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인터뷰

RDA승용마
국산 말 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다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센터
최재영 농업연구사

생활 승마의 대중화를 위해,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센터는 2009년부터 수입마와 퇴역 경주마를 대신할 ‘국산 승용마’ 개발에 꾸준히 매달려왔다. 그 결과 1세대를 시작으로 현재 3세대까지 연구가 이어졌고, 이 말들은 이제 단순히 탈 수 있는 말을 넘어 사람의 몸과 마음을 함께 보듬어주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서 RDA승용마 개발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최재영 농업연구사다.

국산 승용마,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열다

국내 승용마 시장은 오랫동안 수입마와 퇴역 경주마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이 말들은 체고(말의 어깨 높이)가 160cm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이나 여성, 초보 승마인이 다가서기에는 문턱이 높았다. 승마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편하게 탈 수 있는 말’이 필요했고, 이는 단순히 품종 하나를 개발하는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말 기반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결국 누구나 편안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탈 수 있는 국산 승용마 개발은 산업적 필요를 넘어 현장의 간절한 요구였다.

특히 본격적인 승용마 연구가 시작되기 전인 2009년 당시만 해도 국내 말 산업은 성장 가능성은 컸지만, 제대로 된 국산 승용마 품종은 존재하지 않았다. 수입에 의존해 온 탓에 번식·육성·조련·품질 평가 체계가 모두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었고, 연구는 말 그대로 0에서 1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말의 형질을 개량하는 데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어떤 기준으로 선발할지, 한국 승마 환경에 적합한 체형과 기질은 무엇인지, 조련 기준을 어떻게 세울지, 보급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수많은 기준을 동시에 설계해야 하는, 복합적인 기초 연구였다.

그 중심에서 난지축산연구센터는 우리나라 환경과 인력, 승마 문화에 맞는 국산 승용마의 체계를 하나씩 쌓아 올려왔다. 강건성을 가진 ‘제주마’와 ‘외국산 말(더러브렛)’을 교배해 생활 승마에 적합한 개체를 만들어왔고, 1세대부터 최근 3세대까지 국산 승용마의 발전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1세대와 2세대로 기반을 다진 뒤, 현재는 최재영 농업연구사가 제3세대 RDA(Rural Development Administration, 농촌진흥청의 약자)승용마 연구를 이끌고 있다.

“연구는 크게 체형, 모색, 그리고 품성 이 세 가지가 중심입니다. 1세대에서 3세대까지 오면서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건 체형이에요. 12개월령 기준으로 보면 1세대 체고가 124.5cm였는데 3세대는 128.3cm 약 4cm 더 크게 개량됐습니다. 이는 단순한 교배가 아니라, 전통 육종 기술을 활용해 12개월령 체고 육종가가 높은 개체를 씨수말로 선발한 결과예요. 모색은 승마인이 선호하는 ‘흑색’과 ‘흑백얼루기’ 두 가지로 고정해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는 털색에 영향을 미치는 MC1R과 ASIP 유전자 변이를 분석해 흑색과 흑백얼루기로 안정적으로 표현되도록 한 결과죠. ASIP 유전자는 2015년에 이미 완전히 고정됐고, MC1R 역시 현재 90% 이상 고정이 진행 중이라 4세대쯤 되면 완전 고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핵심은 품성이다. 말은 사람이 직접 타는 동물이기 때문에 온순하고 안정적인 기질은 필수 조건이다. 그래서 최재영 농업연구사는 태어날 때부터 성장 과정까지, 말의 기질을 세밀하게 평가하며 승마에 적합한 품성을 가진 개체를 선발하기 위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목표는 체고를 145~150cm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체고는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RDA승용마가 현장에서 널리 활용되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말의 체고가 너무 낮으면 기존 승마인들이 느끼는 주행감과 재미가 부족해지고, 반대로 너무 높으면 초보자나 어린 승마인이 접근하기에 부담스러워진다. 이처럼 체고는 안전성과 이용 편의성, 승마의 재미까지 좌우하는 요소다. 그 적정선을 맞추기 위해, 난지축산연구센터의 체형 개량 연구는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최재영 농업연구사는 태어날 때부터 성장 과정까지, 말의 기질을 세밀하게 평가하며 승마에 적합한 품성을 가진 개체를 지속적으로 선발하고 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길러지는 말, 안전을 위한 과학

