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첫해부터 기록적인 폭우에 농장이 잠기면서 희망까지 한순간에 휩쓸려갔다. 그러나 포기 대신 다시 일어서기를 택한 청년농부 강우범 대표. 그는 이웃의 손길과 스스로 세운 분명한 목표를 붙잡고 흔들림 없이 버텼다. 흙탕물 속에서도 꺼지지 않은 그 꿈 하나가 오늘도 강우범 대표의 희망을 자라게 한다.
예상치 못한 재난과 마주하다
굴다리 너머에서 이웃 농가 사장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이미 반쯤 잠긴 굴다리 안에는 트럭 한 대가 오도 가도 못한 채 갇혀 있었다. 한창 일하던 중, 발목부터 차오르던 물에 서둘러 집으로 향했던 강우범 대표는 쏟아지는 빗줄기가 심상치 않아 다시 하우스로 발걸음을 돌린 참이었다. 그러나 농장으로 이어지는 길은 모두 물에 잠겨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멀리서 점점 잠겨가는 하우스를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2022년 7월 14일, 논산에 최고 700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날이었다.
다음날 물이 빠진 뒤에야 들어간 하우스는 전쟁터보다 더 처참했다. 그 모습을 보고 강우범 대표는 그저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최악의 상황은 육묘장에 애지중지 키우던 4만 주의 모종이 모두 물에 잠겨 휩쓸려간 일이었다. 여름철 수확이 없어 그나마 기대했던 건 모종 판매였지만, 그 꿈도 한순간에 휩쓸려 내려갔다. 집기와 기계들은 흙탕물에 잠겨 고장이 나 있었고, 미리 주문해둔 하우스 비닐과 비료 같은 소모품들도 진흙 속에 뒤엉켜 있었다. 하우스 전체는 마치 땅이 통째로 무너져 내린 듯 진흙투성이였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하우스 안에 있으면 위험하다’는 동네 어르신들의 만류에, 그는 난장판이 된 하우스를 뒤로한 채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농부의 삶을 배워가며
자연재해의 무서움은, 아무리 성실히 일해도 막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도시 직장인에서 초보 농부가 된 강우범 대표는 그제야 농부의 삶이 얼마나 예측 불가능한지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일주일 뒤, 긴 장마가 끝나고 햇살이 다시 비치자 본격적인 복구 작업이 시작됐다. 하우스 안은 여전히 진흙투성이였고, 비닐과 파이프는 손쓸 수 없이 망가져 있었다. 그러나 주변 어르신들은 원망 한 마디 없이 묵묵히 손을 움직이며 복구에 나섰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강우범 대표의 마음도 조금씩 추스러졌다.
이웃의 도움은 무엇보다 큰 힘이 됐다. 바쁜 와중에도 강우범 대표의 하우스를 들러 해야 할 일을 짚어주고, 위험한 순간에는 몸소 나서서 말려주었다. 덕분에 그는 수해 신고와 복구 지원 신청 등 꼭 필요한 절차들을 놓치지 않고 진행할 수 있었다.
무더위 속에서 흘린 땀은 마치 또 다른 폭우처럼 쏟아졌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하나씩 정리될수록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졌다. 포기하지 않고 끝내 해냈다는 성취감이 서서히 차올랐기 때문이다. 홍수가 모든 것을 휩쓸어 간 것처럼 보였지만, 땅과 물이 남아 있는 한 농사는 계속될 수 있다는 믿음이 다시 그의 가슴에 자리 잡았다.
쓰러져도 다시, 땅 위에 서다
그러나 9월, 두 번째 작기를 준비하기 위해 강우범 대표 앞에는 여전히 가장 큰 난관이 남아 있었다. 바로 ‘돈’, 생계의 문제였다. 귀농 1년 차 청년 농업인에게 넉넉한 여유자금은 있을 리 없었다. 모아둔 비상금으로 모종 구입비는 충당했지만, 고장 난 기계 수리비와 떠내려간 소모품 구입비, 그리고 생활비까지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땀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많았지만, 돈 문제는 수익이 나지 않으면 풀리지 않았다. 더구나 그가 선택한 작물은 최소 4개월은 지나야 수확할 수 있는 겨울 딸기였다.
이때 청년창업농 육성 사업 영농정착지원금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생존의 마지노선이었다.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충당할 수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하루는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나라에서 힘내라고 용돈도 줘서 아이스크림도 먹네”라고 농담을 건네자, 아내도 미소를 지었다. 그 뒤로 부부는 지원금을 사용할 때면 “나라에서 사주는 비료 사러 가자”, “나라에서 사주는 밥 먹으러 가자”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작은 농담이었지만, 그 안에는 정부가 청년 농업인을 응원하고 있다는 든든한 감각이 담겨 있었다.
강우범 대표를 지탱한 또 하나의 힘은 ‘목표’였다. 막연한 바람이 아닌, 반드시 이루고자 한 구체적 목표였다. 청년창업농 육성 사업에 지원하면서 세운 사업계획서는 매출 경로와 차별화 전략을 세분화하고 문서화한 결과물이었다. 그것은 그의 방향을 잡아주는 든든한 나침반이 되었다. 지금도 그는 그 계획서를 꺼내 읽으며 수정하고, 작은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성취감을 얻는다.
단순히 성공을 꿈꾸는 것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갖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그 차이가 있었기에 그는 좌절 대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해야 할 길이 정리되어 있었고, 방향이 확실했기에 포기하지 않고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강우범 대표를 지탱한 또 하나의 힘은 ‘목표’였다. 막연한 바람이 아닌, 반드시 이루고자 한 구체적 목표였다. 청년창업농 육성 사업에 지원하면서 세운 사업계획서는 매출 경로와 차별화 전략을 세분화하고 문서화한 결과물이었다.
꺼지지 않는 꿈
두 달간의 구슬땀 끝에 가을이 찾아왔다. 강우범 대표의 하우스는 언제 침수되었냐는 듯 정리되었고, 새 모종 정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강우범 대표는 더 철저히 소독하고 준비하며, 다음 작기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설렘을 품게 됐다.
혹독한 경험은 강우범 대표에게 오히려 자신감을 남겼다. 앞으로 어떤 위기가 닥쳐도 차분히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 그리고 쉽게 흔들리지 않을 자신감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열정만 가득할 때 이런 일을 겪은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오히려 강우범 대표는 그때의 일을 이렇게 회상한다. 그만큼 이겨낸 뒤에는 다시 힘들 때 꺼내 쓸 수 있는 용기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의 최종 목표는 ‘성공한 청년농부’다. 지금도 그는 그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이는 더 이상 먼 꿈이 아니다. 땀과 희망이 켜켜이 쌓여, 오늘도 현실 속에서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