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나누고 함께 성장하다
농촌 주민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

글 ㅣ 남궁소담
농촌에서는 혼자서 살아갈 수가 없다.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든 일을 마주하게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전업농이 아닌 반농반X의 삶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도시에서는 무인점포가 나날이 늘어가고 비대면 서비스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지만,
농촌에서는 여전히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미덕이다.

품앗이하며 농사 멘토 만나기

반농반X의 삶을 살며 작게나마 농사를 짓기로 결심했다면 농사 멘토를 만나는 것이 절실하다. 농사 기술은 책으로만 배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사를 하며 부딪히는 여러 고비를 어떻게 무탈하게 넘을 수 있을까 조언을 구하자면 멘토가 필요하다. 농사 멘토들은 다년간 농사를 지으며 축적된 지식들을 공유해주고, 나의 작은 텃밭에 선뜻 찾아와 솔루션을 제시해줄 것이다.
이러한 농사 멘토를 만나기 가장 쉬운 방법은 품앗이에 나서는 것이다. 날마다 할 필요도 없다. 내 시간이 허락되는 날, 가능한 만큼 일손을 보태면 된다. 농촌에서는 일이 바빠지는 농번기가 있다. 예컨대 감을 주요 작물로 하는 지역이라면 감을 딸 때나, 곶감 깎을 때가 가장 바쁠 것이다. 이럴 때에 품앗이하러 가면 좋은 농사 멘토와 인연을 만들 수 있다. 관심 작물의 품앗이에 다닌다면, 일손을 도우며 저절로 배우게 되는 농사 지식도 있을 터이다.
농사 멘토들은 지역의 기후와 땅을 잘 알기 때문에 적절한 작물을 추천해 주기도 하고, 작물 재배의 난이도를 고려하여 어떤 방법으로 작게나마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지 조언해 줄 것이다.
어느 마을이든 어른들의 놀이터가 있기 마련이다. 경우에 따라 어르신들이 주로 모이는 마을 회관이 될 수도 있지만, 젊은이들이 많은 곳이라면 뜻을 모아 새로운 놀이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비슷한 생각과 꿈을 가진 이들이 모여 같이 얘기하고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반농반X의 생활에 더욱 윤기가 흐를 것이다.
마을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공간이다. 기존 마을회관 등을 활용하여 새롭게 단장할 수도 있고, 유휴 공간을 찾아 놀이터로 이름 지어도 좋겠다. 놀이터에 모이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안에서 원활한 교류가 이어지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새록새록 솟아날 것이다. 마을 놀이터는 농사를 짓지 않고도 친목을 도모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 있는 어른들의 놀이터다.

물물교환하며 정 나누기

도시에서는 안 쓰는 물건이 있다면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려놓고 판매해서 이익을 가져가는 방법뿐이겠지만, 농촌에서는 아직까지도 물물교환이 가능하다. 예컨대 내가 텃밭에서 기른 토마토를 이웃과 나누고, 이웃에서 농사지은 감자를 얻어오는 식이다. 이와 같은 물물교환은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자 가치를 나누고 의미를 더하는 현명한 반농반X 생활의 방법이다.
물물교환이 가능한 것은 비단 작물뿐만이 아니다. 반농반X의 삶을 살되 농사를 짓지 않는 경우라면,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여 만든 물건이나 쓸만한 물건을 나누는 것도 가능하다. 예컨대 생화를 잘 눌러서 말린 압화 공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압화로 만든 캔들 홀더라든지 열쇠고리 등을 이웃에 나누고, 대신 신선한 먹거리를 받아올 수도 있다. 도시에서 욕심껏 구매했지만 실제로는 별로 사용하지 않은 쓸만한 물건이 있다면, 주변에 필요한 이웃이 있는지 확인하고 물물교환하자. 버려지지 않고 물건에 새로운 쓰임이 생기니 친환경적이다.
물물교환은 노동력 교환으로도 치환할 수 있다. 반농반X 생활 중 도시에 가게 되면 이웃에게 텃밭을 돌봐주기를 부탁하는 대신, 도시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해다 줄 수도 있다. 이처럼 서로에게 필요한 일들을 교환하면서 이웃 간에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되고 차츰 정이 쌓인다.
전문 분야가 있다면 농촌에서 작은 배움터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예컨대 문학이나 철학에 관심이 있다면 인문학 모임을 만든다거나 악기를 다룰 줄 안다면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악기를 다루는 배움터를 만들 수도 있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지만 아직까지도 농촌에서는 인문교양, 혹은 문화예술 활동을 누리기가 어렵다. 도시에서는 조금만 나가면 쉽게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농촌에서는 큰마음을 먹어야만 접근 가능하기도 하다. 내가 아는 것, 경험한 것을 나누고 배울 수 있도록 안내하다 보면 마을에서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다. 다 함께 성장하는 기쁨은 덤이다.
농촌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단 한 가지는 바로 ‘나누기’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면, 이웃도 자신의 소중한 것을 나누어 줄 테다.

농촌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단 한 가지는
바로 ‘나누기’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면,
이웃도 자신의 소중한 것을
나누어 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