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젤리의 피부건강 개선
효능 구명 및 표준화로

산업화의 문을 열겠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
한상미 농업연구관

글 ㅣ 김주희사진 ㅣ 박형준
양봉산물(꿀, 화분, 로열젤리 등)은 꿀벌들이 꽃과 나무에서 모은 먹이,
수목류의 진액 등을 수집해서 벌통 내부에 바른 물질들을 채취한 것이다.
사람이 섭취하면 면역력 향상, 항산화 효과 등이 있어 건강식품으로 사랑 받고 있다.
최근 ‘신의 선물’이라고 불리는 로열젤리는
피부건강 개선 효능 구명 및 표준화를 통해 산업화가 가능해졌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 한상미 연구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신의 선물, 로열젤리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는 지난해 7월 1일 신설되었다. 2014년 양봉연구실과 양봉산물연구실로 시작했으나 최근 이상기온으로 인한 화분매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독립부서로서 관련 연구를 보다 체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총 18명의 연구관과 연구사들이 근무하면서 벌 육종, 사양관리, 화분매개, 양봉산물 등을 연구하고 있다. 한상미 연구관은 양봉산물 중에서도 로열젤리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꿀벌 서식지와 개체 수, 밀원수종이 감소하면서 생물 다양성 및 식량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까시나무 개화시기와 꿀벌 활동시기 불일치 등으로 꿀벌을 사육하는 양봉농가의 주 소득원인 아카시아꿀의 작황이 평년치를 훨씬 밑돌고 있습니다. 양봉농가의 소득을 보전하고 양봉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고부가가치 소득원 개발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양봉산물 중 로열젤리는 로마시대부터 노화 예방, 면역강화 등의 효능으로 식품과 의약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면역력 강화 등 건강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로열젤리 산업화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 한상미 연구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 한상미 연구관
“로열젤리는 출방 후 5~15일령의 어린 일벌이 화분과 꿀을 먹고 머리에 있는 인두선에서 분비하는 물질입니다. 여왕벌에는 애벌레 기간과 성장 후에도 급여되는데요. 미황색의 유동성 물질로 여왕벌의 애벌레 먹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3~4일된 왕대에 일벌들이 분비해둔 것을 인위적으로 수집하기 때문에 소량이며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로열젤리는 수분,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무기물, 생리활성 물질 등 여러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단백질은 사람이나 동물에 필요한 아미노산 함량이 높으며, 피로, 쇠약, 빈혈, 피부미용, 노화방지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열젤리를 먹고 자란 여왕벌은 약 120만 개의 알을 낳고 일벌의 약 20배가량 장수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불로장수, 정력의 묘약, 신의 선물이라고 불리는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영양분이 농축된 로열젤리는 벌이 유일하게 스스로 만들어내는 물질입니다. 생산량이 적어 희귀성이 있지요. 아직까지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식품으로서는 영양분과 기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합니다.”

로열젤리의
피부미용·노화방지 효능 밝혀

양봉산물 중 로열젤리는 기상여건에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농가 소득원으로 가치가 크다. 하지만 현재 산업화에 필요한 성분의 표준화와 기능성 및 기전 구명이 미흡하여 농가의 부가소득원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었다.
“양봉농가에서 생산한 생() 로열젤리는 수분 함량이 60% 이상이며 주 성분인 단백질 함량이 11% 이상으로 냉장 및 상온에서 쉽게 변질될 우려가 있어 산업화에 걸림돌이 되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식품, 기능성식품, 의약품 등의 소재로 사용하기 위해 로열젤리의 성분을 표준화했으며, 피부노화 및 보습에 대한 기능성과 기전을 세포 및 동물실험을 통해 구명하였습니다.”
한상미 연구관은 냉장 및 상온에서 쉽게 변질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동결건조 로열젤리를 사용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해 자외선에 의한 피부 노화 억제, 피부 상처에 의한 피부세포 재생 및 이주 효능을 평가하고 로열젤리의 생리활성이 주요 성분으로 알려진 10-HDA에서 기인하는 것을 증명하였다.
“무모쥐(Hairless mouse)에 국산 로열젤리를 투여한 결과, 쥐의 피부주름이 억제되었을 뿐만 아니라 피부 보습 유지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104명의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피부 주름, 탄력, 보습 등 24주간 로열젤리를 복용하는 인체적용시험을 한 결과에서는 피부의 평균 거칠기가 개선되어 전반적인 눈가 주름이 평활되고 피부상태가 고르게 평평하게 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즉, 로열젤리를 섭취하면 전반적인 평균 주름 깊이와 평균 주름 거칠기 개선 등 피부미용과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습니다.”
양봉산업 발전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한상미 연구관

지금까지 양적성장만 해왔다면
질적성장을 위해 양봉농가,
관계 부처가 함께 노력했으면 합니다.
소비자 분들도 천연꿀 등
양봉산물 제품들을 믿고
소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양봉산업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이번 연구는 무엇보다 건강기능식품등록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상실험을 수행하여 로열젤리의 피부 개선 효능에 대해 밝혔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산업화에 필요한 로열젤리의 성분 기준 및 규격 등을 설정하여 표준화함으로써 향후 식품, 화장품, 의약품 등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현재 로열젤리는 양봉농가에서 자가 생산·판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산량이 적고, 중국산과 비교했을 때 품질은 월등하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로열젤리의 효능과 품질을 아는 고객들에게만 알음알음 판매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에 따라 이번 연구를 통해 중국산과 차별화할 수 있는 분석법, 기준규격을 정하였으며, 안전성을 고려한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 인증 추진 등으로 건강기능성식품으로 등록까지 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한상미 연구관은 로열젤리의 산업화 1단계로 기능성화장품 원료 등록을 올해 안에 매듭짓고, 내년에는 이너뷰티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단계는 건강기능성식품 등록으로 국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로열젤리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아울러 양봉농가의 노동력 감소를 위해 로열젤리 생산·채취 자동화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가 성과를 맺으면 양봉농가는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좋은 로열젤리를 섭취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2020년 양봉산업법이 시행된 후 현재 양봉산물 시장은 6,000억 원 정도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 번 더 도약하기 위해선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양봉산물은 인위적으로 생산할 수 없습니다. 양봉 선진국인 뉴질랜드처럼 청정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양봉농가가 굉장히 힘든 상황에서 식상한 말일 수 있지만 ‘위기가 기회’입니다. 지금까지 양적성장만 해왔다면 질적성장을 위해 양봉농가, 관계 부처가 함께 노력했으면 합니다. 소비자 분들도 천연꿀 등 양봉산물 제품들을 믿고 소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저도 양봉산업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양한 양봉산물 제품들
다양한 양봉산물 제품들