불어넣어요. 투입부터 최종 배출까지 약 15분 정도 걸리고, 건조된 풀사료는 마지막 단계에서 바로 포장까지 진행됩니다. 기계에 따라 시간당 400~800kg까지 처리할 수 있어서, 하루 생산량은 약 10톤 정도예요.”
열풍건초 생산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아, 언제나 균일한 품질의 국산 건초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김원태 대표의 농장에서는 이제 수입 건초를 사용하는 대신, 국내산 이탈리안라이그라스를 열풍건조 시스템으로 건조·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품질이 뛰어나면서도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실제로 김원태 대표의 농장은 이 시스템을 통해 연간 약 300톤의 수입 건초를 대체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사료비 절감 효과는 약 5~6천만 원, 전체적으로는 연 7천만 원에 달하는 수익 효과를 거두고 있다.
수치로도 충분히 입증된 성과지만, 김원태 대표가 말하는 진짜 가치는 그 너머에 있다. 김원태 대표는 열풍건초 생산 시스템을 통해 단순한 수입 대체 이상의 가치를 체감하고 있다. 안정적인 품질의 국산 건초를 직접 생산·급여함으로써 사료비를 절감하고, 수입 의존도를 낮췄을 뿐 아니라 기후 변화나 환율 급등 같은 외부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급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결국 열풍건초 생산 시스템은 값싼 사료 생산 기술이 아닌, 국내 축산의 지속성을 높이는 길이었다.
“금액이나 품질보다 더 중요한 게 ‘자급률’이라고 봅니다. 수입 의존도를 낮춰야 외국과의 무역에서도 유연해지고, 기후나 환율 같은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거든요.”
자급에서 자립으로, 지속 가능한 축산의 길
현재 김원태 대표는 효율성과 품질을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한 장비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똑같은 기계로 더 많은 양을 생산하면서도, 이물질 없는 깨끗한 건초를 만들려고 해요. 포장도 더 단단하고 치밀하게 바꾸는 중입니다. 유통비 절감도 고려해서요.”
이 개선 과정에는 국립축산과학원이 함께하고 있으며,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이탈리안라이그라스 신품종 ‘스파이더’와의 궁합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스파이더 라이그라스는 조단백 함량이 높아, 이를 건초로 만들 경우 가축에게 더 풍부한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원태 대표의 다음 목표는 ‘확장’이다. 현재 하루 10톤 수준인 생산량을 100톤까지 끌어올려, 자신의 농장은 물론 익산 지역의 축산 농가와 승마·경마용 말, 염소, 양 등 다양한 가축에게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그리고 그의 도전은 조사료 생산에 머물지 않는다. 직접 생산한 사료로 기른 젖소의 우유를 활용해 요거트와 치즈 같은 유가공 제품을 꾸준히 생산하며, 생산과 소비가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요거트 같은 경우는 꾸준히 생산하고 있어요. 축산물만 생산하면, 먹어주는 소비자가 없잖아요. 그래서 유자 요거트, 블루베리 요거트, 플레인 요거트, 스트링 치즈 같은 제품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습니다. 직접 만든 우유로 소비자와 연결되는 그 과정이 즐겁습니다.”
열풍건초 시스템으로 양질의 국산 조사료를 직접 생산하고, 그 사료로 기른 젖소의 우유로 다시 유제품을 만든다. 이 생산과 소비의 순환은 단순한 농장의 효율화를 넘어, 국내 축산의 자립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걸음이다. 김원태 대표는 오늘도 현장에서, 기술로 농업의 내일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