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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배우고, 자라고, 나누다

팜큐베이터 농장 김기현 대표

농촌은 지금 조용한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지식과 기술, 그리고 열정을 품은 청년들이 하나둘 땅으로 돌아오고 있다. 김기현 대표의 이야기 역시 그 변화의 증거다. 흙에서 배우고, 기술로 성장하며, 사람과 함께 희망을 나누는 청년 농업인의 길. 지금, 농업의 미래가 그의 손에서 자라고 있다.

농사는 나의 운명

처음부터 농부를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김기현 대표는 어느 날 우연히 본 인터넷 강연에서 댄 바버 요리사가 말한 ‘지속 가능한 농업’에 깊이 매료되었다. 그리고는 ‘이 지구라는 플랫폼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남았다. 그날의 설렘은 김기현 대표를 단숨에 농업이라는 길로 끌어당겼다.

왜 그렇게 설렜는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그는 결국 농업을 배우기 위해 전북대학교 농생물학과에 입학했다. 학교에서 식물생리학, 병리학 등을 배우며 기초를 다졌지만, 글로 배우는 지식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방학마다 전국과 해외를 누비며 직접 장사를 경험했다.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고 소통하는 일이 즐거웠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바로 ‘소통’과 ‘판매’ 였다.

그는 결국 ‘가장 나다운 길’을 선택했다. 농업 지식과 영업 능력을 결합하기로 마음먹고 부모님께 귀농 의사를 밝혔다. 놀랍게도 부모님은 그의 결정을 기꺼이 지지했고, 아버지는 명예퇴직까지 감행하며 아들의 꿈에 동행했다. 그렇게 청년 농부 김기현 대표의 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흙에서 배운 ‘진짜 농사’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했지만, 현실의 농업은 책 속 지식만으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세계였다. 김제 광활면에 첫 발을 디딘 순간부터 그는 깨달았다. 논에 들어가 써레질을 하고, 로터리를 치고, 모를 심는 일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체득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처음에는 모든 게 서툴렀다. 비닐하우스 옆 논에 발을 들이자마자 휘청거리고, 물 가득한 논바닥을 손으로 저어 수평을 맞추는 모습에 마을 어르신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 웃음은 곧 따뜻한 손길이 됐다. 농기구를 빌려주고, 방법을 알려주고, 실수하면 같이 웃으며 다시 가르쳐 주었다. 그렇게 김기현 대표는 땀을 흘리고 흙에 손을 묻히며 농부로 다시 태어났다.

그는 그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배웠다. “농사는 혼자 짓는 게 아니다.”

농사꾼으로 성장하기 위해 얼마나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는지 모른다. 지역 어르신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그는 서류 정리나 명함 제작처럼 어르신들이 어려워하는 일들을 먼저 나서서 도왔다. 작은 도움은 곧 마음으로 이어졌고, 호감이 쌓이자 어르신들은 본인의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눠주었다.

3년 동안 논밭에서 구르고 배운 시간은 어느새 그를 청년 농업인으로 자리 잡게 했다. 거무스름하게 그을린 피부가 그 증거다.

든든한 버팀목, 청년농업 정책

현장에서 어르신들이 그의 ‘살아있는 교과서’였다면, 청년농업 정책은 김기현 대표에게 날개를 달아준 발판이었다. 농업을 시작하려면 땅과 기술, 그리고 수확이 나오기까지 버틸 자금이 필요하다. 부모가 기존 농업인이 아니라면 이 세 가지를 갖추기란 특히 어렵다. 김기현 대표 역시 다양한 청년농업 지원제도를 활용하며 농업인의 길을 열었다.

그가 첫 번째로 선택한 제도는 청년 창업농 지원이었다. 후계농육성자금 대출과 영농정착 지원금, 교육·컨설팅까지 포함된 프로그램이다. 이 지원은 단순한 자금이 아니라, 청년이 농업에 뿌리를 내리기 위한 토대였다. 후계농육성자금 5억 원을 5년 거치 20년 상환 조건으로 지원받아 그는 생애 첫 농지를 마련했다.

