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억배추’는 제주도 대정읍 구억리의 할머니 한 분이 소중히 보존해온 배추다. 지난 2008년 토종 종자를 이어가려는 민간단체 토종씨드림 안완식 박사가 제주도에서 ‘구억배추’를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렇게 씨앗을 나누어 알음알음 재배하던 ‘구억배추’는 현재 지역에서 소규모로 재배하고 있으며, ‘개성배추’, ‘의성배추’ 등과 함께 대표적인 토종배추로 자리를 잡았다.
육질이 단단해 아삭한 식감이 특징인 ‘구억배추’는 매콤한 향과 알싸한 맛이 ‘갓’과 비슷하다. 그러나 고소함과 단맛도 지니고 있어 김치로 담그거나 생으로 먹어도 입맛을 돋운다. 또한 개량종보다 길이가 서너 배쯤 길고, 병충해와 기후변화에 강해 농약이나 비료 없이 자연재배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구억배추’는 토종 중에서도 드문 ‘결구배추’다. 씨를 심은 뒤 가만히 둬도 잎이 여러 겹 겹쳐 속이 꽉 차도록 여물어 보기만 해도 탐스럽다. 비록 중국배추처럼 대량 재배가 쉽지는 않지만, 제주도 구억리 할머니가 그랬듯 지역 곳곳의 여러 농부들은 토종배추 종자를 지키고 되살린다는 책임감과 사명을 갖고 ‘구억배추’의 재배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