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벌 관리도 스마트하게!
이상기상 대응
디지털 벌통 개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
이경용 농업연구사

글 ㅣ 김주희사진 ㅣ 박형준
전 세계 주요 농작물의 70%는 수분을 해주는 곤충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화분매개곤충은 꿀벌, 뒤영벌, 뿔가위벌, 파리가 있으며,
이 중 꿀벌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상기상, 도시화, 농약의 오남용 등으로 벌꿀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 이경용 연구사는
이상기상에 대응한 화분매개용 디지털 벌통을 개발했다.

이상기상으로 양봉농가 피해 발생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작물보호과 박동석 농업연구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
이경용 연구사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꿀벌들이 대량으로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되어 양봉농가의 피해가 발생되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화분매개곤충의 밀도가 감소하고 있으며 연 1,600억~1,90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추정된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다국적 국가연합을 결성하여 화분매개곤충의 보호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작물 생산도 벌의 화분매개기능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벌을 통해 농작물을 생산하는 비율은 2011년 48.4%에서 2020년 67.2%로 높아졌고, 한 해 사용되는 벌통의 수도 2011년 35만 통에서 2020년 61만 통으로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특히 우리가 즐겨 먹는 딸기는 꿀벌의 화분매개가 없으면 전혀 생산을 할 수가 없습니다.”
현재 딸기를 비롯해 수박, 참외, 토마토, 멜론과 같은 작물의 생산에는 화분매개용 벌이 이미 보편화되었다. 화분매개용 벌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점차 맛있는 과일을 맛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하우스 작물인 과채류의 67%가량에 꿀벌, 뒤영벌 등 화분매개용 벌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현재 벌들이 실종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매년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벌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딸기 가격이 폭등할 수 있습니다. 또한 봄에 먹을 수 있는 수박은 2~3월에 꽃이 펴 수정을 하는데요. 겨울 월동시기에 꿀벌이 줄어들면 수정에 문제가 생겨 우리나라 봄 수박 생산량의 약 60%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이상기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과 화분매개용 벌의 감소로 인한 피해를 예상했을 때 화분매개용 벌을 보호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따라 이경용 연구사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해 화분매개용 디지털 벌통을 개발함으로써 효율적으로 화분매개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딥러닝 등 4차 산업 기술 도입한
디지털 벌통 개발

벌이 꽃에 앉아 화분매개를 하는 것은 봉군(벌집) 내 유충을 먹이고, 봉군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봉군의 유지를 위해서는 27~30℃ 내외의 항온항습조건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폭염으로 비닐하우스의 온도가 높아지면 벌통 내부의 온도는 크게 상승한다. 이 때문에 벌통 내부의 벌들과 유충의 대사 및 탄산가스 농도가 높아져 벌의 생존에 문제가 발생하고, 일벌은 벌통 내부 환경을 정상화하기 위하여 환기행동(fanning behavior)에 집중하게 된다.
“일벌이 환기활동을 하면 자연히 벌의 화분매개 행동은 크게 감소하게 됩니다. 화분매개를 하러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봉군 안에서 머물며 체력을 소진하기 때문이지요. 디지털 벌통은 벌통내부의 온도, 습도, 탄산가스 농도를 모니터링하며 동시에 자동으로 최적의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습니다.”
특히 디지털 벌통은 고온상황에서는 벌통 내부에 팬(FAN)이 온도와 탄산가스에 따라 속도를 다르게 작동해 봉군 내부온도는 35℃, 탄산가스는 500ppm 미만으로 유지시킬 수 있다. 또한 벌통 입구에 카메라와 디지털센서를 설치한 후 이미지프로세싱과 딥러닝 기술을 이용하여 벌의 크기, 형태, 색깔을 학습시켜 실시간으로 벌의 활동량을 측정 및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벌의 활동량이 떨어지거나 움직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농가에서 바로 건강한 벌로 교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딸기를 예로 들면 10월 중순부터 꿀벌들은 수정을 위해 벌통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다음해 5월까지 약 6개월 정도 비닐하우스에 머무르며 수정을 해줘야 하는데, 양봉농가는 벌 관리가 가능하지만 딸기농가의 경우엔 벌 관리가 어렵습니다. 건강한 벌인지 알아채기가 어렵지요. 하지만 디지털 벌통을 사용하면 1초 단위로도 활동량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벌을 잘 모르는 사람도 안정적으로 벌을 관리하고 착과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농가에서 디지털 벌통을 여름철 고온 비닐하우스에서 적용하면 채종용 양파의 경우 기존 벌통 대비 벌의 화분매개 활동량은 2.3배, 수정률은 1.3배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여름 토마토의 경우도 활동량 1.6배, 착과율 1.5배가량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 나가면 어떤 농가에서는 ‘왜 예쁜 과일이 안 열리나요?’라고 물어보십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수정이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건강하지 못한 벌이 수정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기형과 발생률이 높아집니다. 디지털 벌통을 사용하면 약 6% 정도 상품과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디지털 벌통 개발의 의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경용 연구사

앞으로도
더욱 활동성이 좋은 벌을 육성하고,
작물전문연구기관과 협업을 통해
표준화기술을 계속 개발하겠습니다.
아울러 ICT 기술 도입으로
효과적인 사용기술을 보급하여
농업인 소득을 더욱 향상시키고
국민에게는 안정적인 농산물을
공급하는데 힘을 쏟겠습니다.

농업인 소득향상을 위한
연구 매진할 것

이경용 연구사는 기후변화로 자연수분이 어려워진 작물을 대상으로 더욱 효과적인 수분을 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배나 키위는 10년간 개화기간이 2주일 이상 앞당겨지고 재배품종의 문제로 인공수분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농촌고령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노동력 수급불안으로 과실 생산에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벌이 벌집에서 나갈 때 꽃가루를 자동적으로 묻어 나갈 수 있는 ‘자동 꽃가루 부착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벌의 주광성과 정전기적 힘을 이용하는 것인데요. 부착기를 설치한 벌통에 수정용 꽃가루를 넣어주기만 하면 벌이 사람 대신 직접 수분을 함으로써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을 통해 키위의 경우, 노동비용을 70% 감소했으며 생산량은 20% 이상 증대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벌통과 자동꽃가루 부착기술 등은 화분매개용으로 개발되었지만 양봉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벌통은 벌통내부의 다양한 센싱과 빅데이터, 딥러닝이 조합된 원천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차후 디지털 농업에서 벌의 활동성 예측을 통해 작물의 생산량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벌통을 개발했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하루에 6,000~8,000마리의 벌이 움직이면 괜찮다고 판단하지만 작물별, 벌통 입구 크기별 명확한 표준화가 필요합니다. 또한 농가에서 부담 없이 디지털 벌통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추는 것도 과제입니다. 앞으로도 더욱 활동성이 좋은 벌을 육성하고, 작물전문연구기관과 협업을 통해 표준화기술을 계속 개발하겠습니다. 아울러 ICT 기술 도입으로 효과적인 사용기술을 보급하여 농업인 소득을 더욱 향상시키고 국민에게는 안정적인 농산물을 공급하는데 힘을 쏟겠습니다.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디지털 벌통 내부
디지털 벌통 내부
디지털 벌통 앱을 직접 시연하는 모습
디지털 벌통 앱을 직접 시연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