초기 영농 단계에서 가장 힘든 시기는 첫 수확 전, 수입이 전혀 없던 시간이었다. 매월 1일 정착지원금이 들어올 때마다 그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 지원이 없었다면 농사 대신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사업도 큰 전환점이 됐다. 밀양, 상주, 고흥, 김제 혁신밸리에서 20개월간 생활비와 주거비 약 70만 원을 지원받으며 농업기술을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김기현 대표는 김제에서 교육을 받으며 온실 운영부터 고급 스마트팜 기술까지 몸으로 배우는 시간을 보냈다. 돈을 내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돈을 받으며 최첨단 농업을 교육받는 경험이었다.

그는 말한다.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청년이 이렇게 많은 지원을 받고 농업을 시작할 수 있는 나라는 드뭅니다. 그래서 더 많은 청년이 농촌으로 들어왔으면 합니다. 혼자가 아닙니다. 든든한 정책이 있고, 함께 걸어갈 동료들이 있습니다.”

‘대농업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

1년 차 3필지에서 시작했던 그의 농지는 이제 13필지까지 늘어났다. 첫해에는 생활비를 간신히 충당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연 매출 3억 원에 이르는 규모로 성장했다. 흔히 농업이 힘들다고 말하지만 김기현 대표는 그런 편견 앞에서 오히려 미소를 짓는다.

그에게 농업은 몸이 힘든 만큼 결과가 솔직하게 따라오는 직업이며,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을 매일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벼, 콩, 보리, 밀, 포도, 토마토, 감자 등 다양한 작물을 기르며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만큼 바쁘지만, 수확을 마친 뒤 통장에 또박또박 수익이 들어오는 순간 모든 고생이 씻기듯 사라진다. 도시보다 생활비는 적게 들고, 수입은 꾸준히 늘어나니 “돈을 두 번 버는 기분”이라고 그는 웃는다.

물론 실패가 없는 일은 없다. 하지만 그는 농업에서 한 가지 진리를 배웠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큰다.” 정성과 부지런함을 들인 만큼 반드시 보답이 돌아오는 세계. 그래서 그는 농업이 단순하고, 정직하며,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길이라고 말한다.

함께 걷는 청년농부의 길

김기현 대표의 목표는 분명하다.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더 성실하게 하루를 쌓아 자신의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긴 농장을 만들어가는 것. 그가 보기에 농사는 단거리 질주가 아닌 마라톤이다. 한결같은 템포로 앞으로 나아가야만 비로소 결실을 맛볼 수 있다. 그래서 그는 같은 길을 걷는 청년농업인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다. 청년이 모이면 에너지가 생기고, 그 에너지가 다시 지역을 바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꿈꾸는 농장은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니다. 많은 청년농업인들이 모여 함께 배우고, 실수하고, 성장하며 행복하게 농사 지을 수 있는 울타리다. 다행히 그 울타리는 이미 국가의 청년농업 지원정책을 통해 마련되어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안에서 ‘함께’라는 농업의 가치를 실천하는 일이라고 그는 믿는다.

김기현 대표는 말한다. 농업은 결국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할 때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지역의 청년농부들이 서로의 경험과 데이터를 나누고, 문제를 함께 풀어갈 때 비로소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 스마트농업 역시 기술과 데이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안에서 고민하고 협력하는 사람들이 모일 때, 비로소 의미 있는 혁신이 탄생한다고 그는 믿는다.

처음엔 혼자였지만 지금 그의 곁에는 든든한 동료 청년농업인들이 있다. 그리고 그는 말없이 또렷하게 초대한다.

“농업의 세계로 들어오셔도 좋습니다. 혼자가 아닙니다. 함께 걸어갈 동료들이 이미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