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농업기술로 하나가 된 사람들

글 ㅣ 김제림
‘지구촌’이란 지구 전체를 한 마을처럼 여겨 이르는 말이다.
하나의 마을과 같이 사람들 모두가 서로를 알게 되고 친근감을 느끼며 모든 정보를 나누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K-농업기술은 이러한 지구촌의 의미를 현실로 만들어주고 있다.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에게 전해진 K-농업기술과 이로 인해 변화된 모습들을 살펴본다.

K-농업 홍보담당이 된 캄보디아
옥수수 생산 농부 리 렌(Ry Ren)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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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는 전체 인구의 8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쌀농사의 비중이 가장 높으며 옥수수, 콩, 녹두 등을 주요 작물로 재배하고 있다. 그러나 관개 시설과 영농 기술의 열악함, 유통 구조의 부재, 오랜 내전 등으로 인해 생산량이 낮아 농업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컸다.
캄보디아 뜨봉크멈주 메콩강 인근에서 옥수수를 재배하는 농업인 리 렌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싼 외국산 옥수수 종자를 구입하기 어려워 값싼 재래종 옥수수 종자를 재배하고 있지만 생산량이 매우 낮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캄보디아는 가축 사육이 증가함에 따라 사료로 사용할 옥수수 재배용 종자가 필요했으나 대부분에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국이 캄보디아 농업부와 공동으로 개발한 옥수수 종자를 심은 후 렌 씨의 밭은 생산량이 낮은 우기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관행 농가의 옥수수 생산성(2.9t/ha)과 비교하여 약 2배 높은 생산성(5.7t/ha)을 보였다.
이번에 수확한 옥수수를 판매한 금액 3,230달러 중에서 비료와 농약, 농기계 임차와 인건비 등 생산비를 제외하고도 순소득 1,702달러를 벌어 관행 대비 2배 이상의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에 경제적인 시름을 해소하게 된 렌 씨는 주변 농가들에게 옥수수 농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의 소득이라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옥수수 신품종의 홍보대사가 된 것은 물론이다.

인도네시아의 토양전문 과학자
이이 슐레만(ii schlemann)
박사의 고민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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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탄소중립 선언과 관련 정부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전 분야의 탄소중립 정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토양의 유기탄소 함량을 자국의 기술력으로 측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아시아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AFACI)는 FAO와 함께 아시아 토양지도 구축사업을 추진하였고, 인도네시아의 이이 슐레만 박사는 이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전수받고 연구를 수행한 결과, 인도네시아의 토양유기제도를 제작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인도네시아는 토양유기탄소지도를 통해 토양의 유기탄소 함량을 측정하여 어느 지역에 어떤 작물을 심고 어떻게 재배하면 탄소를 덜 배출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이이 슐레만 박사의 인도네시아 토양유기탄소지도 제작은 지구촌의 한 구성원으로 탄소정책에 힘을 보태었다는 자긍심과 과학자로서의 큰 고민을 덜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디지털 토양환경정보 전문가로 변신한
콜롬비아
축산연구공사 수석연구원
구스타보
아라우호(Gustavo Arau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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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토양 황폐화 등 농업환경변화에 따른 토양환경정보 수요는 증가하고 있었으나 콜롬비아의 기존 시스템은 특정작물 재배정보, 디지털 맵핑기술, 지리 웹 서비스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이에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연구원은 농촌진흥청의 선진 토양환경정보 ‘흙토람’ 기술 전수를 받고, 중남미 최초 디지털 토양환경정보시스템(IRAKA) 구축 연구로 세계적 학술지(CATENA)로부터 과학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구스타보 연구원은 자신의 성과에 대한 한국의 지원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중남미 타 국가 연구원들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토양환경정보 디지털 전문가로 거듭나고 있다. 구스타보 연구원은 현재 토양 단면조사, 공간 데이터베이스, 화학성 분석 등 강의와 콜롬비아 대학생에게 시스템 관련 교육을 하고 있으며, 그의 업적은 우리나라에서도 국무조정실 주관 ‘국제개발협력’ 대통령 표창을 받을 정도로 높이 평가되었다.

KOPIA 씨감자로 행복을 찾은
에콰도르
고산지대 소농인
갈로 유그시(Gallo Yugsi)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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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의 3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에콰도르는 남미에서 가장 다양한 기후와 지형을 갖고 있다. 특히 안데스 산맥에서는 해발 2,700~3,400m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기후가 서늘하다 보니 감자를 주식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안데스 고원지대 농업인들은 감자를 심을 때 우수한 종자를 따로 개발하지 않고, 오랜 세월 동안 내려오는 씨감자를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재배해 오고 있다. 당연히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무병 씨감자와 수경 재배기술 등을 지원했고, 안데스 고산지대 소농인 갈로 유그시 씨의 밭에서는 감자 생산량이 전년의 14.04t/ha보다 40% 증대된 19.7t/ha이 수확될 수 있었다. 특히 우수등급(〉120g) 감자가 절반 이상 생산되어 유그시 씨의 얼굴에는 행복한 웃음이 걸렸다.
유그시 씨에게 찾아온 씨감자는 행복의 씨앗이자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희망이다. 오늘도 유그시 씨는 안데스 고원지대 농업인들과 함께 무병 씨감자를 활용한 감자를 재배하고 수확하며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