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에
벼 품종 개발·보급으로농업 분야 자립을
일구어내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강경호 연구관

글 ㅣ 남궁소담사진 ㅣ 한상훈
우리나라와 같이 쌀을 주곡으로 하는 국가는 많다.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삼시 세끼 쌀을 먹는다고 한다.
중부나 남부 아프리카는 쌀과 더불어 옥수수를 섭취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경우 쌀을 많이 소비하는 것에 비해 생산량이 부족하고,
쌀의 품질이 떨어지다 보니 수입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식량 위기를 겪고,
농업기술이 부족한 국가에 맞는 벼 품종 개발과 기술 전수를 해주는 해외원조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강경호 연구관은
세네갈로 파견되어 해당 국가의 기후와 토양 등에 맞는 품종을 개발하여 보급하는 활동을 했다.

약배양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자부할 수 있어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강경호 연구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강경호 연구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강경호 연구관의 주요 업무는 벼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다. 국내외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특성이 다른 벼를 교배한 후 수술(꽃밥) 안에 있는 화분세포를 배양하는 약배양기술을 비롯하여 야생벼를 활용하는 육종, 돌연변이 육종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품종을 만드는 데 보통 10~15년 정도 걸리는데 꽃가루 배양을 하게 되면 5년 정도로 줄일 수 있습니다. 품종을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 비용, 인력을 모두 절약할 수 있는 육종기술을 이용해서 품종을 만들고 있습니다. 육종기술을 바탕으로 우리 실정에 맞도록 이용하는 것이지요.”
품종을 빨리 만들 수 있게 되면 변화에 발맞춰 갈 수 있기에 굉장히 유용하다. 우리나라 육종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뛰어나고 앞서 있다. 그중에서도 꽃가루 배양을 이용한 육종(약배양육종)은 세계적으로도 자부할 수 있는 수준이다. 꽃가루 배양을 실용화해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육종된 화성벼를 비롯해 20개 이상의 품종이 육성되었다. 강경호 연구관은 그러한 기술개발 작업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영광이라고 얘기한다. 국내 최초로 야생벼를 이용해서 품종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안남 지방에서 생산되는 인디카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주산지인 자포니카를 교배해서 중간종을 만들었죠. 바로 통일형 벼예요. 인디카와 자포니카의 장점을 모아놓은 쌀이죠.”
쌀을 주곡으로 하는 국가에서는 좋은 쌀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쌀의 생산과 소비, 더 나아가서는 수출이 이루어지면서 해당 국가의 경제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좋은 쌀이라는 것은 첫 번째로 맛있는 쌀일 테고, 두 번째로 생산성이 높은 쌀을 의미할 테다.
품종 개발을 위해 재배 중인 벼

