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지은 지 16년, 수많은 실험과 시행착오 끝에 또바기농원 권오빈 대표가 얻은 결론은 단순하지만 분명하다. 기술도, 약도, 비료도 결국 땅이 건강해야 제 역할을 한다는 것. 그래서 권오빈 대표는 오늘도 땅을 고르고, 물길을 다스리며, 미생물이 살아 숨 쉬는 흙을 만든다. 또바기농원의 쌀은 그렇게 태어난다.
쌀 한 톨에 담긴 16년의 실험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정미소를 이어받으며, 권오빈 대표의 농업 인생은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그러나 시작이 늘 그렇듯,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16년 전만 해도 정미소는 꽤 잘 됐어요. 군 제대 후 아버지의 정미소를 이어받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하나둘 미곡종합처리장(RPC, Rice Processing Complex)이나 대형 공장으로 옮겨가더라고요. 일이 점점 줄어드니 미래가 잘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퇴비 배달도 해보고, 닥치는 대로 여러 일을 해보다가 ‘이대로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던 중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정미소와 농사는 결국 연결돼 있으니, 언젠가는 내 논도 생기겠지.’ 그 믿음 하나로 서른 살, 권오빈 대표는 정미소와 더불어 본격적으로 벼농사를 시작했다. 기계 하나 없는 완전한 ‘맨손’으로 시작한 출발이었다.
“애초에 논이 질퍽해서 기계가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천 평 가까운 논을 전부 손으로 떼어냈죠. 농사는 처음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배워야 했어요. 그래도 운이 좋았던 게, 주변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친구들도, 선후배들도, 또 장인어른까지 모두 큰 힘이 되어 주셨죠.”
그렇게 한 걸음씩 땅을 알아가며 논의 형태를 바꾸고, 배수로를 손보고, 땅을 고르고 다듬었다. 오랜 시간 쌓인 노력 끝에 마침내 ‘네모반듯한 논’이 완성됐다. 하지만 권오빈 대표는 여전히 ‘좋은’ 쌀을 짓기 위해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 있다.
“농사지은 쌀을 판매까지 하니 무조건 품질이 좋아야 해요. 그래서 단백질 함량을 검사하고 수분도 체크하면서 해마다 여러 품종을 심어 여러 방법을 시도해 봤어요. 그래도 여전히 더 나은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권오빈 대표는 해마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 헤맸다. 벼의 이삭이 자라나는 시기에 주는 비료인 이삭거름을 과감히 생략해 보기도 했다. 이 시기의 비료는 쌀의 단백질 함량과 수량을 높이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품질이 떨어지고 벼가 쓰러지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지난해에는 생육보다 병해충 예방에 집중하며 방제에 온 힘을 쏟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그 경험 끝에 그는 깨달았다. 겉으로 드러나는 관리보다 기본을 바로 세우는 일이 먼저라는 것. 그래서 올해는 못자리부터 이앙까지 모든 과정을 차근차근 점검하며 기본기를 다지는 데 집중했다.
“올해는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기후 변화에 맞춰 못자리와 이앙 시기를 한 달씩 늦췄죠. 날씨도 덥고 여건도 좋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과정을 차근히 짚다 보니 작물이 훨씬 안정적이더라고요. 농사는 1년에 한 번뿐이라, 한 번의 실패가 곧 1년의 기다림이에요. 그래도 결국엔 땅이 답을 줍니다. 제대로 준비한 만큼 작물이 그에 화답하니까요. 그게 농사의 매력인 것 같아요.”
땅을 살려 쌀을 키우다
땅의 중요함을 깨달은 권오빈 대표는 지난해부터 건강하고 맛있는 쌀을 짓기 위해 친환경 농사에 나섰다.
“친환경의 기본은 토양을 되살리는 거예요. 미생물과 흙이 살아나면 작물도 훨씬 건강하게 자랍니다. 발아도 잘 되고, 병해에도 강해지고요. 실제로 그렇게 땅을 만들어 파종해 보니 약을 거의 쓰지 않아도 되더라고요. 땅의 환경이 살아 있으니, 오히려 벌레가 잘 안 먹어요.”
권오빈 대표가 말하는 친환경 농사의 핵심은 단순히 ‘농약을 덜 쓰는 농사’가 아니다. ‘땅이 스스로 숨 쉴 수 있게 만드는 일’, 그것이 진짜 친환경의 출발점이다. 그렇다면 땅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그는 토양 관리의 첫걸음을 ‘배수’에서 찾는다.
