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갈아 사용하는 쌀품종
‘가루미2’ 개발로
산업화의 문을 열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하수경 연구사
글 ㅣ 김주희사진 ㅣ 박형준
우리나라 쌀 자급률은 95%가량으로 높지만 소비자들은 과거에 비해 쌀을 적게 소비하고 있다.
쌀을 밥으로 섭취하는 것보다 대부분 간편한 가공식품으로 섭취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쌀을 빵 등 가공품 원료로 사용하려면 먼저 물에 불리는
습식제분을 통해 가루로 만들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는 쌀을 불릴 필요가 없는
쌀가루 품종 ‘가루미2’ 개발을 통해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했다.
쌀가루 제조과정의 단점 개선한
‘가루미2’ 개발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하수경 연구사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는 주곡산업 기반 유지를 위해 벼, 맥류 품종개발과 주요 형질의 유전연구 및 육종 소재 개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벼 품종개발실, 벼 육종소재개발실, 맥류 품종개발실 등 총 3개의 연구실에서 18명이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많은 수의 밥쌀용 품종은 작물육종과에서 개발되었습니다. 특히 국내 재배면적 1위를 차지하는 ‘신동진’ 품종의 개발 및 보급으로 벼 생산량 향상과 농업인 노동력 절감, 재배안정성 등의 성과를 내었습니다. 이러한 품종들의 개발로 소비자 분들 역시 맛있는 밥을 맛보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수경 연구사는 쌀가루용 전용품종을 육성·개발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쌀은 밥보다 빵이나 면 등의 가공품 원료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추세다. 쌀을 가공품으로 만들려면 가루를 내어야 하는데, 단단한 멥쌀을 물에 불리려면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제분기에 넣어 빻으면 가루로 만들 수 있는 밀과 달리 쌀은 물에 불린 후 물기를 없애고 기계에서 빻은 뒤 건조해야 합니다. 쌀을 가루로 만들 때 드는 가공비용이 밀을 가루로 만들 때 드는 비용보다 2~3배 비싼 이유이지요.”
2017년 기준으로 식품산업에서 원재료로 구매된 쌀 58만 6천 톤 가운데 쌀가루는 3만 3천 톤에 그쳤다. 쌀을 불리는 번거로움과 가공비용이 산업화에 제약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는 기존 멥쌀과 달리 밀처럼 쌀을 불리지 않은 상태로도 빻아서 사용할 수 있는 쌀가루 전용 품종 ‘가루미2’를 개발, 특허를 출원했다.
“2012년 세계 최초로 가루전용 쌀품종을 개발했습니다. 현재는 관련 연구가 이어져 ‘가루미2’ 품종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습니다.”
낮은 경도로 제분비용 절감…
특허 출원까지
가루미2
‘가루미2’는 쌀의 경도가 일반 멥쌀의 약 ⅓ 수준으로 잘 분쇄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쌀을 물에 불리는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일반 쌀 제분 시에 들어가는 제분비용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소규모 업체의 제분기로도 쉽게 빻을 수 있으며 대규모 밀 제분 설비에 현미를 넣어 대량 생산도 가능하다.
“‘가루미2’의 낮은 경도의 핵심 유전자는 5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열성유전자 flo7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를 특허로도 출원하였는데요. 2021년에는 특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특허청에서 주관하는 ‘2021 대한민국 지식재산대전’에서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일반쌀은 다각형의 전분구조가 밀착된 구조로 경도가 높기 때문에 가루 입자 크기가 크고, 건식 제분 시 전분 손상이 높다. 손상전분 증가 시엔 수분흡수율이 급격히 증가하여 구조가 약해지기 때문에 제품 가공 후 속이 쉽게 부스러지며, 특히 빵류 제조 시 팽창력이 낮아진다. 하지만 ‘가루미2’는 가루 입자 크기가 작고, 손상전분 함량이 낮아 밀가루 대체가 유망하며 발효 속도가 빨라 주류·발효떡에도 활용성이 높은 편이다.
“‘가루미2’는 병에 강하고 생육 기간이 짧아 다른 작물과 돌려짓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남부지역을 기준으로 ‘가루미2’의 모를 내는 기간은 6월 하순경인데요. 밀, 보리 등을 수확하고 난 후에 ‘가루미2’를 이앙할 수 있어 2모작 재배로 소득이 크게 향상될 수 있습니다.”
쌀맥주·카스테라 등
‘가루미2’ 활용한 가공식품 개발
동상을 수상했던
‘2021 대한민국 지식재산대전’ 참가 부스
‘가루미2’는 지난 2019년 특허출원 후 기술이전을 통해서 생산-가공 계약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2019년 11ha를 시작으로 하여 2022년 현재 100ha 규모로 재배될 계획이다.
“현재 ‘가루미2’의 확대 보급을 위해 생산-가공자를 모집하여 계약재배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기술이전을 통해 차별화를 도모하고, ‘가루미2’ 엠블럼과 스토리텔링을 제작하여 브랜드 구축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2017년부터는 ‘가루미2’를 활용한 ‘우리쌀빵 경진대회’를 개최하여 홍보하고, 수상한 레시피를 산업화하는 일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쌀빵 경진대회’는 전체 반죽 무게의 50% 이상을 쌀가루를 사용하여 식빵, 조리빵, 단과자빵, 구움과자빵을 미리 만들어 당일 출품한다. 출품된 제품은 조리법 및 쌀가루 배합비율, 맛, 대중성, 창의성 등을 기준으로 평가하여 수상작을 선정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2017년 12월에 ‘우리쌀빵 경진대회’에서 수상하고, 현재 ‘가루미2 쌀빵’으로 군산에서 영업하고 있는 군산 ‘홍윤베이커리’의 홍동수 사장의 레시피를 공유해 ‘가루미2’의 활용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가공업체에서 ‘가루미2’를 활용해 만든 쌀맥주, 카스테라 등이 소비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전북 고창의 수제맥주업체는 ‘가루미2’ 관련 기술을 이전받아 제조한 쌀맥주를 전국 편의점에 유통해 한 달 동안 약 15만 개의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가루미2’가 30% 사용된 쌀맥주는 목 넘김이 부드럽고 담백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수경 연구사는 현재 쌀가루 전용 품종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가 지속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선 쌀가루 전용 품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쌀 자급률은 높지만 매년 햅쌀이 전량 소비되지 못하고 남는 상황에서 ‘가루미2’의 생산 확대 및 가공식품 활용은 쌀 소비량과 농업인의 소득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공용 원료곡을 귀하게 대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욱 품질 좋고 맛있는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테니 국산 원료에 대한 소비자 분들의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
가공용 원료곡을
귀하게 대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욱 품질 좋고 맛있는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테니
국산 원료에 대한 소비자 분들의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