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르는 재미, 먹는 기쁨 1석 2조베란다를 활용한 “텃밭”가꾸기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 장윤아 063-238-6931
요즘 윤혜경씨는 채소가 자라는 베란다를 볼 때마다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해 인근 농업기술센터에서 베란다 식물가꾸기 교육을 받고 상추, 열무, 쑥갓, 잎들깨 씨앗을 구입하여 화분에 뿌렸다. 며칠 후 신기하게도 새싹이 올라왔다. 얼마 되지 않아 훌쩍 자란 잎들로 베란다가 푸르게 물들었다. 채소를 뜯을 때가 되자 아이들이 서로 "내가 하겠다"며 난리다. 직접 기른 상추와 열무 잎으로 쌈을 하는 밥상은 값비싼 음식점과 비교가 되질 않는다. 장바구니 물가가 조금이나마 줄어든 건 덤이다.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되는 것도 물론이다. 마당이 없어도 괜찮다. 햇빛이 드는 자투리 공간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정 내 텃밭이 가능하다.
우리 집 환경에 맞는 채소 선택이 중요
- 베란다 텃밭을 시작할 때 처음 떠오르는 고민은 "무슨 작물을 키울까"다. 그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서는 아파트의 방위, 층수, 유리창 특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 식물성장에 가장 중요한 햇빛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 채소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유리온실의 햇빛 양은 평균적으로 1,000µ㏖(마이크로몰)/m2/s을 넘는다. 같은 햇빛이지만 아파트 베란다로 오면 햇빛 양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그나마 햇빛이 많이 드는 남향이 유리온실의 절반 수준이고, 동·서향은 35%, 북향은 이보다도 더 낮다. 특히 층이 낮거나 앞에 건물이 있는 경우 10% 수준도 안 될 수 있다. 또한 베란다 창문의 방향에 따라 햇빛이 들어오는 시간대나 햇빛의 양이 달라지며, 창문에서 실내로 들어올수록 햇빛 양은 급격히 감소한다.
- 베란다 방위에 따라 햇빛이 잘 드는 남향의 베란다라면 상추·적근대·시금치·열무. 레몬그라스 등을, 빛의 양이 보통인 동·서향이면 쑥갓·청경채·셀러리·잎들깨 등을, 빛이 적은 북향은 엔다이브·치커리·부추·쪽파 등을 추천한다. 베란다에서 키우기 힘든 채소로는 고추·토마토·파프리카·오이·호박·감자·무·딸기·가지·참외·수박 등을 꼽을 수 있다.
베란다 텃밭용 준비자재
재배용기(화분)
- 플라스틱 소재는 통기성이 좋지 않으므로 과습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흙으로 된 화분(토분)은 무겁지만 통기성이 우수하다. 목재로 된 화분도 공기가 잘 통하나 내구성이 떨어진다.
- 상추·쑥갓과 같은 잎채소는 화분깊이가 10∼15㎝면 충분하다. 어린 잎채소는 씨앗을 뿌리고 3∼4주 안에 수확하므로 2∼5㎝면 된다. 그러나 생강과 같은 뿌리채소는 깊이가 20㎝ 이상 되어야 한다.
- 깊이가 10~15㎝정도 되는 스티로폼 박스나 2L페트병을 자른 용기에 물빠짐 구멍을 뚫어 활용할 수도 있다.
- 이전에 사용했던 재배용기를 재사용할 때는 잔존하던 병해충을 없애기 위해 반드시 깨끗이 씻어 말려 이용한다.
상토
- 중요한 것은 양분이 되는 흙이다. 마당이나 밭에 있는 흙을 옮겨 활용하면 잡초종자와 벌레가 함께 옮겨질 수 있고 물빠짐이 안될 수 있는 만큼 유기물이 포함된 원예용 상토를 화원이나 농자재마트 등에서 구입하면 편리하다.
- 원예용 상토는 가볍고 배수·보수성이 좋은데다 소독돼 있어 잡초나 벌레 걱정이 없다. 사용하고 남은 상토는 오염되지 않게 밀봉해 보관한다.
- 원예용 상토는 한 달 정도 지나면 양분이 대부분 사라진다. 양분을 추가로 줄 때는 적정량을 지켜야 한다. 너무 많이 주면 식물이 시들시들해지고 잎이 타들어 가는 등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씨앗 또는 모종
- 다음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 씨앗을 심을지, 모종을 구매해서 심을지 여부다. 씨앗은 싹이 트면서 어린잎 채소를 솎아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빛이 약한 가정에는 웃자라기 쉽고 수확까지의 기간도 오래 걸린다. 모종은 수확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짧은 것이 장점이다. 텃밭가꾸기용 모종 판매는 주로 봄철(3~6월)이나 가을철(8~10월)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 외 시기에는 직접 씨앗을 뿌려 길러야 한다. 허브류는 싹틔우기가 어려워 모종을 사서 심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 씨앗을 심을 경우 모종을 기르는 기간을 고려해 모종을 이용하는 경우보다 한달 정도 일찍 심어야 한다. 특히 쪽파는 비늘줄기인 종구(씨알)를 심는데 응애와 같은 해충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종구를 소독용 액제로 소독한 후 심는 것이 좋다.
- 씨앗을 구입할 때는 유효기간을 반드시 확인하고 남은 씨앗은 밀봉해 냉장 보관한다.
심은 후 관리 요령
- 물주기는 작물이 자라고 있는 생육상태와 상토의 마른 정도를 보면서 주는 것이 좋다. 작물이 심겨진 상토의 표면이 살짝 말랐을 때 물을 주며, 물을 주는 양은 물빠짐 구멍에 물방울이 맺힐 정도까지만 주는 것이 좋다. 원예용 상토의 경우 바짝 마르게 되면 다시 물을 흡수하기가 어려우므로 물관리에 주의한다.
- 상추는 보통 모종을 심은 후 2주, 씨앗으로 심은 후 5주 정도 후부터 온도가 높은 여름에는 2~3일 간격, 온도가 낮은 봄, 가을에는 일주일 간격으로 한 식물체에서 한두 장 정도 수확이 가능하다.
- 첫 파종 후 1개월 정도 지나면 양분을 추가해 주는 것이 좋다. 일반가정에서는 가스나 냄새, 곰팡이 위험으로 유기질비료보다 화학비료를 쓰는 것이 좋다. 유기질비료나 화학비료나 식물은 이온형태로 흡수하는 만큼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 잎채소는 수확시기가 지나면 지나치게 잎이 무성해서 통풍이 나빠져 병이 발생할 수 있으니 작물 생육상태를 보아서 수확하는 것이 좋다.
- 지난 가을에 심어 겨울을 난 잎채소들은 봄에 꽃대가 올라와 꽃을 피우는데 겨자채 등 배추과 채소의 꽃을 샐러드 등 요리재료로 이용하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