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른 들녘에서 함께 키운
보리로 만든 희망

지내들영농조합법인 이선화 사무장

글 ㅣ 정수민사진 ㅣ 박형준
소중한 농산물이 그 가치를 아는 소비자의 식탁 위로 올라가는 것은 농업인들이 가장 바라는 일이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소중한 농산물을 판매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지내들영농조합법인은 마을에서 생산한 찰보리쌀의 판로 개척을 위해 설립됐다.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하며 지금은 최우수마을기업으로 성장한
지내들영농조합법인의 이선화 사무장을 만나봤다.

보리수매 중단으로 판로 개척 위해
영농조합 설립

지내들영농조합법인 이선화 사무장
지내들영농조합법인 이선화 사무장
전라남도 영광의 지내들마을은 찰보리특구지역으로, 비옥한 토양에서 서해안의 해풍을 맞고 자란 품질 좋은 찰보리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내들마을은 지난 2013년 한 차례 위기를 맞았다.
“마을주민들은 모두 소규모 농업인이에요. 이모작으로 벼와 보리를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보리농사를 지어 벼 종자 값을 번다고 늘 말씀하셨는데, 2012년에 정부에서 보리수매를 중단하면서 보리 판로가 꽉 막혀버렸어요. 막막한 상황이라 직접 판로를 찾아 나서려고 하니 큰 물류트럭에 실을 양이 안 되었죠. 마을주민들이 재배한 보리를 모두 모아 트럭 한 대에 실어 판매했는데 유통업자가 쥐어주는 보리대금을 받으니 너무 적은 돈이었습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었다. 오랫동안 보리농사를 지어온 이선화 사무장의 부모님은 마을주민들과 함께 작은 도정기로 직접 도정한 찰보리를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전국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3년 6월, ‘우리가 직접 영광의 찰보리를 알려보자’라는 마음으로 마을주민들이 모여 지내들영농조합을 설립했다.
“지내들영농조합 설립 후 마을기업육성사업을 거쳐 지금은 최우수마을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지내들영농조합에는 40여 농가가 함께하고 있어요. 또한 100여 농가에 매년 약 800톤가량 보리를 판매할 수 있는 판로를 열어드리고 있습니다.”
영농조합을 설립하면서 마을주민들이 각각 농사를 짓고 판매를 했을 때보다 훨씬 이점이 많았다. 보리라는 같은 작목을 재배하기 때문에 종자부터 영농자재를 함께 구입해서 사용하면서 비용이 절감됐다. 또한 함께 회의를 하거나 품질 좋은 보리를 생산하기 위해 같이 교육을 받으며 더욱 똘똘 뭉치게 되었다. 기쁜 일도, 힘든 일도 함께하면서 지내들영농조합은 한층 단단하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귀농 후 디자이너 경력 살려
패키지 디자인부터 홍보까지

지내들영농조합은 청색보리(강호청), 자색보리(자수정), 흑보리(흑보찰), 누리찰보리, 재안찰보리 등 오색보리와 오색미를 비롯해 새싹보리, 귀리 등을 생산하고 있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자란다’라는 말처럼 농업인들은 내 자식처럼 소중하게 농사를 짓고 있으며, 특히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제공하기 위해 우렁이로 친환경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재배부터 수확, 도정까지 모두 농업인들이 직접 하기 때문에 품질에는 자신 있습니다. 하지만 판매를 위해선 좋은 농산물 생산에서 그쳐서는 안 돼요. 소비자의 눈에 들 수 있는 포장과 좋은 농산물을 알릴 수 있는 홍보는 필수입니다.”
이선화 사무장은 영광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후 대학에 진학하며 고향을 떠났다. 도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가구디자이너로 10년을 근무하면서 바쁜 일상을 보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고향이 그리워졌다.
“고향을 떠날 때는 다시는 농촌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모든 시골 학생들처럼요. 그런데 도시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할 곳이 고향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마침 부모님이 지내들영농조합을 운영 중이셨고, 제가 온라인 판로에 도움을 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귀농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여성농업인이 농촌에서 살아가는 게 쉬운 일을 아니었다. 아는 것도 없고 주위에 또래도 없었다. 그래도 부모님이 계셨고 마을의 어르신들과 함께 웃으며 생활하다 보니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선화 사무장은 디자인 경력을 살려 제품 패키지 디자인부터 온라인 쇼핑몰 오픈까지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농산물에 고급스러운 색감을 입히고 싶었어요. 고급패키지 전략을 통해 지내들영농조합의 브랜드를 구축해 나갔습니다. 새로운 상품을 기획할 때도 도시의 소비자, 직장인 소비자였던 경험을 토대로 연구·개발한 덕분에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보리 제품을 진열 중인 이선화 사무장

앞으로도 ‘같이의 가치’라는 목표로
마을 일자리창출, 소득창출,
지역 농산물 판로 활성화 등
지역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같이의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

현재 지내들영농조합은 보리를 활용해 보리떡볶이, 찰보리치즈핫도그, 보리미숫가루, 보리차 등의 가공품을 만들어 판매 중이다. 농가들은 계약재배를 통해 보리를 재배했지만 코로나19로 급식이나 식품가공업체들이 힘들어지면서 계약이 취소되었고, 보리를 창고에 그대로 쌓아놓을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 도전한 새로운 사업이었다.
“창고에 가득 쌓인 보리를 보면서 고민이 깊어졌어요. 그런데 그때쯤 주부들의 고민거리가 생겼더라고요. 아이가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간식을 직접 챙겨줘야 하는데, 건강하고 간편한 간식이 마땅히 없다는 거였죠. 그렇게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을 개발해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판매 중인 보리 제품
판매 중인 보리 제품
보리떡볶이, 찰보리치즈핫도그
보리떡볶이, 찰보리치즈핫도그
고급스러운 패키지의 보리 제품
고급스러운 패키지의 보리 제품
이선화 사무장이 지내들영농조합에 합류하면서 많은 것이 변화했다. 2016년 오픈한 온라인 쇼핑몰은 이듬해 행정안전부와 이베이코리아가 함께 개최한 온라인기획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했고, 그 후 전국으로 온라인 판로를 확대했다. 또한 ‘할매곳간’이라는 예비사회적기업을 육성하여 마을 할머니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제일 뿌듯한 건 어르신들과 함께 웃으며 생활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제가 귀농한 후 언니와 남동생까지 귀농하면서 청년들이 함께 뭉치게 됐어요. 그 사이에 결혼과 출산을 하면서 마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나기 시작했고요. 앞으로도 ‘같이의 가치’라는 목표로 마을 일자리창출, 소득창출, 지역 농산물 판로 활성화 등 지역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지내들영농조합법인
주소 : 전라남도 영광군 군남면 포천리 105-5
홈페이지 :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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