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에 자리한 듀플렉스 주택 ‘삼공일(3空1)’은 단순한 전원주택이 아니다. 서울에서의 직장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시골이 주는 속도와 온도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한 부부와 부모님의 듀얼 라이프 실험이 담긴 집이다. 자연을 좋아하는 남편, 손으로 만드는 것을 즐기는 아내. 취향부터 삶의 리듬까지 닮아 있는 두 사람이 오래 품어온 꿈을 현실로 꺼내 만든 곳, 바로 삼공일하우스다.
외관
기초공사가 끝나면 벽 골조를 세우고, 서까래와 합판을 올리며 비로소 집의 형태가 잡혀가기 시작합니다. 이때는 창문이나 문의 위치를 조정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시기라, 현장을 자주 찾아가 확인해야 합니다. 목구조가 하나둘 세워지는 과정은 볼수록 신기했습니다.
도시와 시골 사이, 우리에게 맞는 속도를 찾다
이제 결혼 10년 차가 된 삼공일하우스 부부는, 연애 시절부터 마음 한쪽에 ‘언젠가 자연 가까이 살기’라는 같은 꿈을 품고 있었다. 비록 현재는 서울에서 일을 해야 해 당장 전원으로 옮기기엔 여러 제약이 있었지만, 먼 미래를 향한 발걸음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두 사람은 주말마다 남양주·양평·용인 등 전원 마을이 많은 지역을 둘러보며 가능성을 하나씩 좇았다.
그 무렵, 남편이 자주 산행하던 강화도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조용하고 단단한 자연의 결이 두 사람을 천천히 끌어당긴 것이다. 마침 부모님도 시골살이에 마음이 열리던 시기였다. “그럼 두 집이 함께 지낼 듀플렉스는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스쳤고, 그렇게 네 사람의 삶을 잇는 2세대 주택의 밑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서울의 일상을 완전히 정리할 수도 없고, 부모님에게 갑작스러운 귀촌을 권하기도 어렵던 상황에서, 해답은 자연스레 ‘둘 다’라는 결론에 닿았다. 도시의 일과 시골의 쉼을 함께 품는 듀얼 라이프. 두 집이 땅과 건물을 공유해 효율을 높이되, 각자의 리듬을 지키면서 서로 가까이 지내는 새로운 생활 방식이었다. 그렇게 부부는 어느새 오래 꿈꿔온 전원생활에, 생각보다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 있었다.
공간
강화도에서 ‘건강한 집 짓기’ 시공사 대표님을 만나 강의를 듣는 순간 “이분과 지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토지 선택부터 함께하며 조언을 받았고, 제가 그린 초안에 대표님의 손길이 더해져 삼공일하우스가 완성됐습니다.
세 공간이 하나의 삶을 만들다
집 이름 ‘삼공일(3空1)’은 말 그대로 세 개의 공간이 하나로 이어지는 구조를 뜻한다. 부모님의 집, 부부의 집, 그리고 두 세대를 자연스럽게 잇고 떼어내는 파벽돌 다이닝룸. 이 다이닝룸은 식사 공간이자 작은 라운지, 그리고 두 세대가 모였다 흩어지는 ‘숨 통’ 같은 자리를 맡는다.
부부의 주거 공간은 1·2층 28평에 다락을 더한 구성이다. 1층에는 주방과 다용도실, 작은 서재가 자리하고, 2층에는 침실·욕실·드레스룸이 하나의 원룸처럼 이어진다. 딱 필요한 만큼만 두고,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걷어낸 ‘부부 맞춤형 설계’다.
특히 이 집이 더 특별한 이유는 건축가 없이 집주인이 직접 도면을 그리고, 시공사 대표가 조언하며 완성해 낸 셀프 설계 주택이라는 점이다. 완벽함보다 ‘내 손이 닿은 집’을 원했던 부부의 선택은 과정에서는 도전이었지만, 완공 후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기쁨으로 돌아왔다.
주방
따뜻한 주방을 꿈꾸며 원목 싱크대를 알아봤지만 비용이 너무 높아 좌절….
그때 만난 이케아 해킹!
메토드 셀프 조립에 자작나무 앞판까지 더해,
예산은 아끼고 감성은 살린 나만의 주방을
완성했어요.
집이 자라는 순간들을 함께 바라보다
기초 공사가 끝나자 드디어 집의 윤곽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개구부 위치를 조정하려고 현장을 자주 오가며 살폈고, 서까래가 하나씩 올라가는 순간들을 숨죽여 지켜보았다. “저 가느다란 나무가 정말 2층을 떠받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놀라움과 설렘이 뒤섞인 시간이 길게 이어졌다.
