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과 시간이 들어간
오양주 ‘천비향’으로
전통주의 맥을 이어갑니다

좋은술 이예령 대표

글 ㅣ 김주희사진 ㅣ 박형준
특별한 날엔 특별한 술로 축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공식 석상에서는 건배주로 쓰이는 술에도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술 선정에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좋은술 이예령 대표가 담근 ‘천비향’은 지난 2019년,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된 후
부산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도 만찬주로 이름을 올리며 유명세를 탔다.
우리 땅에서 나는 쌀과 누룩, 물로 담근 전통발효주를 이어나가겠다는
좋은술 이예령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전통주와 사랑에 빠지다

좋은 술 이예령 대표
좋은 술 이예령 대표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좋은술은 오양주인 ‘천비향’과 삼양주인 ‘택이’, 색이 있는 막걸리 ‘술예쁘다’ 등을 빚어내는 전통발효주 전문 농업법인이다. 이예령 대표는 지난 2012년 처음 술을 빚는 것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전통주의 매력에 푹 빠졌다. 술을 평소 즐기지도, 잘 마시지도 못했지만 전통발효주의 향과 맛에 매료된 것이다.
“이전부터 평택은 쌀 주산지라 집집마다 술을 많이 빚었어요. 저희 어머니도 잔치 때마다 술을 담그셨는데, 저는 큰 관심이 없었죠. 그러다가 애주가인 남편과 결혼을 했는데, 소주를 마시고 다음날 숙취 때문에 힘들어하더라고요. 숙취가 없는 좋은 술을 한 번 직접 담가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한국전통주학교에서 전통발효주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판매하는 먹걸리 등 전통발효주는 한 번 발효를 한 단양주다. 하지만 발효 횟수에 따라 술맛이 확연히 달라졌다. 점점 욕심이 생겼다.
“처음 술을 배우면서 다른 사람들이 안 하는 삼양주로 술을 빚어봤어요. 삼양주는 세 번 발효를 한 술이란 뜻인데요. 삼양주는 일 년이 지나도 술맛이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 부드러워졌어요. 그러다 보니 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오양주를 빚어야겠다고 결심했지요. 당시 같이 술을 배우던 사람들과 함께 6명이서 공동출자를 했어요.”
그렇게 이예령 대표는 정성과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오양주에 도전했다. 고두밥에 물과 누룩을 섞어 발효하는 과정에서 덧술을 네 번이나 추가해야 하니 그만큼 과정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술밥을 쪄 오양주를 담갔지만 실패가 반복됐다. 술이 상해 버린 양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같이 오양주에 도전했던 사람들은 하나 둘 지쳐 그만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예령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혼자 남은 이예령 대표는 일 년 동안 끊임없이 술을 담그고 연구한 끝에 오양주 ‘천비향’을 완성해 낼 수 있었다.
“천비향은 오양주를 다 빚은 후 3개월 숙성 후 또 한 번 3개월 동안 저온 숙성을 해야 완성돼요. 5차례나 발효를 하기 때문에 미생물이 많이 살아 있어 장기 숙성이 가능하지요. 덕분에 숙성과정을 거치면서 술의 향과 맛이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천비향 생주·약주
천비향 생주·약주
천비향 추석 선물세트
천비향 추석 선물세트

