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무꾸 이야기

정선에서 대물림해 온 우리 토종무,

글 ㅣ 김제림참조 ㅣ <생명을 살리는 토종씨앗기행 30년>
안완식 박사 저, 이유 펴냄
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4대 채소 중 하나다.
우리의 주식 중 하나인 김치의 필수 재료일 뿐만 아니라 나물, 국, 조림 등 다양한 음식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싸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지닌 무는 현재 크게 토종종인 ‘조선무’와 일본산 ‘왜무’로 나누어져 소비되고 있다.
그런데 이름도 독특한 토종무가 강원 정선에서 발견되었다.
정선에서 한 할머니가 대물림하여 심어온 ‘왜무꾸’다.

배고팠던 시절,
정선 사람들이 먹던 무

루타바가

루타바가
서양에서는 왜무꾸를 루타바가라고 부른다.

(출처 : 위키피디아)

우리나라 최초의 종자은행 설립에 기여한 안완식 박사는 지난 2014년 강원 정선에서 토종종자를 수집하다가 ‘왜무꾸’를 발견했다. ‘왜무꾸’는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정선군 북평면 녹구 마니 마을에서 살고 있는 김옥순 할머니에게서 ‘왜무 꿈’ 종자를 찾게 된 것이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 영주 김 씨 댁으로 시집와서 시어머님으로부터 대물림하여 ‘왜무꾸’를 심어왔다고 했다.
‘왜무꾸’는 1900년대 초부터 강원 정선과 평창 일대에서는 흔하게 심어 끼니를 대신해 먹어왔다. 식량 사정이 좋지 않았던 그 시절, 배고픔에 나무껍질을 벗겨 먹으며 보리 수확철을 기다렸던 정선 사람들은 ‘왜무꾸’를 삶아 먹으면서 배고픔을 달랬던 것이다.
정선에서 ‘왜무꾸’가 계속 심어져 왔던 이유는 영하 20℃를 오가는 추위에서도 잘 버티는 성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병해충에도 강해 정선 지역에서는 힘들지 않게 재배할 수 있는 효자 채소 중 하나였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먹을 것이 다양하고 풍족해지면서 ‘왜무꾸’도 점차 사라져갔지만, 정선에서 오랜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은 ‘왜무꾸’를 고마우면서도 애틋한 채소로 기억하고 있었다.

건강에도 이로운 우리 토종 무

낯선 이름의 ‘왜무꾸’는 순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무와 비슷한 맛이 나면서도 무에서 나는 특유의매운 기운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잎의 모양은 브로콜리와 비슷하며 20~25cm 정도의 크기로굵게 자란다. 서양에서는 지금도 ‘왜무꾸’를 ‘루타바가(Rutabaga)’라고 부르며 재배해오고 있다. ‘왜무꾸’를 감자, 두유 등과 함께 냄비에 넣고 뭉근히 끓여 먹거나 사료용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왜무꾸’는 단순히 토종종자의 의미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의 건강에 아주 이로운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칼륨과 비타민C가 풍부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면서 변비를 치료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특히 발암 억제 효과가 있는데, 폐암 예방에 좋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감기나 독감에 걸렸을 때나 기침이 날 때 ‘왜무꾸’를 곱게 갈아서 마시면 효과적이다.
이렇듯 ‘왜무꾸’는 우리가 소중히 보존해야 할 토종종자이자 건강에 이로움을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지금은 다양한 무 품종이 개발되고 ‘조선무’와 ‘왜무’ 같은 품종이 주로 소비되고 있지만, ‘왜무꾸’를 되살려 보는 건 어떨까? 맛과 건강, 그리고 우리의 자원까지 보존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