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농사,
친환경 유기농
쌀을 재배합니다

부여농부영농조합법인 최동혁 대표

글 ㅣ 김주희 사진 ㅣ 박형준
부여농부영농조합법인 최동혁 대표는 친환경 유기농 쌀을 생산하고 있다.
우렁이 농법으로 벼를 키우고, 논에 사는 물고기인 드렁허리가 구멍을 내어 놓은 논두렁을 보수한다.
손이 많이 가지만, 청정지역에서만 산다는 생명체들이 논에 하나 둘 늘어가는 것을 보면 그만둘 수 없다고 말한다.

 

Q.
농장을 소개해 주세요.
아버지와 함께 99,173m2 규모로 친환경 유기농 쌀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직거래와 온라인, 학교급식 등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해 쌀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Q.
어떻게 농사를 짓게 되셨나요?
서울에서 사업을 하시던 부모님이 IMF 때 어려움을 겪으며 부여로 귀농을 하셨습니다. 저는 중학생 때부터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었지만, 힘들기만 해서 농사와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도시에서 대학생활을 했는데, 그쯤에 아버지가 좋은 품종의 쌀을 친환경으로 재배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이 느는 것을 보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귀농을 했습니다.
Q.
아버지가 친환경 유기농 쌀로 전환한 이유가 있나요?
당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을 통해 친환경 농업을 자세히 알게 되면서 매력을 느끼셨던 것 같아요. 같이 시작한 다른 농장 분들은 힘드니 포기했는데, 아버지는 제가 부여로 내려오기 전까지 꾸준히 하셔서 직거래 고객을 만들어 나가고 계셨습니다. 막상 해보니 힘들지만 앞으로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셨죠. 사실 저는 ‘친환경’, ‘건강한 먹거리’ 이런 의미보단 돈을 많이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컸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죠. 돌이켜보면 착각이었지만요.(웃음)
Q.
유기농 쌀은 어떻게 재배를 하나요?
제초제를 쓰지 않고 우렁이 농법으로 벼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우렁이들이 물속에 잠긴 풀을 먹는 습성을 이용해 잡초를 제거하는 방법인데요. 제초제를 대체할 수 있어서 토양과 수질 오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우렁이는 등껍질이 물 밖으로 나오면 먹이를 먹지 않기 때문에 논에 물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렁이 관리를 아주 잘 해야 하죠.
Q.
물만 잘 채워주면 될 것 같은데, 실제론 많이 힘든가요?
제초제 등을 뿌리지 않으니 논에 드렁허리들이 많이 생깁니다. 관행농법 논에는 살지 못하는 물고기인데요. 이 드렁허리의 특징이 논두렁 안에 들어가서 잠을 잡니다. 잠에서 깨서 논두렁에서 나오면 구멍이 생기는데, 거기로 논물이 빠져나가버리죠. 그래서 하루에 몇 번씩 물이 빠지는 것을 확인해서 논두렁 구멍을 메워줍니다. 드렁허리 때문에 우렁이가 1~2일만 일을 안 해도 논에 피가 엄청 발아합니다. 뒤늦게 물을 넣어도 이미 풀이 어느 정도 자라서 질겨지면 우렁이가 먹지를 않아요. 제가 농기구로 피를 긁어내거나 손으로 뽑아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물과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죠.
Q.
그 외로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나요?
논 661m2에 우렁이를 3.5kg 정도 넣는데, 논에 따라 우렁이 크기나 개수를 조절해야 합니다. 잡초가 많이 나는 논에는 우렁이를 더 넣어주는 등 개체수를 조절하는 거죠. 이와 함께 친환경 유기농 쌀을 재배하는 조합원들과 공동으로 친환경 약제를 사용해 드론 방제를 하는데요. 논마다 일반 약제를 사용하는 드론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깃발을 꽂아놓고, 드론 운전하는 분들께도 신신당부를 해 놓습니다. 드론의 약통 관리까지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Q.
친환경 유기농 쌀은 밥맛이 다른가요?
화학비료, 유기질비료를 줬느냐에 따라 미질 차이가 많이 납니다. 그리고 유기농 쌀을 재배한다고 해서 다 똑같지도 않습니다. 유기질 비료를 많이 주면 단백질 함량이 높아지면서 미질이 확실히 떨어지는 부분이 있죠. 가장 맛이 좋은 밥을 지을 수 있는 쌀은 단백질 함량이 6.0% 미만이어야 합니다. 6.0% 미만일 때 ‘수’ 등급, 6.1~7.0%일 때 ‘우’ 등급, 7.1% 이상일 때 ‘미’ 등급을 부여하는데요. 저희 쌀은 5%대가 나오니 미질이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재배 품종도 궁금합니다.
미질이 뛰어난 ‘백옥향’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충청남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신품종으로, 농촌진흥청이 실시한 선호도 조사에서 밥맛, 식감, 향 등 6개 항목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밖에도 친환경 농업에 알맞은 신품종들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참진미, 참누리, 안평 등 품종으로 종자시험포를 하고 있는데요. 이 중 참진미가 친환경 농업에도 잘 맞고 밥맛도 우수해서 앞으로 기대가 큰 품종입니다.
Q.
친환경 농업은 왜 중요한가요?
처음엔 친환경 농업을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잘해도 관행농법으로 지은 쌀보다 두 배 이상 가격은 못 받아요. 하지만 노동력은 다섯 배 이상 들어갑니다. 친환경 농업을 하기 위해 고생하는 것을 저는 알지만, 소비자 분들은 그렇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농업을 하면 안 보이던 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3년 정도 지나니 제 논에서 사라졌던 자연 생태계가 복원되는 게 보였습니다.
Q.
논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요?
친환경 지표생물인 '긴꼬리투구새우'와 '풍년새우'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우리나라에서 이 새우들은 과도한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으로 자취를 감췄었습니다. 긴꼬리투구새우는 2005년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되기도 했었죠. 친환경 농업을 하는 농지에서만 볼 수 있는 새우들입니다. 그만큼 땅심이 살아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이밖에도 미꾸라지, 게아재비 등도 살고 있고요.
Q.
논만 아니라 대표님께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복원된 자연 생태계를 보니 그동안 친환경 농업을 돈으로 봤던 게 잘못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만 보면 끝이 아니고, 후세대들도 보고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사명감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소비자 분들도 알아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Q.
앞으로 목표나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역 청년농업인들과 함께 충남친환경청년농부영농조합법인으로 뭉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시공모 사업인 ‘부여서울농장’을 운영하며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요. 숙박, 체험프로그램 등을 통해 체험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친환경 농업,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지역 청년농업인들과 함께하며 친환경 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부여농부영농조합법인
주소 | 충청남도 부여군 임천면 팔충로 9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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