외장재부터 창호, 합판, 지붕까지. 집을 이루는 거의 모든 요소가 부부의 선택과 고민을 거쳐 하나씩 자리를 잡아갔다.
가장 정성이 들어간 공간은 단연 주방이다. 원목 싱크대를 꿈꿨지만 견적이 너무 높아 포기하려던 순간, 이른바 ‘이케아 해킹’을 발견했다. 셀프로 조립한 메토드 수납장에 자작나무 앞판을 더해, 비용은 낮추고 만족도는 높인 맞춤형 우드 주방이 완성된 것이다. 아침마다 동쪽 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오래 붙잡고 싶어 베이지 톤의 와플 커튼도 달아주었다.
이 집의 인테리어는 ‘트렌드’라기보다 ‘삶의 기록’에 가깝다. 작은 화방은 그 기록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공간으로, 전시 엽서와 명화책, 친구들의 그림 등 부부의 취향과 시간이 고스란히 걸려 있다.
다이닝룸은 시공사에 맡기지 않고 집주인이 직접 공정별 전문가를 섭외해 완성한 공간이다. 특히 파벽돌 시공은 4박 5일 동안 이어진 체력전이었는데, 뒤돌아보면 그 시기가 ‘부부애가 한층 더 단단해진 시간’이기도 했다.
다이닝룸
인테리어를 전부 시공사에 맡기지 않고, 이 다이닝룸만큼은 제가 직접 준비했어요. 필요한 전문가를 섭외하고 공정별 일정까지 조율하며 하나씩 완성했죠. 쉽진 않았지만 입주까지 시간이 넉넉했던 덕분에 가능했어요. 전체 공사는 약 10개월, 농담처럼 “집 하나 낳았다”고 말하곤 했답니다.
정원
정원을 상상하며 설렘이 컸고, 그 과정에서 파이어 피트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불멍도 바비큐도 가능한 정원의 핫 아이템이랍니다.
마음을 돌보는 작은 쉼터, 정원
정원은 단순한 외부 공간이 아니라, 이 집의 성격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방이다. 배수와 전기, 동선, 콘센트까지. 생각보다 챙길 것이 많았고 시행착오도 여러 번이었다. 그래도 식물이 자라는 속도에 맞춰 천천히 스케치하듯 가꾸고 있다. 주중에는 비워두는 날이 많아 실패한 파종도 있었지만, 몇몇은 건강히 자라 천일홍 꽃을 피워 올렸다. 씨앗부터 키운 꽃이라 더 애틋했다.
그렇게 완성된 정원은 부부에게 마음을 돌보는 작은 쉼터가 됐다. 작은 씨앗이 꽃으로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들은 일상의 균형을 자연에게서 배워간다. 처음에는 정원에 큰 관심이 없던 남편도 이제는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잔디를 파내고 꽃을 더 심자고 제안하며, 정원을 향한 애정을 서슴없이 드러낸다. 특히 잡초를 뽑는 시간을 마음챙김의 순간으로 여겨, 어지러운 생각을 식물과 함께 정리하며 한결 가벼워진다고 말한다. 부인은 그런 모습을 보고 ‘잡초 명상’이라 이름 붙였다. 그녀가 꽃을 심고 채우는 일을 맡는다면, 남편은 비우고 정돈하는 일을 맡아 정원은 두 사람의 손끝에서 조용히 완성되어 간다. 자연을 돌보는 일은 결국 서로를 돌보는 일과 닮아 있었다.
정원의 백미는 단연 ‘파이어 피트(Fire pit)’. 낮에는 싱그러움이 머물고, 밤에는 불멍의 고요가 내려앉는 곳이다. 이 집에서 계절과 시간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특별한 날이면 조카들을 위해 바비큐 장비를 꺼내 들고, 정원은 작은 캠핑장으로 변하기도 한다.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이들이 말하는 ‘바비큐 로망’은 사실 꽤 번거로운 일이지만, 누군가를 위한 마음이 얹혀지는 순간 그 수고마저 기꺼운 풍경이 된다.
삼공일하우스는 ‘예쁜 전원 풍경’에 머무르지 않는다. 도시와 시골 사이에서 자신들에게 맞는 삶의 속도를 찾아가는 부부의 기록 그 자체다. 직접 설계한 집, 손으로 붙인 파벽돌, 실패와 성공이 뒤섞인 정원, 두 세대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다이닝룸까지. 이 집에는 ‘완벽함’ 대신 삶의 온도가 고요히 배어 있다.
삼공일하우스는 오늘도 그렇게,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부부의 시간을 키워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