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바, 초콜릿, 통조림까지
식량난을 해결하는
미래 식량, 식용곤충!
글 ㅣ 김유진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곤충과 인간은 서로 가깝게 맞닿아 있는 관계다.
농사가 주업이었던 우리나라에서는 곤충은 그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존재로 박멸의 대상이 되고는 했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미래 고부가가치를 지닌 생물자원으로 재평가되며 식용곤충이 떠오르고 있다.
우리 인류와 직간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으면서도 미래 식량의 트렌드로 떠오른 식용곤충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 조상들도 곤충을 먹었을까?
곤충이 미래 에너지로 떠오른 것은 오래지 않은 일이다. 현대에 들어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곤충의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발견하게 되었고, 이를 해충 퇴치, 화분 매개 곤충, 애완 곤충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개발도상국 기아문제 해결과 경제적 자립,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 선진국의 신약 개발, 가축 사료 개발, 식품 개발 등 곤충을 활용한 연구가 활발하다.
수렵과 채집이 활발하던 농경문화 시대부터 애벌레와 꿀벌 등 곤충은 생태계와 인간의 연결고리이자, 인간에게 중요한 영양분 공급원이었다. 이미 전 세계 25억 명에 이르는 인구가 곤충을 식용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은 개미를 넣은 두부, 곤충 튀김 등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곤충 요리들이 있다. 일본에서는 곤충 초밥, 미국에서는 메뚜기와 귀뚜라미, 콜롬비아 북부에서는 개미를 즐겨 먹었다.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양봉과 양잠으로 곤충과 더불어 사는 것을 추구해왔다. 전통적으로 약재로 많이 이용했으며,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메뚜기, 매미, 딱정벌레 애벌레 등을 식용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근래 들어서도 메뚜기와 누에번데기는 간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현지에서 서식하는 곤충은 생태계 교란 염려가 적고, 친환경적이다. 미국 코넬대학 로지 교수는 곤충의 미국 경제 공헌도가 연간 57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곤충 산업 시장 규모는 2021년 446억 원으로 전년 대비 7.7%(32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단백질과 불포화지방, 칼슘, 철, 아연 등의 영양분이 풍부하여 미래 에너지원으로 식의약 시장에서 주목 받는 식용 곤충 판매가 51.8%(231억 원)로 가장 높았다.
징그럽기만 한 곤충?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
인구 증가, 기상이변, 분배불평등을 포함한 다양한 원인으로 식량 문제가 큰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연스럽게 식용곤충이 그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곤충의 생김새와 해충이라는 인식 때문에 아직까지도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단백질 보충제, 필수 아미노산 등 풍부한 영양소를 살린 분말이나 바, 통조림 형태 식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귀뚜라미를 건조·분말 형태로 만들고 견과류와 과일을 섞어 만든 단백질바는 이미 시중에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건강에 관심이 많아진 트렌드를 따라 근육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식품도 있는데 이때 필요한 아미노산은 콩보다 38%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밀웜으로 보충하기도 한다.
태국은 세계 최대 식용곤충 생산국으로, 2만 개 이상의 농가에서 연간 7,500톤의 곤충을 생산한다. 온라인으로 풀무치, 수벌번데기, 아메리카왕거저리 같은 식용곤충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통으로 건조하거나 분말, 그리고 통조림 제품과 화이트 초콜릿을 입힌 제품도 있다.
중국 역시 오랫동안 곤충을 먹어온 나라 중 하나다. 베이징의 왕푸징 거리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식용곤충을 파는 것으로 유명하다. 벨기에는 2013년 12월, 연방식품안전청(AFSCA)에서 풀무치, 아메리카왕거저리 등 곤충 10종을 식품 재료로 인정했으며, 식용곤충 제품의 안전 관리를 하고 있다. 네덜란드도 운동선수용 곤충식품, 외미거저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곤충사육 및 가공회사로 밀웜, 귀뚜라미 사육, 스낵, 캔디, 파스타 등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갈색거저리 애벌레(고소애),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꽃벵이), 쌍별귀뚜라미(쌍별이), 장수풍뎅이 애벌레, 벼메뚜기, 백강잠, 식용누에, 아메리카 왕거저리 애벌레, 수벌 번데기, 풀무치의 10가지 종이 식품원료로 승인받았다. 다양한 건강기능성 물질이 있어 에너지바, 파우더, 쿠키, 셰이크 등 건강 관련 제품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렇듯 곤충은 예전부터 먹던 풍습을 살리면서도 현대에 맞게 재구성·제품화되어 다양한 형태의 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귀뚜라미를 활용한 벨기에 단백질바와 과자
일본 기업 무인양품이 출시한 귀뚜라미 전병과 초콜릿
곤충산업에서 찾은 미래 가능성
고소애와 분리유청단백으로 만든 단백질바
식용곤충은 가축에 비해 온실가스와 암모니아 배출량이 현저히 낮으며, 물 소비량도 적다. 따로 사육시설이 필요한 것도 아니며, 곤충 번식에 강도 높은 노동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곤충 단백질 시장은 2020년에 2억 5,000만 달러(약 3,068억 원)의 규모였고, 2028년까지 연평균 27.4%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곤충은 경쟁력 있는 미래 자원으로서, 식품뿐 아니라 애완·학습용, 예술작품, 문화콘텐츠로도 각광받고 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전문가들의 연구개발이 중요하다. 네덜란드, 호주, 미국 등에서는 이미 식의약 시장에서 곤충의 잠재력을 인정하여 국민 위생과 식품 안전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식용곤충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자원의 가치가 인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곤충이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서 사람들의 인식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 영양분이나 고소한 맛을 살릴 수 있는 형태의 가공기술 개발, 정책 지원 등이 필수다.
또한 곤충이 먹어도 안전한 제품이라는 인식도 필요하다. 농촌진흥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에 중금속 통합 기준을 마련하였고, 식용 곤충 전체에 납, 카드뮴, 무기비소 등 유해물질이 0.1mg/kg 이하라는 기준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2022년 2월, 전라남도농업기술원은 육고기를 대체하는 식용곤충 개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갈색거저리를 첨가한 식물성 단백질 기반의 패티와 소시지를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날이 머지않았다. 2050년에는 인구가 95억 명에 달할 것이라 한다. 갈수록 잦아지는 불가항력적 기상이변과 함께 식량난 위기도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식용곤충이 대중화되는 날이 점점 가까워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