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한 궁중음식을 차리다

가야수라간 이혜영 대표는 남편인 유근영 대표와 함께 도시에서 생활하다 충남 예산으로 귀농을 결심했다. 도시를 떠나 여유로운 농촌생활을 기대했고, 유근영 대표의 아버지가 운영해온 표고버섯 농장을 이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예산군에서는 처음으로 표고버섯 농장을 운영하셨습니다. 표고버섯 농장이 100여년 된 소나무숲 인근에 위치해 있고 지하 암반수를 활용해 무농약 재배를 해오셨죠. 그래서인지 표고버섯에 솔향기가 은은하게 풍기는 게 특징이에요. 귀농 후엔 원칙을 갖고 정성껏 재배한 표고버섯을 어떻게 더 잘 활용할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농가맛집을 알게 되면서 가야수라간을 열게 되었죠.”

이혜영 대표는 원래 요리에 관심이 많아 예산군농업기술센터에서 궁중음식을 공부하면서 궁중음식 전수자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그렇게 궁중음식을 배우고 이혜영 대표만의 손맛을 가미해 완성한 음식들로 농가맛집을 신청했고, 선정되어 지원 받은 사업비로 식기와 설비 등을 장만할 수 있었다.

“궁중음식은 재료나 요리방법을 보면 당시 궁중의 문화와 제도를 엿볼 수 있어요. 하지만 정통 궁중음식을 차려내는 것보단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해 누구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가야수라간에서는 다른 곳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음식들이 차려진다. 궁중에서 즐겨 먹던 월과채는 잡채의 일종으로 표고버섯, 느타리, 애호박을 채 썰어 간장에 볶은 것으로, 복분자로 색을 낸 찹쌀부꾸미와 함께 먹는 음식이다. 또한 산초기름에 구운 두부부침, 표고우엉잡채, 소고기 채끝을 구운 너비아니, 표고버섯탕수, 연저육찜, 삼색전을 비롯해 표고분말과 육수를 넣어 지은 영양밥 등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사과로 만든 깍두기와 산나물을 활용한 밑반찬들은 입맛을 돋운다.

“화학조미료 대신 표고버섯가루를 사용하고 건표고를 달인 물로 밥과 차를 만들고 있어요. 오랫동안 표고버섯을 재배했기에 맛과 향을 살리는 방법을 잘 알고 있죠. 계절마다 제철 식재료가 다르다 보니 반찬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특징이에요.”

가야수라간에서는 궁중음식 뿐만 아니라 다양한 먹을거리와 즐길거리들이 준비되어 있다. ‘예향’이라는 지역 술을 맛볼 수 있는데, 사과를 넣어 담근 소주로 도수가 높지 않고 쓴맛이 없어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사전에 예약을 해야만 맛볼 수 있지만 접해본 사람들은 그 은은한 사과향에 큰 매력을 느끼는 전통주로 소문이 났다.

“가야수라간을 방문하시면 식사 후엔 생표고버섯과 건표고버섯, 그리고 표고버섯 분말을 구입하실 수 있어요. 가야수라간 안에는 ‘버섯돌이체험농장’이라는 체험농장을 운영 중인데, 이쪽으로 연락을 주셔도 표고버섯 제품들을 구입하실 수 있어요.”

버섯돌이체험농장은 음식체험지도사 자격증이 있는 이혜영 대표가 궁중요리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만들어볼 수 있는 대표적인 궁중음식으로는 미만두가 있는데, 만두피에 고기와 표고버섯, 오이, 잣 등으로 만든 소를 넣고 해삼모양으로 만든 만두다. 궁에는 오이가 많이 나오는 여름철에 주로 만들어 먹었는데, 오이의 아삭한 맛과 표고버섯의 조화가 일품이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성인까지 궁중음식 체험을 할 수 있어요. 먼저 궁중음식에 대한 설명을 하고 준비한 재료로 함께 음식을 만든 후 시식까지 할 수 있죠. 자연스럽게 우리 역사와 음식문화를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고 있어요. 이와 함께 유근영 대표는 농장에서 표고버섯 수확하기, 표고버섯 씨앗 심기, 표고버섯과 곰팡이의 차이점을 알아보는 생태탐구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야수라간은 예약제로만 운영하고 있다. 하루에 한 팀만 예약을 받아 손님들을 ‘왕’처럼 대접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궁중음식이라는 특별함 때문에 외국인 손님들도 많이 찾아오기 때문에 궁중음식을 여유롭게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음식을 느긋하게 맛보고 시간 제한 없이 가야수라간 인근 소나무숲 산책로를 걸으실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이런 부분들이 음식의 맛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게끔 하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오시기 2일 전에만 예약해 주시면 건강하고 정직하게 키운 식재료로 정성스러운 한상을 차려드릴 테니 언제든 방문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