현재 난지축산연구센터에는 약 80두의 말이 사육되고 있으며, 연구진은 이들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개량과 훈련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조련은 망아지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말이 주변의 사물이나 사람에게 익숙하게 만들고, 공포심을 줄여 관리자를 잘 따르도록 만드는 과정이 바로 ‘순치’예요. 먼저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각인과 순치를 시작으로, 재갈을 물리는 인마 순치, 안장을 올리는 안장 순치 등 여러 단계의 순치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갑니다. 아무래도 말은 사람이 직접 타는 경우가 많아, 무엇보다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타는 사람도, 말도 모두 안전해야 하니까요. 그런 이유로 센터에서는 조련과 순치뿐만 아니라 말의 기질과 품성 평가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품성 개량을 위한 다양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일반 승마장에서 RDA승용마를 직접 이용한 승마인들을 대상으로 한 ‘현장 반응 조사’다. 조사 결과, RDA승용마는 온순성·대인 친화성·시승 만족도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즉, 실사용자들의 평가에서도 ‘안전하고 순한 말’이라는 특성이 입증된 셈이다.

“유소년 승마대회나 승용마 품평회에도 꾸준히 출품하며 능력을 검증받고 있습니다. 2019년 한국마사회 유소년 승마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고, 2024년 한국마사회 국산마 품평회에도 두 마리가 출품돼 한 마리는 2등급, 한 마리는 3등급을 받았어요. 품평회에서는 외형도 보지만, 무엇보다 사람의 지시에 얼마나 잘 따르는지, 레저용 말로서 얼마나 안정적인지가 평가의 핵심입니다. 레저용 말은 쉽게 놀라면 안 되고,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이 연구는 단순히 말의 특성을 체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람마다 성격과 기질이 다르듯, 말 역시 개체마다 기질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최재영 농업연구사는 말의 품성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이러한 기질적 특성이 어느 정도 유전적으로 전달되는지까지 함께 연구하고 있다.

“말의 기질적 특성들은 ‘중도의 유전력’을 갖는 것으로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부모가 온순하다고 해서 자식도 100% 온순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유전되는 거죠. 기본 기질이 순하고 조련까지 잘 이뤄지면 그만큼 더 안정적인 승용마로 자라게 됩니다.”

공공 안전에서 치유까지, RDA승용마의 미래

이렇게 개량과 탄생, 그리고 단계별 훈련과 조련을 거친 말들은 이제 실제 현장으로 나아가게 된다. 최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업무협약을 맺고, 2025년 12월부터 RDA승용마 두 마리를 자치경찰단 기마대 업무에 투입했다. RDA승용마는 자치경찰단과 함께 제주 주요 관광지를 돌며 순찰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특히 생활 승마용으로 개량해 온 RDA승용마가 공공 안전 분야에 처음 적용되는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첫걸음’에 불과하다. 앞으로 최재영 농업연구사의 연구는 RDA승용마를 기반으로 말 교감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방향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품종 개발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RDA승용마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더 폭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실용화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말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함께 활동하는 동물이라 심폐 기능, 근력 강화 같은 전신 운동 효과가 큽니다. 더불어 살아 있는 말과 교감하는 과정에서는 정서 안정, 사회성 회복, 신뢰 형성 같은 심리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말 교감·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스포츠 승마뿐 아니라 관광·체험·재활 승마까지 타깃층을 넓힐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RDA승용마가 걸어갈 길은 이제 한층 더 넓어지고 있다. 생활 승마에서 공공 안전, 그리고 치유까지. RDA승용마의 가능성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