“물이 고이면 미생물도 제대로 활동하지 못해요. 퇴비는 조금 일찍 넣어 땅과 충분히 섞이게 해야 하고요. 쟁기 작업으로 굳은 층을 깨줘야 토양이 숨을 쉴 수 있습니다. 특히 농사를 잘 짓는 분들은 수확이 끝나자마자 땅을 다듬더라고요. 쟁기질하고 로터리를 쳐서 다음 해를 준비하죠. 그 과정에서 남은 잔여물이 분해되며 토양이 더 좋아집니다. 결국 그게 다음 해 작물의 힘이 돼요.”
땅이 살아야 농사도 산다는 것, 그것이 권오빈 대표가 실험과 관찰 속에서 얻은 결론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논 한가운데 서서 조용히 땅의 숨소리에 귀 기울인다.
기록을 남기다 보니 관찰이 세밀해지고, 작물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어요. 그렇게 쌓이다 보니 생산량도, 품질도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땅을 다르게 보고, 농사의 길을 새롭게 쓰다
그런 권오빈 대표에게 또 한 번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논을 일구던 중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어야 한다’는 정책 변화가 생긴 것이다. 벼농사밖에 모르던 그였지만, 이번에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계기로 ‘논을 다르게 보는 법’을 배웠다.
“후배와 함께 대추나무 교육을 받으러 경산으로 내려가던 길이었어요.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창밖에 논마다 밭작물이 자라고 있더라고요. 그때 문득 생각이 들었죠. ‘시선을 바꾸면 땅의 가능성도 달라질 수 있겠구나.’ 그때부터 콩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이천은 전통적으로 쌀값이 높아 논에 다른 작물을 심는 걸 꺼려왔다. 게다가 습한 토질에 배수가 잘되지 않아 밭작물 재배에는 부적합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권오빈 대표는 달랐다. 직접 배수로를 파고, 경운기를 몰아 땅을 갈았다. 첫 도전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처음에는 1만 1천 평을 심었어요. 비용은 천만 원 정도 들었는데, 매출이 4,900만 원이 났죠. 그때 자신감이 생겼어요.”
무엇보다 도전의 밑바탕에는 ‘배움’이 있었다. 이천시 농업기술센터에서의 교육과 이천농업생명대학 1년 교육 수료를 통해 그는 본격적인 변화를 맞았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재배 매뉴얼을 받고 교육을 들으면서, 기존에 몰랐던 시도를 하나씩 더해보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센터 주무관님들이 작물 상태를 꾸준히 물어봐 주시니 그때부터 영농일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기록을 남기다 보니 관찰이 세밀해지고, 작물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어요. 그렇게 쌓이다 보니 생산량도, 품질도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배움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의 농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 과정을 거치며 권오빈 대표는 농사의 본질, 그리고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제 권오빈 대표의 관심은 ‘잘 짓는 농사’에서 ‘지속 가능한 농사’ 로 옮겨가고 있다. 그건, 다음 세대와 함께 숨 쉬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젊은 사람들이 살기에는 환경이 너무 힘들어요. 놀이터 하나 만드는 데 15년이 걸렸어요. 그래서 언젠가 공원처럼 농장을 꾸미고 싶어요. 아이들이 뛰놀고,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죠. 무엇보다 쌀에 대한 체험형 농장으로 발전시켜서, 아이들이 직접 벼를 심고 수확하면서 우리가 먹는 쌀이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또바기’는 순우리말로 ‘언제나 한결같이, 꼭 그렇게’라는 뜻이다. 그 이름처럼 권오빈 대표의 삶도 늘 한결같다. 해마다 다른 날씨 속에서도 변함없이 땅을 살피고, 같은 마음으로 씨앗을 뿌린다. 그의 농사는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하고 단단하다. 그리고 그 단단함 속에서 그는 오늘도 논 한가운데 서서 다짐한다. 농촌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놀고, 배우며 살아갈 수 있는 ‘살아 있는 터전’을 만들겠다고.
또바기농원의 대표 상품
- • 판매 종류: 일반 쌀·일반 현미·찹쌀·찹쌀현미
- • 포장 단위: 20kg·10kg·4kg
- 좋은 쌀의 시작은 ‘땅’에서 비롯됩니다. 또바기농원은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미생물이 살아 숨 쉬는 건강한 토양을 가꾸기 위해 퇴비 관리와 배수 정비, 자연 순환 농법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 하루 한 끼, 가족이 먹는 밥 한 그릇을 생각하며 모내기부터 수확, 도정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합니다.
- 단백질 함량과 수분을 꼼꼼히 점검해 찰기와 윤기가 살아 있는 밥맛 좋은 이천쌀을 선보입니다.
- • 문의: 진가정미소 010-8963-2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