인디카와 자포니카 교배해
중간종 ‘통일형 벼’ 만들어
두 품종의 장점 모아놓은 쌀
우리나라 육종기술 세계적으로도 뛰어나

맛있는 ‘이스리’ 수확량도 크게 늘어

강경호 연구관은 세네갈에 파견되어 활동했다. 농촌진흥청의 한-아프리카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인 KAFACI를 통해서였다. KAFACI는 아프리카의 농업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이다. 채소, 가축, 생명공학 프로그램 등이 있는데 강경호 연구관은 그중에서도 전문분야인 벼 육종 과제 책임자로 일했다.
“그동안에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국내로 초청하여 교육을 하거나 육종기술을 가르쳐주는 수준이었어요. 제가 세네갈에 가면서부터 현지에 육종기지를 설립하고 보다 적극적인 사업이 이루어졌죠. 육종전문가가 직접 현지에 파견되어 있으니 아프리카에 적용할 수 있는 다수성 품종, 양질 품종의 육종재료를 만들어서 직접 19개 파트너 국가들에게 주었어요. 우리가 육종재료를 줌으로써 현지에 계신 분들이 스스로 품종을 육종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되었지요.”
국립식량과학원 벼 재배실
국립식량과학원 벼 재배실
세네갈에서 재배 중인 벼
세네갈에서 재배 중인 벼
아프리카에서 쌀 생산이 중요한 문제가 된 데에는 인구 증가와 도시화의 영향이 크다. 인구가 증가하여 쌀 소비량이 늘었고, 인구가 도시에 집중되면서 쌀 수요가 더욱 급증하였다. 도시에서 필요한 쌀이 시골에서 생산되어 들어와야 하는데, 아프리카 실정은 시골에서도 가족들이 먹을 정도만 쌀을 생산하다 보니 쌀 생산을 큰 곡물회사에서 담당하게 되었다. 이러한 곡물회사에서는 도시에 팔거나 수출할 목적으로 쌀을 재배하지만 쌀의 품질이 떨어지고 소비량을 채우기도 부족해서 결국 수입쌀에 의존하게 된다.
“통일형 품종과 아프리카 자원을 활용하여 아프리카에 적용할 수 있는 품종을 만들었어요. 현재까지 세네갈에서 2품종, 말라위 2품종, 말리 1품종 등 총 5개 품종이 개발되었습니다. 식미가 월등히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도시에서는 밥맛 좋은 쌀을 찾게 되니 생산이 유발되죠. 식미가 좋으면 농가들도 비싼 값에 팔 수 있고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세네갈의 경우 통일벼를 개량한 이스리 품종은 수입산만큼 가격이 높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았다. 강경호 연구관은 “그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원조다”라는 생각으로 세네갈 사람들과 협력해왔다. 그 결과 식미도 좋고 수확량도 세네갈 현지에서 전국적으로 재배하고 있던 사헬의 2배가 되는 이스리를 탄생시켰다.
벼 재배와 관련해 교육 중인 강경호 연구관

세네갈에서 통일벼 활용한
‘이스리’ 개발해
식미 좋고 생산성 뛰어나
현지에서도 좋은 평가
기술 공유하며 협력의 길로 나아가

기술도 업적도 공유하는 것

강경호 연구관은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아프리카 19개 국가가 각각 원하는 방식을 청취하였다. 가장 먼저 얘기가 나왔던 것은 수량성이 좋은 쌀, 그 다음으로는 가뭄에 강한 쌀, 그리고 향기 나는 쌀을 희망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이러한 의견들을 바탕으로 19개국의 재료들을 모으기 위해 각 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품종을 가져오도록 했다. 이후 우리의 육종기술을 적용하여 수량성과 밥맛 등 성능이 우수한 새로운 육종재료를 만들어 나누어 주었다. 각 나라에서 보유하고 있는 품종보다 훨씬 좋은 재료를 만들어서 주는 셈이다.
“각자 재료를 내놓으면 제가 어떻게든 버무려서 육종 재료로 탄생시키는 거죠. 매년 2,000~3,000개 재료를 만들고, 이 중 최종적으로 선발된 200~300개를 만들어 줄 수 있어요. 몇 년 해보더니 모두들 깜짝 놀라더군요.”
KAFACI 활동에서 중요한 건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돈으로 원조하기보다는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재료를 주고, 육종이 활성화되면 스스로 품종을 만들 수 있도록 이끌었다. 종자도 주고 육종 방법도 가르쳐 준다. 이런 원조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면서 앞선 걱정은 이제 희망이 되었다.
“서로 도와야 좋은 품종을 개발하고 모두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제협력이지요. 이들을 성공시켜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테니까요. 각국의 육종재료, 기술, 경험을 공유하고 업적 역시도 공유하는 것. 그것이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기술 뿐만 아니라 업적 역시도 나눠야 한다고 얘기하는 강경호 연구관. 세네갈 현지에서 품종을 개발하며 그들과 운명공동체라는 생각을 갖고 임했다고 한다. 강경호 연구관의 노력 덕분에 세계 곳곳에 K-농업이 뻗어나가고 있다.
세네갈에서의 기념사진
세네갈에서의 기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