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정선으로 내려오면서 가장 먼저 손을 대야 했던 작물은 사과였다. 한농대를 다닐 때에도 과수 농사, 특히 사과 농사는 여러모로 힘들다고 익히 들어온 바 있었다. 친구들과 농담으로 사과 농사는 절대 짓지 않겠다고 했던 말이 무색해진 것이다. 그와 함께 관리해야 했던 것이 4,000평의 채소밭이었다. 두 대표가 선택한 방식은 해마다 돌아가며 일모작 감자와 이모작 김장채소를 심는 것이다. 작물이 다른 만큼 장단점도 확연히 달랐다.
“김장 채소인 배추나 무, 고추는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기도 해요. 이 순서대로 벌레들이 잘 먹는 채소들이라 벌레 방제에 힘이 많이 들어가죠. 기존에는 고랭지이다 보니 벌레는 적은 편이었는데,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농사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어요. 정선에서 무, 배추는 더 이상 안 되는 작물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에요. 김장채소를 심은 해에는 저도 그렇지만, 윤 대표의 일이 엄청 많아져요. 대신 이모작으로 수확을 할 수 있어서 인건비나 비료값을 제하고 난 뒤에 남는 이익도 쏠쏠한 편이죠.”
“함께 짓는 농사가 규모가 크다 보니 작물을 고르는 기준의 하나로 노동력 투입 강도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감자를 심은 경우에는 4월에 씨감자를 심고 나면 병해충만 관리해주면 돼요. 그런 뒤에는 8월부터 10월까지 수확을 해요. 씨감자를 심기 전 비료를 충분히 넣어주기만 하면 넓은 밭에 심어도 손이 덜 가는 게 장점이지만, 평당 이익이 거의 나오지 않아요. 비료나 인건비를 제외하면 일모작이라 쳐도 수익이 아쉬운 게 단점이에요.”
이렇게 정성껏 지은 노지 채소는 직거래와 포전거래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특히 배추와 무처럼 때를 놓치면 가격 등락이 큰 채소들은 농산물의 재배 후 관리에 드는 노력을 줄일 수 있어 포전거래가 큰 도움이 된다. 계약재배와도 비슷하기 때문에 시장을 개척하는 데 드는 노력을 줄이고 농사에 전념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날씨에 따라 작황이 좋지 않은 때도 있지만, 그런 때에도 믿고 거래해주신 분들이 있어서 소득이 적어도 버텨올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해요. 그런 만큼 농사에서 사람이 해야 하는 부분은 최대한 노력과 정성으로 가꿔나가려고 합니다.”
매해 달라지는 노지 채소와는 달리, 아스파라거스와 사과는 꾸준하게 가꿔야 하는 작물이다. 특히 아스파라거스는 다년생이라 길면 20년까지도 재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스파라거스는 3월부터 8월까지 수확하는데, 온도와 영양분만 잘 맞는다면 6시간 안에도 쑥 자라기 때문에 하루에 두 번은 수확을 해야 한다. 반면 사과는 3월에는 꽃을 따고, 6월에는 열매를 솎아내는 등 그 시기마다 해줘야 하는 일들이 정해져 있다. 이 흐름을 놓쳤다가는 그해 작황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장기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 과일의 질을 높이기 위한 퇴비도 수확기 60일 전에는 주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을 정도니 밭을 가꾸며 겪은 경험이 큰 자산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