가장 좋은 재료로 담근
오향주 천비향

오양주인 천비향을 완성한 이예령 대표는 가족들에게 본격적으로 전통발효주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천비향을 사업화하려면 술 제조공장을 세워야했다. 당시 평택에 집을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남편과 두 딸은 이예령 대표의 의사를 적극 지지해줬다. 그렇게 새로 지은 집을 제조공장으로 리모델링하며 본격적인 천비향 생산에 들어갔다.
“천비향은 도수가 14도인 천비향 생주와 16도인 천비향 약주 제품이 있습니다. 도수가 높은 이유는 설탕 등 감미료를 넣지 않기 때문인데요. 도수가 낮으면 일반 막걸리 맛에 익숙한 분들이 맛이 밍밍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도수가 어느 정도 높아야 술의 진한 맛, 본연의 맛을 느끼실 수 있지요. 처음 천비향을 맛본 분들은 술에서 이렇게 진한 맛과 은은한 향이 풍길 수 있냐며 놀라시곤 해요.”
이예령 대표는 술을 빚을 때 ‘처음과 끝이 똑같아야 한다’는 철칙을 지키고 있다. 빨리 담가서 판매하는 술이 아니라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한 장기 숙성과정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또한 평택지역에서 재배한 가장 품질 좋은 쌀만을 사용하고 있다. 어떤 쌀을 쓰느냐에 따라 술의 맛과 향, 발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전통발효주는 어떤 때는 맛있고 어떤 때는 맛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 어떤 생산자는 ‘이번엔 이렇게 담가서 맛있고, 이번엔 이런 상황이라 맛이 조금 떨어집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일정한 맛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리 술에 맞는 적정 온도와 제조방법, 가장 좋은 재료들을 찾아냈습니다.”
이러한 이예령 대표의 정성은 지난 2019년 청와대 만찬 식전주로 천비향이 선정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전화로 천비향 주문이 들어와 보내줬는데, 며칠 후 운전을 하다가 라디오를 통해 천비향이 청와대 만찬주로 올랐다는 뉴스를 들은 것이다.
“뉴스를 듣자마자 정말 놀랐어요. 청와대에서 구입해 간지도 몰랐으니까요. 이후에 부산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도 천비향이 만찬주로 사용되며 인정을 받았지요.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갑자기 많은 주문이 들어왔는데, 술이 숙성되는 중이라 많은 분들이 구입을 기다리셔야 했어요. 그래도 가장 좋은 맛을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양해를 구하고 잘 숙성시킨 천비향을 보내드렸지요.”

이예령 대표의 정성은
지난 2019년 청와대 만찬 식전주로
천비향이 선정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술 발효과정을 살피는 이예령 대표

우리나라를 대표할
무궁화술 선보일 것

좋은술 이예령 대표
좋은술 이예령 대표
좋은술에서는 천비향을 비롯해 알코올 도수를 8도까지 내린 ‘택이’, 빨간색을 띠는 ‘술예쁘다’ 등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예령 대표 딸들의 아이디어로 완성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들이다.
“전통주는 도수가 높다 보니 젊은이들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완성한 술들이에요. 우리 전통주에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지요. 현재는 무궁화주를 개발 중인데요. 전통주를 공부하면서 아쉬웠던 게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우리 전통이 많이 사라진 거였어요. 그래서 3년 전부터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전통주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무궁화로 술을 담그기 시작했지요.”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무궁화를 수급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결국 직접 유리온실을 빌려 유기농으로 무궁화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수확한 무궁화로 담근 무궁화술을 10월 9일, 한글날에 선보일 계획이다. 알코올 도수도 10.9도로 위대한 한글창제를 기념하는 의미를 담았다.
“무궁화로 제대로 된 술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무궁화 생화는 향이 없는데, 술을 담그면 향이 나요. 또한 단맛이 강해서 술을 담그면 무척 매력적인 맛이 납니다. 도수가 다른 무궁화술을 내년 8월 15일에 출시할 계획입니다. 어서 빨리 많은 분들에게 무궁화술을 맛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술이라는 게 건강에 이로울 수는 없겠지만, 이왕이면 좋은 재료로 잘 발효된 술을 드셨으면 좋겠다는 이예령 대표는 우리나라 술문화도 변화되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술을 한 병, 두 병 마시는 게 아니라 식전에 한두 잔 정도 마시는 문화로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와인을 예쁜 잔에 따라 마시듯 우리 전통주도 예쁘고 고급스러운 잔에 담아서 분위기 있게 드셨으면 해요.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술을 대접한다는 느낌으로 우리 전통주를 즐기실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좋은 술을 담그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좋은술
주소 : 경기도 평택시 오성면 숙성뜰길 108
연락처 : 031-681-8929
홈페이지 :
홈페이지 바로가기
홈페이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